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영호를 집 앞에 내려주었다.
영란이 전화로 아프다고 말해서 운진은 영호를 구치소에서 만났던 것이다.
"누나가 아픈 모양이던데."
"집엔 아무도 없어, 그럼?"
영호가 마치 건달처럼 상을 썼다. "애들은?"
"내려라."
"씨발, 진짜 좆같이 구네?"
"이 자식이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었나? 얼른 내려!"
"하여튼 그렇게만 하슈, 응? 내, 씨발, 영아년하고 당신하고 딱 붙어 있는 거 보기만 해. 내, 씨발, 두 년놈을 한데 발라 버릴 테니."
"입만 살았구나. 덜 떨어진 놈. 내려!"
영호가 벤즈 차에서 내려서는 문을 부서져라고 닫았다.
'나이를 헛먹은 놈!' 운진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앞마당 잔디에는 비닐 봉지에 넣어진 신문이 여러개 나뒹굴고 있다.
바깥의 우편함은 꽉꽉 차서 흘러 넘쳤다. 우편배달부도 무던한 사람인지 더 들어갈 자리가 없는 데도 계속 쑤셔 넣은 모양이었다.
그걸 힘들게 빼내는 손이 있었다. 영호였다.
집 현관문은 아예 잠겨 있지도 않았다.
그는 누이를 이층 큰 침실에서 발견하고는 윽! 하고 놀랬다.
영란은 완전히 귀신의 형상을 하고 침대에 널부러져 할딱할딱 숨 쉬는 것만 빼고는 마치 죽어 자빠져 있는 것처럼 하고, 가는 신음소리를 냈다.
“ㅆㅂ, 죽은 줄 알았잖아! 근데 애들은 다 어디 갔어?”
영호는 무서움에 소리부터 질렀다.
영란은 사람의 목소리를 느끼고 머리를 들려고 했지만 그나마 목 하나 움직일 기운 조차도 없었다. 그래서 대신 손가락 끝을 움직거려 반응을 보이려 했다.
영호는 순간적으로 느낀 두려움에 누이의 방을 나와 아랫층 리빙룸에서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손가락이 번호판에 가 닿았지만 정작 번호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영호는 문득 부엌 벽에 붙은 종이 쪽지를 기억해 냈다. 그 종이 쪽지에는 온갖 전화 번호들이 총천연색 글씨들로 적혀 있다. 영호는 챌리의 셀폰 번호를 찾아 걸었다.
'어떻게 집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 다들 어디 간 거야! 아, 씨발, 괜히 왔네.'
챌리의 셀폰은 몇번을 걸어도 음성 메세지만 나왔다.
영호는 하는 수 없이 가게로 전화를 했다.
“Countyline liquor, can I help you? (카운티라인 리꺼-가게이름, 도와드릴까요?)” 대답하는 음성이 챌리였다.
“야, 임마! 너 왜 핸드폰 안 받아!” 영호는 다짜꼬짜로 소리부터 질렀다.
“누구세요? 삼춘?”
“그래, 임마! 너 왜 가게 가 있어! 엄만 아파서 죽기 직전인데!”
“엄마, 아퍼, 삼춘?”
“그래, 임마! 이것들이 뭐 어떻게 된 거야! 너 왜 거기 가 있는 거냐?”
“엄마가 많이 아퍼?”
“가게 니네가 봐? 응? 이런, 씨발?”
“왜 밷 워드 써!”
챌리의 음성이 멀어졌다.
곧 이어 운진의 음성이 들렸다. “여보세요!”
“아니, 씨팔, 이혼 끝났나 본데, 아무리 그렇다고, 사람이 죽어가는 데도 들여다도 안 봐?”
“누군가 했더니, 이 새끼가 얻다대고! 이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모양이네?”
“어? 새끼? 아, 씨팔!”
“아직도 멀었군, 이 새끼! 뭔 지랄로 전화야!” 운진은 통화를 끊었다.
챌리가 삼촌의 싸가지 없는 전화 예절에 짜증을 냈다.
그래서 그걸 눈치챈 아빠가 수화기를 뺏어들고는 똑같이 싸가지 없이 대해 버린 것이다.
영호는 매형이란 인간이 언제부터 거칠게 나오더니 이젠 아예 시작부터 막이라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고 보니 쪼다처럼 군 거 다 쑈였나? 원래는 한가닥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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