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록이 운진을 째려보며 픽픽 웃었다.
“씨발, 이혼할 여자 죽든말든 내버려두지 사서 고생이슈? 그러니, 씨발, 맨날 당했지! 에잇, 쪼다네.”
형록이 그렇게 말하자 영아가 그를 아플 정도로 등을 때렸다.
“아야! 안 그래? 뭐 미련이 남았겠느냐구! 나 같으면, 씨발, 죽든지 말든지 그냥 내버려 둔다.”
물론 형록은 악의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영아가 이번엔 형록의 팔을 스웨터 위로 꼬집었다.
챌리가 금새 눈물이 글썽해지며 형록을 노려봤다.
그런데 킴벌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Unfortunately, that’s my dad. (불행하게도, 그게 내 아빠야.)”
형록이 챌리의 시선을 피하며 영아를 보란 듯이 감싸안았다.
영아가 형록의 팔을 풀고 운진에게 다가왔다.
다가와서는 주머니에서 두껍게 반 접은 봉투를 건넸다. “라러리 머니도 다 가져왔어요.”
“오, 오, 참! 땡 큐! 땡 큐!”
운진은 돈이 든 봉투를 받아 호주머니에 넣었다. “야, 형록아. 일당 주랴?”
“일당은, 씨발, 누굴 놀리슈? 우린 갈 테니까, 누님이나 잘 보살피슈.”
“그냥 가면 내가 미안한대…”
형록이 영아를 감싸 안고 가면서 손을 크게 흔들었다.
영아도 조카들에게 손을 흔들고 갔다.
좋아 보이는 한 쌍의 모습이었다.
‘인사 치레로라도 뭐 하냐고 물어볼 걸. 왜 이러지? 맘은 안 그런데, 말이 안 나가네...’
운진은 묘해지는 자신의 기분을 속으로 나무랐다. 가게 아줌마 중 누가 연락했나 보지?
그는 사람들에게 많은 신세를 지며 산다고 생각했다.
챌리는 나이가 들었다고 뭘 아는 양 아빠의 안색을 살폈다.
‘둘이 좋아 보이니 다행이네. 그래, 네 여자라고 뽐내라. 아무도 얼씬 못 하도록 자랑해라. 그리고 제발 잘 살아라. 그리고 처제는 나를 용서하시요.’
운진은 진심으로 그들의 앞날을 비는 마음이다.
그리고 운진 그가 딸들이 먹다 남긴 스낵봉지들을 다 집어서 버리고, 병실로 돌아오니 영란이 없어졌다.
"Mom?"
"What the!..."
딸 둘이 일제히 아빠를 쳐다봤다.
“Wait here! (여기서 기다려!)”
운진은 딸들에게 신호를 한 후 병실 건너 접수창구로 갔다. 거기다 물어보니 응급실로 갔다는 것이다.
“She started bleeding. (그녀는 출혈을 시작했다.)” 하는 간호사의 말을 들으며 운진은 응급실 방향의 복도로 달렸다.
‘아이들을! 아냐, 일단 응급실부터 가 보고!’
그가 응급실 접수창구로 달려가서 이름을 대니 분만실로 가라고 간호사 한사람이 엘레베이터를 가리키며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 2층.
운진은 엘레베이터 옆의 비상 계단으로 뛰어서 올라갔다.
계단문을 밀어젖히고 나서니 사방이 더블 도어이고 복도엔 아무도 없다. 분만실로 가는 길이니 방들이 함부로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리라.
그가 두리번거리는데 처음 병실에서 영란의 혈압을 계속 재던 간호사가 문 하나를 밀고 나왔다.
“Hi! My wife! Where is she? (하이! 내 안사람! 그녀는 어디에 있소?)”
운진은 그 간호사의 팔을 거의 잡을 뻔했다.
그 간호사는 그가 팔을 잡으려는데 피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I was about to look for you. Follow me, please? (마침 당신을 찾으려던 참이다. 나를 따라오시죠?)”
“What’s wrong? How is she doing? (뭐가 잘못됐소? 그녀는 어떻소?)”
운진은 그 간호사를 따라가며 황급히 물었다.
“She’s in labor. Stillbirth. (분만중이다. 사산.)”
“Stillbirth? What is stillbirth? (스틸 버쓰가 뭐요?)”
“Baby is dead. (아기가 죽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운진은 다리 한 쪽이 휘청거렸다.
“Are you okay? (괜찮소?)” 간호사가 걱정된듯 물어왔다.
“Yeah, yeah, I’m fine. No, I’m not! (네, 네.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요!)”
운진은 울 것 같아 헛기침을 크게 했다. 아이고, 저 여자 팔자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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