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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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4. 05:32

   영란에 대한 조가의 괴롭힘은 그치지 않았다. 
툭 하면 집으로 찾아왔다. 
영란이 견디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해야 그제서야 마지 못 해서 갔다. 
아니면, 전화를 쉬지 않고 걸어왔다. 
건물에서 쫓겨날 때 길 가로 쏟아내진 물건들을 태반은 도둑 맞았는데 그 변상을 해 내라고 협박도 했다. 그 행위는 그 쪽 변호사에게 항의한 후에 수그러들었다.
그 자는 찾아오거나 어쩌다 재수없이 마주칠 때마다 뭔가를 털어야 물러섰다. 최근엔 운진이 예전에 큰 맘 먹고 사준 금줄 손목시계를 강제로 빼았겼다. 
   영란이 의논 차 운진을 가게로 찾아갔는데 그 때 그가 마침 딸들과 저녁을 먹으러 나가던 길이라는 걸 알고도 선뜻 따라갈 염치나 용기가 안 났었다. 
게다가 딸들이 보여준 냉정함이 그녀의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다. 특히 챌리가 그러는 데에는 땅을 치고 통곡을 해도 슬픔이 가시질 않을 것 같았다. 
제 애비가 아닌 걸 알면서도 단지 기른 정 때문에, 기르기나 했나, 그런데 언제부터 아빠라고, 어미를 마치 괴물을 본듯 피해가다니! 게다가 현재 엄마 아빠의 이혼소송이 저 때문인데 저래도 되는 건지.
영란은 챌리의 법적 위치를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혼동되었다.
키미도 아빠를 언제부터 그리 잘 알았다고 곁에 찰싹 달라 붙어서 가나! 

   영란은 유산의 후유증으로 발이 퉁퉁 부어 오르고 소변이 잘 안 나오는 고통에 시달렸다. 
신장이 안 좋다는 한의사의 처방대로 약 두첩을 다려 달래서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먹기만 하면 설사를 했다. 
그녀는 결국 몇번 먹다가 치워 버렸다. 
그런데 부기는 조금 빠진 듯했다.
   얼마 전부터는 아랫배가 묵직하고 기분이 몹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소변 후의 느낌이 몹시 안 좋았다. 
그래도 어디 가서 의논할 데가 없었다. 친정은 정작 신랑 보다 더 냉냉해 굴었다. 
여동생은 어떤 남자를 만나서 뭘 하며 동거 생활 한다고만 들었다.
영란은 하는 수 없이 남편 운진에게 전화를 넣었다.
가게에서 귀에 설은 음성의 여자가 '오선생님 지금 잠깐 나가셨다' 고, 셀폰으로 연락하라는 친절한 안내를 했다.
   "그 이 셀폰 번호를 모르는 데요?" 영란은 그 여자를 떠봤다.
   "아아, 그러세요. 저기 라러리 찍는 분이 제 엄마신데요, 물어봐 드릴께요?"
그래서 영란은 남편이 같은 번호로 전화기를 하나 뺀 것을 알았다.
운진은 전화에 바로 응답했다. "웬일이요?"
   "의논 좀 해요."
   "무슨 일인데..."
   "아무래도 내가... 죽을 병이 들었나 봐."
   "병원에 운전하고 갈 기운도 없어서?"
   "그게 아니구..."
영란은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집 전화기는 다시 울리지 않았다.
   영란은 문이란 문은 모두 걸어 잠그고 하루종일 목놓아 울었다. 
울음이 안 나오면 서러운 생각을 자꾸 끌어내어서라도 억지로 울었다.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목만 쉬어 버리고 탈진되어 이틀 가량을 누운 자리에서 꼼짝을 못 했다. 
   ‘내가 지금 천벌을 받고 있는 거야…’
그렇게 자신을 자책하니 그제서야 진정으로 속에서 끓어오르는 울음과 뜨거운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자기, 미안해요. 용서해. 
그리고 영란은 집 변호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영호가 벌금형으로 처리되어 풀려나온다고.
   "벌금은 얼만데요?" 
영란은 그 말을 힘들게 내보냈다. 집에 돈은 내가 다 내다 탕진했는데 벌금 낼 돈이 어딨담.
   "미세스 오... 와 이혼수속 중이신..."
   "우리 애들 아빠가요?"
   "여러가지 복잡한 가정 문제로 스트레쓰를 받아 그랬다고, 선처를 바란다고 하셔서..."
   "우리 애들 아빠가요..."
   "그래서 드랖 됐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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