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노는 날인 일요일에 그 허쉬 파크를 가야 했다.
뜨거운 여름 보다는 요즘처럼 선선한 가을에 가는 것이 베스트라는 것이다.
"아빠는 혈압, 하이 블러드 프레셔 때문에 그런 거 못 타."
아빠의 궁색한 변명을 딸들이 뭘로 알아 들었는지 서로 보고 쿡쿡 웃는 것이다.
챌리와 키미가 아주 간편한 옷차림으로 나섰다.
그리고 두 딸이 비록 스무발 가면 그만인 주차장까지 아빠를 양 옆에서 잡고 갔다.
"Have you girls been at Hershey Park before? (너희 여자들 허쉬 파크에 가 본 적 있어?)"
아빠가 물으니 챌리는 잠자코 있고, 킴벌리가 고개를 끄떡였다.
"챌리는? 안 가 봤어?"
"어..."
챌리가 대답을 않는데, 킴벌리가 대신 말하는 것이다. "She went there with her boy friend. (그녀는 그녀의 남자 친구와 갔어.)"
"야! 너!"
챌리가 킴벌리를 때리려 했고, 동생은 차로 도망쳤다.
세 부녀는 벤즈 차 앞에서 만났다.
"You have a boy friend? (너 남자 친구 있니?)" 아비는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지금은, 없어."
"아! 왜애?"
"..."
갑자기 챌리가 안 좋은 낯이 되었다.
"Dad. Just go. (아빠. 그냥 가자.)"
킴벌리가 언니의 팔을 잡아 끌었다. "컴 온..."
운진은 '혹시...' 하고, 아빠 엄마의 이혼 문제로 지장이 있나 걱정이 들었다.
'아직 이혼이 결정난 건 아닌데.'
일단 차가 출발하자, 킴벌리가 차에다가 CD 하나를 틀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비는 요즘 아이들이 어떤 노래를 듣나 하는 경험을 하게된 것이다.
역시 짐작했던 대로 마돈나의 노래를...
챌리가 차차 기분이 풀리는지 처음에는 조그맣게 소리내다가 나중에는 동생과 같이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운진은 펜실배니아 주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접어들면서 이상하고 야릇한 감상에 빠졌다.
챌리가 서니로 바뀌고, 키미가 마잌으로 바뀌고, 빈 자리에 숙희를 넣었다.
그러다가 그는 화들짝 놀랐다. '거기다 숙희씨를 왜!'
운진은 2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하늘 높이 세워진 도넛 샾 간판을 보았다.
"아빠 커피하고 도넛 먹을래. 니네들은?"
"슈어!"
"예이!"
그렇게라도 운진은 무시무시한 놀이 공원에 가는 것을 지연시키고 싶었다.
아주 오래 전 조카들과 숙희씨와 갔었던 허쉬 파크.
이제 그 곳을 딸들과 함께 간다.
"아빠. 괜찮아?" 챌리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응? 응. 왜?"
킴벌리가 제 입 주위를 딲는 시늉을 보내왔다.
그래서 운진은 혀로 입 언저리를 핥아서 잼이 묻은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딸 둘이가 아빠의 망설임이 저들의 짐작대로인가 보다인지 웃었다. 자꾸 저들끼리 마주 보며 웃는 것이 아빠의 심중을 아프게 때리는데...
아비는 입맛을 다셨다.
운진은 첫애가 엄마의 질을 밀고 나오는 것을 처음부터 다 지켜보았다. 생의 신비. 그래서 늘 시간에 쫓겼지만 어쩌다 큰애가 눈에 띄이면 안고 뽀뽀도 했는데. 그 애가 남의 딸이다.
작은애는 솔직히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지 못 했다. 그 애는 아비를 보면 물끄러미 보았다. 그는 처제의 말이 진실이길 간절히 바란다. 작은애만은 친자식이길.
킴벌리가 아빠 몫으로 남은 도넛을 집어 입에 물고는 렛쓰 고 하고 일어섰다.
챌리가 아빠 앞에 놓인 식은 커피를 집어들었다. "가면서 마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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