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없이 텅빈 아파트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던 운진은 문 두드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직감에, 키미! 했다. 참! 키미는 아직 운전을 못 하는데!
그가 부지런히 가서 문을 여니 역시 킴벌리와 챌리였다.
“키미! 챌리! 오마이갓! 들어 와.”
작은애가 쿵쾅거리고 들어와 한쪽 구석에 가 쪼그리고 앉았다.
운진은 챌리를 한번 보듬어 안아주고 등을 톡톡 쳐주었다.
“들어 와.”
챌리가 앞으로 팔짱을 낀 채 방 한복판에 섰다.
운진은 작은애 앞으로 가서 마주 앉았다.
“Kimmie. Tell me what you want me to do. (키미.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지 말해.)”
킴벌리가 화난 눈을 들어 제 아빠를 마주봤다.
“I’ll do anything you want me to do.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할께.)”
“Are you sure? (정말이야?)”
“Yes, Kimmy.”
그 때 챌리가 홱 돌아섰다.
“Wait! Challie!” 운진은 챌리를 붙잡았다.
챌리가 눈물이 가득 들은 눈으로 돌아봤다. 그리고 쏴부쳤다. “I know I’m not your daughter. So you don’t ask me what I want! (난 아빠의 딸이 아닌 걸 알아요. 그래서 나한텐 뭘 원하는지 안 묻고!)”
“Wait. Calm down, Challie. (챌리, 잠깐. 진정해.)”
“노!” 챌리가 방을 나가려 했다.
“내 말 들어!”
아빠 운진이 언성을 높이자 킴벌리가 놀래고 챌리도 움찔했다.
"미안해. 아빠가 소리 질러서. 쏘리..."
운진은 손짓을 해서 챌리로 하여금 가까이 오게 했다.
“넌 이미 다 컸으니까 니 맘대로 선택할 수 있어. 니네 엄마와 살던 지, 따로 독립하던 지, 아니면 나와 살던 지. 키미는 아직 마이너야. 엄마쪽 변호사가 나의 약점을 이용해서 키미에 대한 커스터디를 내가 아닌 엄마 쪽으로 이기게 할 수 있다 치자.”
“노오!”
킴벌리가 고개를 저었다. "노오!"
운진은 큰애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손짓을 하고 이번에는 작은애를 마주 했다.
작은애를 다시 보는 순간 운진은 눈물이 나왔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Let’s not criticize mom. Just between you and me. Tell me what you want. (엄마를 비판하지 말자. 단지 너와 나 사이야. 내게 뭘 원하는지 말해.)”
“What if I ask you to continue living with mom... for me? (만일 내가 아빠보고 엄마와 계속 살라고 물으면... 날 위해서?)” 하는 작은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운진은 목이 메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왜 애들 눈에서 눈물나게 하는 거야!
그러는 운진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너무 억울한데...
아이에게 무엇이든 말하라고 약속한 이상 어쩔 수 없다.
운진은 마음을 진정시킨 후 한참 만에 아이에게 대답했다.
“Okay. I’ll do it for you. (그래, 널 위해서 그렇게 할께.)”
킴벌리가 벽에 기대어 쪼그렸던 몸을 일으켜 아빠의 목에 매달렸다.
“I love you, daddy!”
“I love you, too, Kimmy.”
챌리가 눈물을 훔치며, “It’s kinda late. (좀 너무 늦은거 같애.)” 하고, 셀폰을 들여다 봤다.
킴벌리가, “Can I sleep here? (나 여기서 자도 돼?)” 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세 사람은 텅 빈 방 안을 둘러봤다.
“You have school tomorrow. (너는 내일 학교가잖아.)” 하고, 챌리가 나무랐다.
“And we don’t have anything to cover us. (그리고 우릴 덮을 게 아무 것도 없어.)” 아빠가 말했다.
“She has blankets in her car! (그녀는 차에 담요를 가지고 있어!)” 킴벌리가 챌리를 가리켰다.
챌리가 키미에게 주먹을 보였다. "You and your big mouth! (너 그리고 너의 싼 입!)"
아빠란 이는 흥미롭네 하듯 큰딸을 흘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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