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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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4. 05:44

   영란은 패밀리 닥터에게 예약하고 갔다.
그 여닥터는 영란의 증세를 듣고는 청진기 같은 것도 안 대어보고 큰 병원을 바로 예약해주었다.
그 병원은 영란이 유산시도수술을 받은 곳이었다.
   "그 병원에 내 동창이 있어요. 잘 해 줄 거예요."
그래서 영란은 그 홈닥터가 뒷면에 필기체를 못 알아보게 휘갈긴 명함을 받고 병원으로 바로 갔다.
영란이 그 병원의 안내에 도착하니 홈닥터가 전화를 미리 해 놓았나 방문객 로그붘에 이름을 적고는 안으로 곧장 불려갔다.
영란은 내과도 아닌 산부인과로 안내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뱃속의 어디 병이 아니라 자궁경구암 판정을 받았다.
그녀에게 유산을 유도한 닥터가 차트에다 메모한 내용이 그제서야 밝혀졌다. 그가 어쩌면 암 부위를 발견한 것 같다는 약자를 써놓고 동그라미를 그렸는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병원에서 치료보다는 의학 지식에 대한 통역으로 한인 닥터를 불러왔다. 
   "자궁 제거 수술도... 어쩌면 늦은 단계입니다. 암이 자궁 안에서 입구 뿐만 아니라 질 안쪽으로 이미 많이 번져 있을 것 같다거든요. 더 원하시면 캩-스캔, 찍어보실 수 있는데요."
영란의 자격지심일까, 조금 거만해 보이는 남자 닥터가 어떤 스케치를 보며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아도 제대로 못..."
영란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닥터가 판토마임을 연기하는 것 같이 보였다.
이 닥터는 캣인가 뭔가 찍어보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아니면, 때가 이미 너무 늦어서 필요없다는 거야. 
영란은 두번째 반복되는 질문을 받고서야 반응을 보였다. "네?"
   "혼자 오셨습니까?"
   "네." 영란은 그 대답이 힘들고 죄지은 사람처럼 나갔다.
   "연락할 직계가족이 누굽니까? 만일에 경우를 생각해서..."
   이상하게 닥터가 곧바로 남편을 지적하지 않았다. 왤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영란은 그렇게 말하면 닥터의 입에서 '남편에게도요?' 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닥터가 이렇게 말했다. "혹시, 일 관계나 다른 이유로 많은 남자들을 접하셨습니까?"
   "네?" 영란은 문자적으로도 몸이 놀랬다.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하신, 하셨다면, 같은 자궁암이라도 이런 현상을 보이지 않거든요. 굉장히 불결한 상태를 유지하신..."
   그는 사뭇 경멸하는 기색을 역력히 내보였다. "상대는 어떤 부류였습니까?"
   "네?"
영란은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거나 단숨에 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기적을 바랬다.
그러니까 비록 암이 발생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에서의 상태와 셐스 파트너를 바꿔가며 막 산 여자가 보이는 상태는 전혀 다르다는 말이니 닥터는 당연히 남편 없는 여자로 판단한 것인지. 그런데다가 남편이 있다고 언급하면...
차라리 혼자 살면서 그랬다고 할까.
골프 선생은 듣기로 제법 되는 여인들을 꼬셔서 비밀거리를 만들고 금품을 갈취한 자. 
그래서 그 자 한테서 몹쓸 병을 옮았나.
조가는 할 때건 안 할 때건 그녀를 명기라 부르며 별 장난을 다 쳤다.
그래서 그 때 질을 다치고 암 같은 병에 걸렸나.
아니면, 화가 선생을 너무 이른 나이에 알아 다 자라지 못했던 질이 결국 탈이 났나.
아니면, 셐스 후 뒷처리가 귀찮아 내버려 두었던 습관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영란은 혼자 처리할 생각에 그렇게 물었다.
   "이 정도면, 느낌이 있으셨을 텐데요. 비정상적인 출혈이라던가 하는."
닥터의 그 말에 영란은 비로소 아 하고 놀랬다. 남편과 몇년 만에 가진 셐스 때 아팠던 기억. 
그 아픔은 골프 선생이나 조가와 했을 때 못 느낀 아픔이었다. 
그들은 큰 느낌도 못 준 사이즈들인데.
사실 다른 남자들보다 남편은 굵고 큰 편이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 처음 하는 것처럼 아팠다고 엄살을...
영란은 그 닥터에게 또 찾아뵙고 의논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그러니까 기형아 유도중절 시킨 닥터들도 암말 안 한 것이다. 그 때는 그 이가 와 있었는데.
통상 환자에게는 숨기고 직계가족을 찾아 중병을 귀띔하는 것도 없이 닥터들은 영란에게 암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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