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 조가가 사랑이라든지 좋은 감정으로 함께 사귀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어찌됐거나 그 자는 슬슬 본색을 들어냈다. "어째서 나가 그 집에 들어가 살면 안 된다는겨?"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잖아."
"그 집이 임자 집 될 거라매?"
"그래두 재판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그럼, 시방 우리 이렇게 몰래 교미만 하자고?"
"뭐, 뭐?..."
영란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쌍말에 억장이 무너진다. 교미라니!
그 자가 다른 이유로 또 시비를 걸어왔다. 뱃속의 아이를 지우라는 것이다.
“내가 씨팔, 골볐냐? 남의 씨앗을 키우게? 떼라, 잉? 못 떼겠음 딱 반 짜르고 갈라서뿌려!”
"뭘 자르고 갈라서?"
"우리 동거하잔녀? 사실혼이랑개? 법적으로다 권리가 있다 이말여."
"그런 건 기간을 따지..."
영란은 잘못 걸렸다고 후회하지만 때가 늦었음도 안다. 그 자가 말도 없이 가게를 비웠던 날 전날까지의 매상을 따지다가 영란은 생전 처음으로 남자에게 따귀를 맞았다.
전에는 화가나부랑이의 아내에게 맞았지만.
“ㅆㅂ년이 엇다대고 엥겨! 니가 무신 상관이여! 니는 바람피고 난 안 돼냐?”
그 자는 소위 생활비를 안들여줬다. “별 ㅈ같은 소리 다 듣겠네. 생활비? 내가 시방 니 서방이냐?”
결국 영란은 그 자에게 그나마 없는 돈에서 뜯기면서 헤어지자고 했다.
그 자는 나갈 때 영란의 렠사스 차 옆구리를 북 긁고 갔다.
영란은 운진에게 연락했다. 상의할 일이 있다고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따로 시간을 못 내니까 오라는 대로 가게로 갔다.
영란은 뒷방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숙제하는 킴벌리를 보았다.
킴벌리는 눈만 들어서 엄마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전혀 어색하지않게 엄마를 남 대하듯 했다.
‘어쩜 저럴 수가!’ 영란은 마치 배신 당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아이의 낯이 무척 편해보였다.
영란이 운진의 안내하는 대로 카운터 안 의자에 앉는데, 챌리가 가게로 들어섰다.
챌리는 엄마를 얼른 못 알아보고, “아빠, 키미는?” 하다가, 엇? 하고, 놀랬다.
그래도 챌리는 엄마의 곁으로 왔다.
그런데 챌리가 안 쓰던 경어를 썼다. 안녕하세요, 엄마 하고.
영란은 어이가 없어 남편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운진은 손님의 돈을 받고 거슬러주면서 흘낏 하고 아내 쪽을 봤다.
그의 눈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제법 불거진 배를 봤다. ‘차라리 내 아이라고 우겼어도 난 받아줄 수 있었다, 이사람아! 어차피 챌리도 그랬는 마당에...’
챌리는 엄마에게 고개만 숙여 인사하고 캐리아웃쪽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아줌마?
"배고프니?"
"네!"
"뭐 줄까?"
"윙 세개요."
"치킨을 좋아하는구나?"
"맛있어요!" 챌리가 남에게 아양을 다 떨었다.
영란은 혼란해진 머리를 간신히 가다듬고 남편에게 가게에 대해 말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 가게를 당신 말대로 접수해야죠?"
“당신 몫이 될 거니까, 당신 맘대로 하시요.”
“당신이 팔아줘요.”
"그걸 지금 되팔면..."
본전도 안 나온다. 형록이 마지막으로 들려준 말에 의하면 조가는 아마도 물건들을 뒤로 다 빼돌렸고 이쪽에서 들이닥칠 것을 알고 튈 작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운진은 암말않고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조가를 퇴거시키려 했던 법적 구속력에 대해 묻고 아직 유효하다는 변호사의 말에 집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선 도어 랔(lock)부터 바꿔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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