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는 형부의 눈물을 손등으로 딲아주고 안아주었다.
“챌리가, 걔가, 지금 몇살인데. 흥, 처제가 일깨워주지 않았으면 영원히 바보처럼 모르는 거지. 언니는 절대 밝힐 리가 없고. 근데, 바보 같은 질문 하나 해도 돼?”
“킴벌리는, 형부 아이가 맞을 거예요.”
운진은 방 안벽에 달린 전등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다행이네?”
“근데, 형부, 채리를 데리고 계실 거예요?”
“안 그러면, 다 알고 있는 애한테 일부러 우리가 이렇게 있는 걸 다아 알면서도 찾아왔는데, 실망을 주면, 예민한 애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구. 내 애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부러 찾아와서 나랑 살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 면전에 대고, 넌 내 딸이 아니야, 안 돼, 해?”
“하실 수도 있죠. 저 같으면 내 피가 안 섞인 앤데, 동의 안 할 거 같애요.”
“아냐. 처제도 부모 입장이 되어 보면, 그런 낯선 감정보다는 아이의 앞날을 먼저 걱정하게 된다구.”
“그렇겠죠. 그런데, 전 걔네들 얼굴을 마주 보고 한 집에서 같이 못 살 거 같애요.”
“그게 문제겠구만. 그렇겠네.”
“이모가 아빠와 사는데, 걔네들도 맘이 편하겠어요?”
“챌리가 왔었을 때, 난 걔한테서 별 다른 느낌을 못 가졌는데?”
“전 지금도 채리를 이해하기 힘들어요.”
“난 이렇게 봐, 처제. 걔라고 맘이 편하고 좋겠어? 그래도 엄마하고 있는 것 보다는 우리하고 있는 쪽이 지 앞날을 위해서라도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 애의 바로 그런 심정을, 전 이해 못 하겠다는 거예요. 어쨌거나 이모 때문에 엄마 아빠가 이혼하는데, 그런 이모를 보고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게, 전 소름이 끼쳐요. 채리가 무서워요.”
“걔도 쉽지는 않았을 거야. 지 입으로 지는 내 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면, 보통 수양된 애가 아니지. 그러나 걔의 속은 오죽하겠어. 나 같으면 걔처럼 누굴 찾아 다니지도 못 할 걸?”
“걔한테 그런 면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그리고, 처제. 난 처제 때문에 언니와 이혼하는 게 아니지. 엄연히 아내의 부정 행위 때문에지. 처제는 자꾸 자신을 학대하는데, 난 처제가 날 일깨워 줬기 때문에, 이렇게 지금이나마 나를 찾을 수 있는 거라구. 아이는 부수적인 거 아냐? 설령 재판 때 아이들을 못가진다 해도, 만날 수는 있잖아. 큰애는 열여덟이 넘었으니, 아냐,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냐.”
그 때 영아의 셀폰이 울었다.
스크린을 들여다본 영아가, “또 채리예요!” 하고, 신음하듯 말했다.
“얼른 받아 봐!” 운진이 영아를 격려했다.
“응, 채리야… 응? 엄마가 그래?”
영아가 운진은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키미가? 안 돼. 지금은 안 돼.”
운진은 왜 하고 입바람으로 말했다.
영아가 연신 고개를 저었다. “몰라, 재판이 언젤 지. 아빠한테 물어볼께.”
운진은 뭘 하고 속삭였다.
영아가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운진에게 물었다. “재판이 언제녜요?”
운진도 고개를 저었다. “I don’t know yet. (나도 아직 몰라.)”
“He said he doesn’t know yet. We signed on two bed, I mean, three bedroom apartment. 응? Okay, I’ll ask him. Bye. (아빠가 말하길 아빠도 아직 모른대. 우리 방 두 개짜리, 아니, 방 세 개짜리 아파트 계약했어. 그래, 아빠한테 물어볼께. 바이.)”
영아가 통화를 끝내고 한숨을 쉬었다. “키미가 집을 나가려 한대요.”
“내 그럴 줄 알았어! 걔가 맘에 걸리더라니!”
“그래서 채리가 우리보고 지네 이사 나올 방 구했느냐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처제?"
"재판 전에 아이들이 원해서 아빠와 있으려 한다면, 안 될 것도 없죠. 아이들의 선택이니까. 아니예요?”
“몰라, 나두. 그럼, 내가 애들을 데리고 나오면서 이혼을 요구하는 격이 되나?”
“언니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죠.”
“애들이 상처를 입을 텐데. 이미 벌어졌지만.”
“근데, 아이들이 아빠를 전혀 상대도 않더니, 갑자기 왜들 그럴까요?”
운진은 영아를 물끄러미 바라다 보다가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요?"
영아가 제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왜 또 절?..."
"이모와 같이 살려는 거지."
"지 엄말 놔 두고 이모랑요..."
"난 곁에서 도맷급이지."
'[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1 13-7x127 (0) | 2024.08.12 |
---|---|
pt.1 13-6x126 (0) | 2024.08.12 |
pt.1 13-4x124 (0) | 2024.08.12 |
pt.1 13-3x123 (0) | 2024.08.12 |
pt.1 13-2x122 (0) | 2024.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