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pt.1 14-2x13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3. 05:59

   열시 조금 넘어 가게를 여니, 운진에게 영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아를 더 늦기 전에 보내는게 좋을 텐데, 자기, 말 듣지.”
   “처제 여기 없어.”
   “뭐라구? 같이 안 있다구?”
   “응.”
   “엄마 전화 받았대매! 엄마보고도 없다 그랬대매!”
   “없으니까.”
   “헛, 참. 일 내고 있네.”
   “형록이랑 어젯밤에 떠났어.”
   “뭐라구?”
   “못 믿겠으면, 아, 전화기도 놓고 갔다. 그나저나 여기 아무도 없는데, 당신 좀 와서 라러리 좀 찍지.”
   “허이구, 차암! 뻔뻔스럽긴.”
   “올 거야, 안 올 거야!”
   “안 가!”
전화가 끊겼다.
운진이 가게 전화기를 내려놓았는데, 벨이 울렸다.
    ‘그럼, 그렇지!’  
그는 수화기를 나꿔채듯 집었다. “여보세요!”
   “저어, 사장님?” 하는 건 어떤 나이든 여자의 음성이다.
   “누구시죠?”
   “나, 복권, 복권 찍던.”
   “아, 예. 어쩐 일이세요?” 운진은 이렇게 반가워 해 본 적이 없다.
   “사람 구하셨어요?”
   “아뇨!”
   “그럼, 누가 복권 찍어요?”
   “아줌마! 빨랑 와요! 나 맘 변하기 전에.”
   “네, 네. 가서 말씀드릴께요?”
   “네. 빨리 오세요!”
그 아줌마의 통화를 끝내는데, 영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나 진짜 나가?”
   “아니. 사람 구했어!” 
이번엔 운진이 전화를 끊었다. 
가게에 대해서는 일단은 한숨을 놨다.
캐리아웃 아줌마가 와서는 다 들리게 구시렁거리며 치우기 시작했다. 
운진이 혼자서 술 사러오는 손님과 복권사러 오는 손님 사이를 정신없이 뛰는데, 복권 찍던  아주머니가 들어섰다. 
   “글쎄, 그게 말예요.” 
변명하려는 아주머니를 운진은 손짓으로 막았다. “이거부터 찍으세요. 얘긴 차차 나중에 하고.”
   “네, 네.”
그 아주머니가 복권 기계 뒤로 가서 앉으니 단골들이 아는 체를 했다. 
운진은 동네에서 잔 심부름이나 하면서 맥주 한두캔 얻어마시는 흑인 하나를 손짓해 불렀다. 그에게 가게 앞을 싹 치우면 얼마 원하느냐고 물었다.
   "Twenty-five and bacon egg and cheese!"
그는 샌드위치 하나와 이십오불을 달라고 했다.
   "Deal, man!" 운진은 얼른 움직이라고 손짓했다.
이름이 주몰로 불리우는 그는 새카만 피부에 돋보이도록 짧은 머리를 탈색한 멋장이이다. 그는 또한 가게 앞에서 왔다갔다하며 코케인과 대마초를 팔기도 한다.
   "어떻게... 처제 핸드폰으로 전화를?" 캐리아웃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네! 제 셀폰이 죽었어요."
   "아아..."
복권 아주머니가 손님이 끊어지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개가 와서 똥 싸게 생겼네!"
운진은 비로소 썰렁한 가게 안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나도 참 넋 빠진 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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