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pt.1 14-7x137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3. 06:14

   작은애 킴벌리는 늘 말이 없다. 
그렇다고 불만에 쌓였거나 바보는 아니다. 행동하는 것은 영리한데 말을 굉장히 아낀다. 나이가 열여섯살 반인데 키가 크고 늘씬하다. 그것만은 엄마를 안 닮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운진은 아이에게 무얼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Coke!” 작은애는 간단히 대답했다.
아빠는 카운터 뒤의 유리문으로 된 냉장고에서 플래스틱 병에 든 코카 콜라 병 하나를 꺼내주었다.
   “Thanks, dad.” 아이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Sure. You want cup? (그래. 너 컵 원해?)”
   “Mm, mmm. I’m okay. (음, 음. 난 괜찮아.)”
킴벌리가 병 마개를 틀어서 열고 첫모금을 마시며 가겟문 쪽을 가리켰다.
운진은 문쪽을 보고 챌리가 들어서는 걸 봤다.
챌리는 킴벌리의 가방을 가져오고 있었다.
킴벌리가 콜라 병을 입에서 떼며 입술로만 ‘what!’ 하고 챌리를 쳐다봤다.  
가방을 집어던진 챌리가, “I’m not coming home tonight! (나 오늘밤 집에 안 와!)” 하고, 돌아섰다.
   “Call your mom! (네 엄마한테 전화해!)” 운진은 돌아서는 챌리에게 말했다.
챌리는 대꾸도 없이 나가버렸다. 
킴벌리가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Where are you going? (너 어디가?)” 운진은 놀라서 물었다.
   “In the back room. I’m doing my homework. (뒷방에. 숙제할 거야.)”
   “Oh. Hey, you want some sandwich? (오, 헤이. 너 샌드위치 좀 먹을래?)”
   “Sure! (그래!)” 킴벌리가 좋아서 웃었다.
   "I go fix some for you. (내가 가서 좀 만들어 줄께.)"
   “Sure!”
   "Wait!" 
운진은 뒷방으로 들어가서 책상 위에 늘어져 자질구레한 것들을 쓸어 내리고 아이가 숙제를 할 수 있도록 훤히 비워주었다. 아이가 지금은 평상시와 별 다른 기색을 안 보이지만 영아와 챌리가 통화할 때 지금 말 없는 아이가 집을 나가려 한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아빠 운진은 각별히 조심하며 아이를 살펴보기로 했다. 
평소 불평 불만을 나타내거나 신경질이나 화내는 것을 못 봤기 때문에 착한 아이로만 알고 있었지만 ‘나가려 한다’ 라는 말을 듣고 난 후부터는 신경이 씌였다. 아빠운진은 그 전의 실력을 발휘해서 계란 프라이에 치즈를 녹인 샌드위치와 그릴에 데운 감자를 만들어 접시에 들고 뒷방으로 돌아왔다. 
먹을 것을 본 아이의 얼굴에 기쁨이 있다.
   이 날 킴벌리는 그 늦은 밤에 가게 사무실 전화기를 전세내어 한 귀에 대고 누구랑 떠들면서 그리고 먹으면서 동시에 숙제를 하면서 뒷방에서 지내다가 아빠와 같이 가게를 나섰다. 
운진은 자꾸 아이를 살폈다.
   "Dad. I'm hungry. (아빠. 나 배고파.)" 키미가 쑥 들어가고 늘씬한 배를 가리켰다.
정신없이 사는 데에만 빠져서 지낸 동안 작은애는 근사하고 날씬한 처녀가 되어있던 것이다. 숙제 하기 전에 샌드위치 하나와 감자를 먹고는 금방 배가 고프다고.
그래서 아빠란 이가 시내 음식점으로 데려가니, 아이가 설렁탕을 시켰다. 
그리고 키미는 아빠가 시킨 짜장면을 한젓가락씩 뺏어먹었다. 
   “Dad, buy me a CD. (아빠, CD 하나 사 줘.)”
   “Sure. What CD? (그래. 무슨 CD?)”
   “Album. (노래집이야.)”
   “오케이.”
킴벌리가 설렁탕 국물을 반을 남기고 아빠의 짜장면을 빼앗아 먹었다.
운진은 밥을 더 달래서 딸이 먹다 남긴 설렁탕에 말아 마저 먹었다.
후식으로 나온 식혜까지 다 비우고 나서 아이가 헤헤 하고 웃었다. 
그 웃는 게 운진의 마음을 찔렀다. 아니.
어떤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언니와 여동생이 헤어지는.
아닌 말로 킴벌리는 나와 남고 챌리는 생부를 찾아 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없던 일로 해? 특히 킴벌리를 위해서?
그러나 일단은 별거를 가지며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1 14-9x139  (0) 2024.08.13
pt.1 14-8x138  (0) 2024.08.13
pt.1 14-6x136  (0) 2024.08.13
pt.1 14-5x135  (0) 2024.08.13
pt.1 14-4x134  (0) 202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