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벌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와서는 아빠의 목을 얼싸안았다.
그리고 언니를 손짓으로 불렀다.
챌리는 오지 않고 제 자리에 서서 울기만 했다.
운진은 자신의 소송을 맡은 변호사와 굳은 악수를 하고 영란의 변호사와도 악수를 했다.
영란은 고개를 외로 꼬고 운진을 외면했다.
방청석의 반은 채웠을 그녀의 친정 식구와 친척들이 운진을 노려봤다.
물론 그 속에는 장인 최 장로와 영호가 빠졌다.
운진이 복도로 나가는데 그의 어깨를 툭 치는 손이 있었다.
그가 돌아다 보니 형록이었다.
운진은 형록의 손을 움켜쥐고 그를 얼싸안았다.
그가 너무 고마워서 말은 안 나오고 그저 그를 계속 끌어안았다. “와 줘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형록의 뒤에서 영아가 킴벌리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운진은 저도 모르게 영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셨어요, 형부? 아참, 이젠 형부가 아니시네.” 영아가 환히 웃었다.
운진은 형록의 손을 계속 잡은 채 영아에게 또 인사했다.
그 때 누군가가 곁을 홱 스쳐가며 밖으로 뛰어나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챌리! 아빠, 챌리!” 킴벌리가 소리를 질렀다.
약 반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운진은 챌리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었다.
밖은 기온이 떨어져 제법 추웠다.
운진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차들 사이로 뛰어가는 챌리를 발견했다.
챌리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차 문을 열려 했다.
“챌리야!”
운진은 온 주차장이 떠나가게 소리를 질렀다. "챌리!"
챌리의 머리가 이내 차 사이로 사라졌다.
멀리서 차의 시동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미를 위해서라도 챌리가 필요하다!’
운진은 돌계단 위에서 챌리의 블루색 차가 어느 방향으로 올 것인지 지켜봤다.
법원의 주차장을 나가려면 천상 계단 앞을 지나야 큰 길을 만난다.
챌리의 블루 차는 빠르게 왔다.
그 차가 멈출 기색이 아닌 줄 안 운진은 계단에서 내려서며 손을 내뻗었다.
챌리가 아빠 운진을 피해 가려하다가 급정거를 했고, 등 뒤에서 킴벌리가, "챌리!"하고, 불렀다.
그런데 챌리의 차로 접근하는 또 한사림이 있었다.
키가 호리호리하고, 척 봐도 예술가 쯤은 됨직한 사내였다.
그는 허옇게 샌 머리를 길게 길러서 포니테일을 했다.
그 자가 챌리의 차에 거의 도달했을 무렵, 챌리의 차가 그의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앞으로 약간 전진했다.
"당신 누구요!"
운진이 그를 향해 내달을 찰라, "놔둬요!" 하며, 그를 잡는 손이 있었다. 영아였다.
그 바람에 운진은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질 뻔했다.
영란이 그 자를 향해 갔다.
영아가 운진을 계속해서 사정없이 잡아끌었다.
형록은 연유도 모르면서 영아가 하는 대로 운진을 잡아당겼다. "저 치 누군데?"
"챌리 아버지." 영아가 조그맣게 말했다.
"체!"
운진이 두 사람의 손을 뿌리쳤다. "키미! 챌리 하고 먼저 갈래?"
킴벌리가 아빠에게 돈을 달라는 지 손을 내밀었다.
운진은 바지주머니에서 만져지는 대로 돈을 꺼내 작은딸에게 주었다.
영란이 그 자를 모질게 떠다 밀고 있었다.
"무슨 부스러기라도 떨어질까 봐 줏어 먹으러 왔어? 나쁜 인간 같으니라구!"
영란 특유의 앙칼진 음성이 차가운 공기를 울려 나갔다. "채리 양육비 안 준 거 여기서 재판할까?"
운진은 아내의 음성에서 아픔을 참는 기색을 전달받았다.
킴벌리가 챌리의 차에 타고 그 차는 곧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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