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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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4. 05:10

   운진은 허쉬 파크라는 곳이 옛날에 와 봤던 그런 곳이 아님을 알았다.
이제는 대형 어뮤즈먼트 파크라는 칭호를 받을 만하게 그 규모가 제법 어마어마했다.
티켓 구매부터 출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마실 것 등등 운진은 과감하게 돈을 내놓았다. 
기왕 온 것 기분좋게. 부담주지 말고... "얘들아."
   "응?"
   "아빠?"
딸 둘이 기분 좋아 눈웃음까치 쳤다.
   "만일 아빠가 저런 거 타다가 허트어탴(heartattack) 걸리면 구해줄 거지?"
딸 둘이 서로 마주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가 하이 블러드 프레셔가 있잖아."
   "오케이!"
   "알았어!"
딸 둘이 아빠의 팔을 양 옆에서 꾹 잡았다.
   "아빤 사실 이렇게 딸들하고 데이트나 했으면 좋은데, 니들이 심심할까 봐."
   "슈어!"
   "데이트 해, 그럼."
딸 둘이 양옆에 달라붙어서 쭉 뻗기도 하고 꾸불꾸불하기도 한 보도를 걸으며, 운진은 비로소 사는 게 어떤 거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순간이었다.
그런데 딸들이 의외로 기구 타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다.
   "니네들 저런 거 안 타봤어?" 
   "Later!"
   "We don't have to."
챌리와 킴벌리는 이런 데에 와서 아빠랑 걷는 것 자체가 좋은 모양이었다.
   롤러코스터가 우르릉거리며 머리 위를 날아갔다.
세 부녀는 신기한듯 구경했다. 새카맣게 솟아오르고는 순식간에 또 사라지는...
챌리는 자꾸 도전을 충동받는 눈치인데 킴벌리가 자꾸 잡아 당겼다.
그 외 장난감 차 타는 것이라든지 회전하는 스페이스 정거장 등은 운진이 미리 줄을 섰다가 딸들이 달려오면 양보하는 그런 친절을 구사했다.
운진은 뒤에 섰는 이들에게 'two' 하며, 손가락 두 개를 보이는 촌극도 벌였다. 
두 명을 위해 순서를 지키는 것 뿐이라고 알리고 싶어서.
   공기총 쏘는 곳에서 운진은 옛생각이 떠올랐다.
쏘는 족족 표적을 명중시키던 숙희씨의... 멋졌던 자세와 몰래 훔쳐보며 감상했던 그녀의 늘씬한 몸매... 
숙희 그녀는 정말 팔등신 미녀가 울고 갈 만큼 쭉 뻗은 몸을 가졌다.
운진은 축 쳐진 배를 내려다 봤다.
   숙희씨도 이젠 늙어서 배가 이럴래나... 엇, 짜식! 지금 누굴 생각하는 거야!
챌리와 킴벌리는 총 쏘는 데서 근 사십불을 까먹고는 조그만 동물 인형 하나씩 얻었다.
둘은 그것들을 껴 안고 물고 빨며 좋아서 난리였다.
숙희씨는 버릴 정도로 많이 땄지... 나중에는 게임 관리하는 이가 그만 하라고...
   "아빠, 왜 웃어?"
   "뭐 보고 웃어?"
딸 둘이 아빠를 양쪽에서 잡고 흔들었다.
   "응?" 운진은 저도 모르게 옛생각에 젖어 미소를 지었던 모양이다.
딸들이 생전 보지 못했던 아빠의 미소를 보고 마치 외계인을 본듯 생소해 했다.
   "자아! 다음은 뭐지? 배들 안 고파?" 운진은 손뼉까지 쳤다.
   "밥은 나중에 집에 갈 때 먹자, 아빠."
챌리는 이제 아빠 소리가 척척 나온다. 그것도 아주 정감이 뚝뚝 떨어지게.
킴벌리가 길 가 벤치에 털썩 앉았다. "나 다리 에이크(ache)야, 아빠."
운진은 딸들의 다리를 만져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색하고 쑥스러웠던지 처음엔 망설이기까지 했다가 '그래!' 하고, 열심히 주물러주었다.
딸 둘이 양쪽에 앉아서는 아빠에게 아예 다리를 맡겼다.
아빠란 이는 딸들의 네 다리를 골고루 짚어가며 열심히 열심히 주물러주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큰애는 다리가 몹시 짧아서 작은애의 것보다 한뼘은 모자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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