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의 친정은 초상난 집처럼 온통 슬픔에 젖어있다.
큰딸의 이혼에 작은딸의 실종에 아들은 공금횡령으로 조사를 받았다.
게다가 이제는 원로인 최 장로가 집을 슬그머니 나갔는데, 언제부터 준비를 해 놓았는 지 다른 여자 즉 교회의 한 과부여인의 집에 가 있다고 해서 또 한바탕 뒤잽이가 났다.
그러나 영란은 친정엄마에게 '힘들어 죽겠으니 건드리지 말고 알아서들 하라' 고 했다.
지금 영란은 이혼에 아이들 커스터디 문제에 코가 빠져 있는데 늙은 부모의 그깟...
밤에 조가가 영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다자꼬짜로 그 자가 영란을 욕해댔다. “니 남편 새끼가 날 지금 길바닥으로 내쫓을려고 드는데, 씨발년아, 그냥 가만히 자빠져 있냐?”
“전화 끊어! 너 같은 놈하고는 말 안 해!”
“을마나 걸레로 놀았으면 남편새끼가 눈 하나 깜짝 않냐?”
“나쁜 자식! 개자식!”
“욕 실컷 해라. 너 그 애 사이비 골프 선생꺼지?”
“닥쳐, 이 개새꺄!”
“미친 년, 사이비 골프 선생한테 몸 주고 돈 주고 애까지 배고, 에이, 개 같은 년!”
영란은 전화를 끊고 속이 상해 소리내어 울었다.
헛구역질이 나오는데 속에 들은 게 없으니 신물만 올라왔다.
물 한모금을 마시니 그것마저도 그대로 올라왔다.
영란은 조금 진정된 후 챌리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챌리는 지금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간단히 쏴 부치고 통화를 끊었다.
그런 지 얼마 안되어 딸 둘이 눈길을 내리깐 채 들어왔다.
“니네들 배고프지?” 영란이 소파에서 일어나려 했다.
“먹었어!” 챌리가 쏴 부치고 이층으로 뛰어올라갔다.
“키미, 넌?”
“Dad bought me Korean food. (아빠가 한국 음식 사 줬어.)”
킴벌리도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큰애와 달리 작은애는 태연해 보였다.
영란은 제 자리에 서서 할 말을 잃었다. 등골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느낌에 뭔가 잘못 되어간다. 그것도 아주 한참 잘못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잠시 후 내려온 작은애가 맑은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를 했다.
“I’m moving out to dad’s apartment. (나 아빠의 아파트로 옮길 거야.)”
“뭐? 말두 안 돼, 안 돼!” 어미는 더 들어보지도 않고 자지러졌다.
“Then, I’m moving out of this house! (그럼, 이 집을 나갈 거야!)”
“노오!”
“I don’t wanna live in this house! I don’t wanna live with you! (나 이 집에서 살기 원치 않아! 나 엄마와 살기 원치 않아!)”
생전 처음 언성을 높이고 대드는 작은애의 서슬에 영란은 말문이 막혔다.
그 작은애 킴벌리는 도끼눈을 해갖고 엄마를 노려보고 있었다.
“니네 아빠가 꼬시지, 지금.”
"What? What are you talking about? (뭐! 뭐라고 하는 건데?)"
키미는 '꼬신다' 라는 우리 말의 뜻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언제 다시 나타났는지 계단 끝에 서 있는 챌리가 엄마 영란의 말을 받았다. “아빤 키미를 말렸어. 미안하다면서. 엄마는 얼웨이스 네게티브야!”
킴벌리가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Kimmie! Wait!” 챌리가 뒤따라갔다.
영란은 소파에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죄과! 난 지금 천벌을 받고 있다!’
영란은 집 전화기를 찾다가 주저앉았다. 갑자기 머릿속이 텅 비어간다.
재판까지 갈 것도 없이 이번 이혼은 그 끝이 보인다.
우선 남편을 강간혐의로 몰고 갈 장본인인 여동생이 사라졌고.
누나 편을 들어야 할 남동생은 공금횡령 문제로 제 코가 석자이고.
그리고 딸 둘이 하나 같이 아빠를 원한다.
영란은 여기서 남편의 용의주도함을 또 봤다.
그는 겉으로 절대 내색 않고 저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이끌어 가는 비결이 있다.
서울인간들이라 독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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