형록의 입에서 순순히 영아를 돌려보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운진은 겁이 났다.
“형님이 지금 영아씨한테 하는 건 어느 누가 보더라도 사랑이 아니요. 불장난도 아니고. 영아씨의 진심을 침대에 뉘어놓고 짓밟는 거요. 뭐야, 형수에 대한 복수요? 그 동생인 처제를 데리고 놂으로써 와이프를 엿멕이는, 뭐, 그런 거요? 치사하게?”
“그건 아냐.”
“아니면, 영아씨를 사랑한단 말요? 그럴 순 없지이!”
“…”
“딱 한마디만 하슈. 영아씨를 사랑하슈?”
“…”
“거 봐. 대답 못 하잖소? 설사 영아씨를 사랑하고 재혼을 하고 싶어도, 안 된다잖아요, 변호사가.”
“법적으론 하자가 없는데, 왜냐 하면, 이혼과 동시에 인-로 (법적인척) 관계가 떨어지니까.”
“아, 아, 아까 들은 얘기 또 할 건 없구. 이쯤에서 영아씨 돌려 보내슈.”
“너 왜 이러는데? 설마, 우리 처제랑... 할 건 아니겠지.”
“그건 지금 말 못 하구. 하여튼 더 늦기 전에 영아씨를 돌려 보내요.”
“생각은 있는 놈인가 본데? 너야말로 우리 처제 얘기 입에 올리지 마라. 너야말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임마! 뭐야, 우리 처제가 나 하고 정을 통해서 이쯤 되니까, 오갈 데가 없어서, 너한테 매달릴까 봐? 그 전에 내가 그토록 물어봤을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더니, 이제 우리 처제의 신세가 이상해질 것 같으니까, 너한테 있는 돈 없는 돈이라도 갖다 바쳐서, 우리 처제 좀 부탁한다고, 누가 그럴 것 같아서 그래?”
“돈은 나도 있어, 씨발! 아까 말한 그 가게 못 하면 돈 되는 만큼 맞는 가게 찾으면 되는 거구. 내 말은 애꿎은 처제를 데리고 놀지 말고 놔 주란 말요! 양심적으로!”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지. 양심에 걸리니까. 근데, 뭐, 야, 이 씨발새꺄! 내가 지금 와이프를 엿 멕여? 처제를 데리고 놀면서 마누라를 엿 멕여? 엿 먹은 건 나야, 이 씨발놈아! 니가 뭘 알어! 야, 이 개새꺄, 말 나온 김에 다 하자. 챌리, 내 애 아냐. 이십년 키운 딸이 내 딸이 아니라구! 씨발놈이 좆두 모르는 게, 씨발, 말이면 단 줄 알어! 듣자듣자 하니까, 씨발놈이 웃기지도 않어!”
“...”
“그것도 이번에 처제가 말해줘서 알았다. 이십년 만에! 근데, 내가 지금 마누라를 엿 멕여? 씨발새끼, 좆 같은 소리만 하고 자빠졌네! 내가 지금 얼마나 초인간적인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데. 너 그렇게 좋으면 너두 가서 우리 마누라랑 바람펴! 번호표 빠른 걸로 잘 받어, 씨발놈아!”
“몰랐어요. 미안해요. 뭐, 그렇게까지 세세한 건 모르니까.”
“그리고, 씨발, 야, 지금 우리 마누라 임신이야.”
“오오.”
“오오? 오오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애비도 몰라, 씨발아!”
“허!”
“그래, 딱 그거다. 허! 나도 그 소리 밖에 안 나온다. 허! 뻑! 이렇게.”
“진짜 뻑이네!”
“이 지경에 그나마 처제라도 없으면, 난 죽는다.”
“아니, 영아씬 그런 걸 다 알고 있었단 얘기잖아요.”
“지도 이십년을 참다가 언니가 하도 같잖으니까, 침묵을 깬 거지. 처제 아니었으면 난 지금 이 순간도 아무 것도 모르고 마누라라고, 씨발, 이 새끼 저 새끼가 드나든 거길 열나게... 거기엔 고귀한 화가새끼도 들어갔었고, 오, 그 화가새끼가 챌리 애비란다.”
“화가씩이나.”
“최근엔 조가새끼가 드나들었고.”
“골프으... 선생이라나 뭐라나.”
“흑! 골프쟁이도 있었지, 참! 뭐야, 너두 알았냐?”
운진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너도 알고 있었으면서 입 다물고 있었던 거야?"
“아뇨. 우연히 두 사람이 밥 먹는 걸 봤는데, 그러리라고는 상상을 안 했으니까요! 그냥 좀 지나쳐 보인다고만 생각했죠. 남편 있는 여자가 외간남자와...”
운진은 천장으로 얼굴을 돌리고 눈을 감았다. "세상, 참..."
"그만 갑시다." 형록이 일어서며 손을 내밀었다.
운진은 형록의 부축을 받으며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그는 누구의 차인지 모르고 떠밀려 들어갔다.
그는 차에 타자마자 술기가 확 올랐다.
그는 차가 움직거린다는 느낌만 처음 갖고 정신을 놓았다.
어디로 가요? 여자의 음성이었다.
라마다 인 잌스프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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