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실로 들어선 운진은 말문이 막혔다.
영란은 온통 호스와 기계에 싸인 채 가랑이를 벌리고 침대 위에 뉘어져 있었다. 그녀의 활짝 벌어진 가랑이쪽에는 남자 의사 두 명이 무언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운진은 간호사 한 사람이 가운을 입혀 주는데 반응없이 아내의 축 늘어진 모습을 멍청히 바라다봤다.
그렇게 앙칼지고 남편을 속여가며 몸도 함부로 굴리고 돈도 모두 날려버린 여인이 지금 분만실 침대 위에 누워 자신에게 남들이 무얼 하는 지도 모르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눈이 멀 정도로 환한 조명 아래 영란의 새하얀 허벅지가 양 옆으로 힘 없이 벌어져 있고, 그와 대조되게 새카만 그녀의 음모가 불빛에 반짝였다.
그것은 곧 피임을, 운진은 알아차렸다.
고무장갑을 낀 의사 한 명이 그녀의 질 입구에 매달린 물체를 조심조심 끌어냈다.
으윽! 하고, 운진은 얼른 돌아섰다.
그 물체는 인간이 아니었다. 신의 실패작이었다.
“Oh, My!” 간호사 한 명이 신음 비슷이 탄식을 했다.
“We knew it! (그럴 줄 알았지!)”
“Goodness! (세상에!)”
경험이 많을 텐데도 의사 둘이 신음소리를 냈다.
그 물체를 쟁반 위에 담아 옮기는데 운진은 눈을 감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형태의 기형이 차라리 무서웠다.
운진은 끓어오르는 신음을 간신히 눌렀다.
설령 살았다 해도 인간 구실을 못 했을 바에야, 그래, 차라리 잘된 일일 지도 모르지.
일년 전인가, 영란이 골프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운진은 쾌히 동의했다.
“당신이 먼저 배워서 나중에 날 가르치면 되겠네?” 라는 말까지도 덧붙였다.
영란은 이미 여자골프회에 가입하고 남편에게 통고한 셈이었다.
골프를 치러 나가면 골프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선생에게 돌아가며 저녁 대접을 하고, 기분 내키면 이차 삼차로 노래방을 가곤 했다.
단연 영란의 꾀꼬리같은 목소리가 회원 중 으뜸이었다.
술들이 거나하게 올랐을 때 어느 여인이 목소리가 꾀꼬리인 여자가 명기(名器)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짜 좋은 명기는 안에서 뭔가가 닿는다고 했다.
영란은 그 말에 자신의 명기가 썩고 있음을 고백했다.
영란은 부부 행위 때 자신의 질 안에서 뭔가가 닿는 느낌을 늘 받았었다.
조롱과 야유가 따랐다.
"명기는 자꾸 써야 그 진가를 발휘하지, 썩혀 놓으면 소리가 안 나요."
평생 홀아비인 골프 선생이 노골적인 추파를 던졌을 때 영란은 웃음으로 넘어갔다.
그녀는 술김에 그렇다고 돌렸다.
노래방에서의 술자리가 끝나고 다들 밖으로 나왔는데 어찌하다 보니 영란만 남았고, 주위에는 골프 선생 외에 회원들이 안 보였다.
그 날밤 노래방 주차장에서 어떤 일이 있고 난 후, 영란은 골프 치러 나가면서 셀폰을 꺼 놓기 시작했고.
영아는 언니의 수상한 낌새를 차렸다.
골프 치러 가는 여자가 화장을 정성껏 하는 게 수상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언니의 친구이자 골프 회원인 주유소집 여자를 만나서 언니가 골프 선생과 단둘이 원정시합을 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언니는 경기에 참여할 실력이 전혀 아니라는 말도 들었다.
영아는 형부란 사람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아내에게 관심이 있는 지 없는 지.
아내가 외박을 하는 지 뭘 하는 지. 그 남자는 통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아랫방에 쳐박혀 잠이나 자고 눈 뜨면 가게에 나갔다.
누가 아내를 찾아오든 지 말든 지.
그녀가 누구를 만나러 나가든 지 말든 지. 그 남자는 통 알려고 들지도 않고, 아내란 이가 '원정 경기에 뽑혀서 간다' 하니 실력이 그 정도로 늘었느냐고 좋아했다고.
비가 와도 영란은 골프채를 메고 나갔다.
영아는 기가 막혔다.
그런 날은 언니가 골프 선생의 팔을 베고 있다가 오는 날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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