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재접근
운진은 새삼스레 큰애를 돌아다 봤다.
“What blankets! (무슨 담요!)”
챌리가 고개를 흔들며 나갔다.
“Dad. What time do you open your store? (아빠. 몇시에 가게 열어?)”
“Ten. Why? (열시. 왜?)”
“Can we go to 7-eleven to get something to eat? (세븐-일레븐에 뭐 좀 사 먹으러 갈 수 있어?)”
“챌리 오면.”
한창 성숙기의 아이라 킴벌리는 먹고 먹어도 계속 배가 고픈가 보다고, 운진은 생각하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니다! 그거다! 어떤 스트레스나 충격을 받으면 계속 먹는 것으로 치중하는 증세를 뭐라고 하더라...
그런데 찬찬히 살펴 본 킴벌리는 그렇다고 비만하지도 않다.
많이 먹는다고 비만한 것은 아니지...
챌리는 담요 두장을 말아 안고 들어오면서 제 자신을 못 믿겠다고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We have them since 4th July. (우린 그걸 미 독립일 이후로 갖고 있어.)” 킴벌리가 말했다.
운진은 담요를 받으면서 담배 냄새를 맡고 뭐라 물으려다가 말았다. 필 나이도 됐다.
아니면, 남자 친구가 담배를 피우든지.
‘남자 친구?’
아비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놀랬다.
킴벌리는 세븐-일레븐으로 가는 아빠의 차 안에서 챌리와 계속 수다를 떨었다.
가게에 들어가서 여러가지 음료수와 과자 부스러기, 케익, 포테이토 칩들을 잔뜩 산 두 딸은 아빠 운진의 양 옆에 서서 머리를 기대며 어리광들을 피웠다.
“This is how you’re gonna rob your future husbands. (장래 남편들을 이런 식으로 터는 거야.)”
아빠란 이가 말했다. "This is the practice. (이건 연습이야.)"
“Dad!”
챌리와 킴벌리가 동시에 소리쳤다.
"가게에 갔으면 이런 거 다 프리인데."
"Dad!"
실로 모처럼 만에, 아니, 두 딸은 머리에 털 나고 처음으로 아빠란 존재를 깨닫고 아빠와 같이 밤나들이로 먹을 것을 사러 나왔는데, 분위기를 깨고 있다는 고함이었다.
챌리가 유달리 아빠의 팔을 놓지 않고 잡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킴벌리가 아빠의 청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주물럭거리는 것이다.
"헤이!" 아비는 하반신을 움직여서 딸의 손을 피했다.
"I never knew men have hip, too. (나는 남자들이 엉덩이를 가진 것을 전혀 몰랐어.)"
챌리가 킴벌리의 손을 쳤다. "What did you do in your sex-ed class! (너의 성교육 시간에 뭐 했어!)"
"Mom didn't sign for it. (엄마가 그것에 대해 서명을 안 했어.)"
"..."
그 말에 운진은 아내의 묘한 성격을 깨달았다. 그녀 자신이 섹스에 대해 방종한 자세였으니 행여 딸이 성교육을 잘못 받아들이고 무질서한 섹스 행위에 빠질까 봐 미연의 방지로? Oh, please!...
그들의 차례가 되어 아빠가 지갑을 여는데 이미 딸들은 포테이토 칩 봉지를 뜯었다.
카운터를 보는 학생 같은 백인 청년이 챌리를 흘끔흘끔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운진도 큰애를 새삼스럽게 훔쳐봤다. 남의 딸이지만 이쁘네. 아비란 자의 인물이 좋은가 보다.
그는 이어 작은딸을 봤다. 키는 이만하면 됐다.
그러니까 큰애 챌리는 키나 몸집은 엄마를 닮고 아마 얼굴은 제 아비를 닮은 것 같다. 작은애 킴벌리는 키나 몸집은 아빠를 닮았는데 얼굴은 엄마의 젊었을 적과 흡사하다.
작은놈 희망사항 따라 애들을 봐서라도 다시 들어가 합쳐?
캐쉬어 청년이 손을 내밀고 자매를 둘러봤다.
킴벌리가 아빠의 지갑에서 이십불짜리 지폐를 끄집어 냈다. 그런데 그 동작이 처음 해 보면서 무척 익숙했다.
아마 많이 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정작 그 지폐를 캐쉬어에게 건네 준 이는 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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