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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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4. 05:27

   영란은 그런 삶으로 해를 넘기더니 어느 날 낭패한 얼굴로 동생 영아에게 접근했다.
   “얘, 내 멘스가 언제 언제지?” 
언니의 그렇게 묻는 것을 보는 순간 영아는 형부를 속으로 욕했다. ‘스투핏(stupid) 같은 남자네! 무슨 결혼 생활이 저래!’ 
   그 후 영아는 형부를 노골적으로 깔보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같이 일하면서 툭 하면 형부를 무안주었다. 같이 일하는 형록이 영아에게 때때로 싸가지가 있느니 없느니 했을 뿐 정작 형부는 내색도 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아는 언니가 집 안에 숨겨놓은 돈을 꺼내 세는 걸 봤다. 
동생이 접근하자 영란이 허겁지겁 돈을 백에 쑤셔넣는 것이었다.
   “언니, 뭔 돈을?”   
   “넌 몰라도 돼!” 
영란이 쏴 부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
안방 침대 머리맡 쪽 벽에 걸린 액자의 뒤에 금고가 설치된 것을 그 날 알게 된 영아는 언니가 집을 완전히 떠난 걸 확인하고, 행여나 하며 금고 손잡이를 돌려봤다. 
힘 하나 안 들이고 금고문이 열렸다. 
앗! 하고, 영아는 처음에는 놀랐다가 그 안을 들여다봤다. 
여러가지 종이장들이 아무렇게 들어있고 돈다발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영아는 가슴이 콩당 뛰고 겁이 났다. 
그녀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얇아 보이는 돈다발 하나를 집어 가슴에 넣고 금고문을 닫았다.
가슴에 집어 넣은 지폐가 미끄러지며 살갗을 긁었다. 
가슴을 손으로 바치고 안방을 나온 영아는 한달음에 건넛방으로 달려 들어가 문을 안에서 잠갔다. 
가슴에 넣은 돈다발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대충 세어보니 백불짜리로 백장 즉 만불은 족히 될 것 같았다.
    ‘이 금액이면 금새 탄로날 텐데! 내가 금고문을 잠갔으니 도로 집어넣을 수도 없고, 큰일났다! 그러면 언니는 몇 개를 갖고 나간 거야! 한 열개는 되는 것 같던데. 십만불씩이나?’ 
지문! 하고, 영아는 복도에 달린 화장실에서 종이를 적셔서 안방으로 갔다.
그녀는 그 적신 종이로 금고 손잡이 주위를 딲았다.
그렇게 해서 제 지문 뿐만 아니라 언니의 지문까지도 말끔히 지워준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 후로 영아는 집에 사람만 없으면 금고문이 먼저처럼 덜 닫혔거나 안 잠겼기를 수차례 염탐했다.
그 후로 영란은 돈을 더 꺼내 갔을 텐데 금고문을 덜 닫거나 안 잠그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운진이 돈 액수가 틀림을 물었을 때, 영란은 친정집에서 급히 쓸 데가 있다 해서 돌려줬다고 했고, 그는 액면 그대로 믿었다.
 
   그 후로 정신이 홀랑 빠진 영란은 툭 하면 친정에 볼 일이 있다 하고, 아주 대 놓고 외박을 시작했다. 
처갓집을 원수 보듯 하는 운진인 지라 절대 친정집에 전화로 연락할 리가 없다는 영란의 속셈은 적중해서 어쩌다 그가 셀폰으로 전화하면 마치 친정에 있는 듯이 연기를 했다. 
   한번은 골프 선생과 나체로 애무를 하는 중인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영란은 골프 선생의 혀가 아랫도리를 한창 놀려 신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마치 친정에 대해 화가 난듯이 식식거리며 처리한 적도 있었다고. 
처음엔 양심에 찔려 조금 미안했었는데 나중엔 남편의 전화에 짜증을 냈다. 
   그런 후로 남편은 아내가 친정에 갔다는 날은 절대 전화를 안 했다. 

   영아는 얼마 후 오빠인 영호를 통해서 언니가 골프 선생을 혼내 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골프 선생이 영란을 더 노골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호가 조가를 소개했다. 
한국에서부터 원래 싸움패인 조가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골프 선생을 손도 안 대고 말 한 마디로 떨어지게 해 주었다. 
어차피 골프 선생은 영란을 피하는 입장이었다. 
암만 명기라도 계속 먹어보니 싫증났고, 어디서 새 호구여편네가 생긴 판이라.
영란에게서 조가에게 돈이 오갔고, 조가가 남편에게 밝히겠다는 엄포에 영란은 주저없이 조가 앞에서 옷을 벗었다. 그 뿐만 아니라 첫가게를 조가에게 헐값에 팔았다.
그리고 조가가 트집 잡아 잔금을 안 갚는 뱃짱까지 내보인 것이었다. 
Blah, blah...
   그렇다면 영란의 친정집은 어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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