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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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2. 02:19

   “왜 저요?”
   영아가 한번 더 물었다. "저 때문에라구요?"
   “응. 나보다는 처제를 따라오려는 거 같애.”
   “에이, 아무리. 지네 엄마가 있는데. 아닐 거예요.”
   “걔네들한테는 이모가 엄마였으니까. 엄마는 손님이구. 아빠는 존재도 없었구.”
영아가 운진의 뺨을 어루만졌다. “천상 내가 키워야겠네요? 난 시집도 못 가고?”
   “그래 주면 고맙고. 아이들을 핑게로 처제를 더 붙잡을 핑게가 생겼구만.”
좀 전까지만해도 못마땅해 하던 영아가 이제는 운진이 손을 뻗쳐 몸을 만지기 시작하는데 잠자코 순응했다. 그녀는 브래지어가 풀어지고 유방이 노출되자 불을 끄라고 손짓을 했다. 
운진이 불을 끄고 다시 접근하니 영아가 그 때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반응에 힘을 얻어서일까?

   아파트 사무실에서는 바로 연락이 왔다. 
모든 서류가 완벽하고 신용조사도 통과됐기 때문에 방을 줄 수 있다는 연락이었다.
운진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사하기를 원한다고 요구해서 사흘 후에 방 열쇠를 받기로 했다.
운진이 가게로 찾아 온 세일즈맨들과 물건 반납 문제로 실랑이를 하던 중에 영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생활비를 들여달라는 요구와 친정에서 사위를 고소하려 한다는 통고를 하고 먼저 끊어 버렸다. 
운진이 전화기를 던져 깨자 형록이 핀찬했다. “아, 벌써 몇개째유! 그만 좀 던져요!”
   “뭐야, 마지막 거야?” 운진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형록이 뒷방에 있는 무선전화기를 빼 왔다. 
   그러던 중 아침 일찍 연락한 주 정부 복권 부서에서 사람 둘이 들이 닥쳤다. 
그들은 다짜꼬짜로 복권기계를 뜯으려 덤벼들었다.
운진은 그들에게 경찰이 영호를 공금횡령 혐의로 연행해 갈 때 끊어준 사건 기록 용지를 보여주며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들에게, 특히 그 중 깐깐하게 생긴 유태인 여자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결국 이혼 얘기까지 나오고 며칠 가게를 못 나온 경위를 다 밝힌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구두경고와 함께 터미널을 다시 열 수 있는 암호를 주었다. 서면근거로 남기는 경고가 아니었다.
복권기계가 새 암호를 읽고 다시 작동되려면 사십분에서 한시간 걸린다면서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자 형록이가 얼른 시원한 맥주를 종이컵에 딸아서 그들에게 바쳤다. 
그들은 근무 중이라 알코홀은 못 마신다고 발뺌하다가 여자가 먼저 받아 들었다.

   손님들이 기웃기웃하다가 하나둘씩 들어와서 아는 체를 하며 반기기도 하고 불평도 했다.
운진은 팔 수 없는 물건을 영란에게 강매한 세일즈맨에게 반납을 다시 요구했다. 
거래를 계속한다는 조건 하에 반납이 동의되었고 세일즈맨은 짝으로 파는 캔 맥주를 무려 백 케이스나 주문 받아갔다. 
또 하나의 세일즈맨에게도 잘 나가는 맥주 백 케이스를 주문했다.
   “이틀 후에 물건 오면 냉장고에 넣지 말고 그냥 2불만 붙여서 세일 때리자! “
   “그래 봐야 일주일에 치운다고 해봤자 4백불이네, 뭐.”
   “야, 간 손님들을 다시 꼬셔야지. 두 주 만에 가게가 작살이 났는데!”   
사람들이 들어와서 복권을 사려 했다.
복권국에서 나온 이들이 기계를 점검 중이라고 잠시 후에 다시 오라고 친절히 말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꾸준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이 찾는 술이 없자 고맙게도 다른 비슷한 것을 집었다.
형록은 그들에게 다음 주엔 틀림없이 재스탁 한다고 일일히 설명했다.
운진은 그로서리쪽으로 붙었다.
   "Is grease hot? (기름이 튀겨지나?)" 누가 와서 캐리아웃쪽을 가리켰다.
   "Not yet! (아직!)" 운진은 미안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투마로?" 다른 손님이 이어서 물었다.
   "야, 야!" 
   운진은 일부러 그렇게 답변했다. "투마로!"
형록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아 아줌마 정말 이럴 거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정말 나랑 이럴 거지, 응!"
운진은 어디 한국말 하는 손님이랑 저러나 하고 기웃거렸다.
   "오사장 왔으니까, 내일 나와, 아줌마."
형록의 그 말에 운진은 캐리아웃 아줌마와 통화하나 보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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