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들을 잔 바람에 결국 학교를 빠지고 가게에 따라 나온 킴벌리는 뭐가 좋은 지 연신 아빠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올 때도 거들고 배달되어 온 물건들을 제법 의젓하게 점검도 했다.
작은딸은 점심으로는 튀긴 닭날개를 매운 쏘스에 발라 먹으며 아빠에게 계속 조잘댔다.
미워하는 선생의 얘기, 친구의 가정 얘기, 보고 싶은 영화 얘기 등등 쉬지않고 말을 이었다.
‘얘는 결국 말 상대가 없었던 거야. 이렇게 말을 잘 하는 애를...’
그러고 보니 작은애는 누굴 닯았는지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하다. '허! 섹시하게!'
어느 새 작은딸도 어엿한 숙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매력있는 모습으로.
캐리아웃 아주머니와 복권 아주머니가 킴벌리만 보며 아유 아유 하고 감탄했다.
아버지를 쏙 빼어닮았네 응 하며.
아빠가 딸에게 엄마한테 말을 잘 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려는데 딸이 알아서 한다고 한마디로 막았다. 그리고 아파서 하루 빠졌다고 결석계를 써 달라고 하면서 손으로 직접 써야한다고 부탁하는 것이다.
챌리가 학교를 끝내고 세시쯤 가게로 왔다. 챌리가 킴벌리에게 점심으로 무얼 먹었느냐고 묻고는 샌드위치 파는 쪽으로 곧장 가서 아주머니에게 저도 튀긴 닭을 달라 했다.
챌리도 인사성은 밝아 구십도로 절을 하고는 음식을 받아가지고 와서 킴벌리와 뒷방으로 갔다.
방 안에서 자매가 어찌나 재미있게 얘기하는지 웃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그래. 애들 엄마는 나한테 뒤집어 씌웠지만, 애들은 집에서 엄마한테 기가 죽은 거야. 엄마의 행실에 고민이 많았겠지. 특히 챌리는 나를 아빠처럼 제대로 대하지 못 했겠지.’
운진은 머리를 계속 주억거렸다.
조금 후에 챌리가 안에서 언성을 높여 말하는 바람에 운진은 뒷방문을 살그머니 열었다.
챌리가 셀폰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Are you crazy? Why should I go to that man! (당신-엄마- 미쳤어? 내가 왜 그 남자한테 가야 해!)”
킴벌리가 아빠더러 문 닫으라는 신호를 했다.
“He’s not my father! (그는 내 아버지가 아냐!)”
운진이 문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들은 챌리의 말이었다.
짐작컨데 영란이 챌리를 화가인 친아빠에게 보내려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챌리의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킴벌리가 나와서 아빠 곁에 조용히 섰다. “Dad. I wanna stay with Challie. Can we? (아빠. 난 챌리와 같이 있고 싶어. 할 수 있어?)”
운진은 대답 대신 작은딸의 어깨를 톡톡 쳐줬다.
작은애가 저를 위해서 엄마와 다시 합칠 수 있느냐고 물어서 그것을 아내에게 통고하니 그녀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혼하자더니 무슨 변덕이 나서 도로 합치자며 거절했다.
그리고 일요일날.
킴벌리를 따라서 챌리가 운진의 아파트로 왔다.
운진은 그때서야 작은애의 말이 이혼 재판 때를 말하는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운진은 영란에게 전화를 또 했다.
애들이 이리로 이사 나온 것에 대해 괜찮겠느냐고.
영란은 암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세 부녀는 백화점에 가서 주방기기와 식기들을 바리바리 사 들였다.
시장도 봐 왔다.
그 날 저녁을 세 명의 요리사가 좁은 부엌에서 난리를 피우고 근사하게 차려 먹었다.
킴벌리의 등하교를 챌리가 맡기로 하고.
그렇게 지내며 재판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챌리와 킴벌리가 방과 후 집에 가서 옷들을 잔뜩 옮겨왔다. 그리고 아빠는 큰애가 여자치고 의외로 칠칠 맞은 것을 배웠다. 그녀의 팬티가 욕실 바닥에 그냥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키미가 먼저 발견하고는 고개를 잘게 저었다.
집에서 살 때는 방들이 다 따로였고 아비는 아랫층에서만 뭉갰으니 윗층에서 어땠는지 몰랐다.
키미는 언니와 달라 질질 흘리고 다니지는 않는데 대신 옷을 대충 입는 스타일이었다. 긴 소매 셔츠는 어깨가 다 나왔고 추레이닝 바지는 엉덩이에 걸쳤다. 그렇게 입고 카펫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팬티 고무줄이 다 보였고, 챌리가 지나가다가 동생의 히프를 때렸다. 그러면 키미는 아파 하지도 않고 그저 입으로만 '비잇치' 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동생이 언니를 욕한 건데 언니가 전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걸 보니 둘 사이는 그러고 논 모양이었다.
키미가 방 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면 챌리가 쫓아가서 동생의 팬티를 끌어 올려 주었다. '빗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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