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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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5. 04:25

   아파트로 와서 챌리는 계속 울기만 했다. 
킴벌리는 그녀의 옆에 앉아 등을 어루만지기만 했다. 아빠 운진은 베란다에서 주차장을 내려다보며 챌리의 울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걸 감지하고 소파로 와서 두 자매와 나란히 앉았다. 
킴벌리가 무슨 말 좀 하라고 아빠를 눈짓으로 재촉했다.
   “챌리야.”
아빠의 부름에 챌리는 고개를 깊이 숙이고 이젠 흐느낌으로만 어깨를 들썩거렸다.
   “나 말야, 네가 필요해. 킴벌리 언니잖니. 내가 너의 아빠냐 아빠 아니냐를 떠나서 킴벌리가 너를 필요로 해. 그렇잖니, 내가 이제야 너희들 얼굴을 가까이 보지, 언제 볼 새가 있었니? 난 맨날 가게에만 나가 있었잖니. 사실 킴벌리는 네가 키운 거지.”
챌리의 백 속에서 셀폰이 울었다.
챌리는 가만 있고 킴벌리가 언니의 백을 뒤져 셀폰을 꺼냈다.
   “챌리. 맘...” 킴벌리가 속삭였다.
챌리가 셀폰을 받아서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ignore(무시)’ 단추를 눌렀다.
   “맘이야.” 킴벌리가 또 그러나 이번에는 아빠에게 속삭였다.
   “챌리야. 난 네 엄마와 살던 아빠야. 이십년 동안 날 아빠라고 불렀구, 난 너를 내 딸로 알았지. 내가 네 엄마보고 이혼하자면서 너를 내 딸 아닌데 속였다는 핑게는...”
킴벌리가 아빠 운진의 팔을 꼬집었다. 그리고 킴벌리가 눈을 부릅떴다.
   “그래. 난 말주변이 없어서 말을 잘 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망치지. 그래. 딱 이 말만 하자. 판사도 네 의향에 달렸다 하니, 네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데,”
킴벌리가 또 눈을 부라렸다.
   “나도 너를 같이 살았으면 하고, 또 킴벌리가 저 야단이니 어때, 같이 살자?”
챌리가 흐흐흑!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의 목에 매달렸다.
운진은 킴벌리를 보고 눈짓으로만, ‘내가 또 뭘’ 하고, 짐짓 화낸 체를 했다.
   챌리가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연신 울면서 말했다. 
   “그 조? 조란 남자가 집에 왔을 때마다 절 자꾸 건드리려고 해요. 엄만 어디서 그런 남자의 꾐에 넘어갔는지. 지난 두 달 동안 전 오늘의 재판을 기다리며, 진짜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어요. 어쩌다 집에 가 보면 그 자는 엄마한테도 욕을 막 해요. 년자 붙여가며. 오늘 만일 판사가 절 안 풀어줬으면, 만일 엄마랑 살라고 했으면, 저는 집을 나가려고 했어요. 근데 아빠는 다른 사람들 하고만 얘기하고 절 의식적으로 외면하시더라구요.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See? (봤지?)” 킴벌리가 아빠를 툭 쳤다. 
운진은 챌리에게 미안한 마음에 목이 메었다. 
   “아냐. 난 너를 외면한 게 아냐. 오히려 내가 널 볼 면목이 없었어. 널 핑게로 이혼 소송을 해야 된다고 변호사가 주장하길래 할 수 없이 동의는 했지. 니가 받을 상처는 생각 못 하고. 그래서 사실은 널 어떻게 말을 거나 망설이고 있었어. 근데 마침 킴벌리가 날 띠다 밀길래 널 쫓아갔지. 니네들 날 잘 알잖니. 난 숙기가 없어. 근데 사람들은 나 보고 건방지고 무뚝뚝하다고 그러는데, 사실은 내가 겁이 많아.”
킴벌리가 소리 없이 웃었다. "That's bullshit, dad..." 
챌리도 웃음이 울음과 섞여 칭! 하고, 콧물을 터뜨렸다. 
   "치킨이라 엉클을 때려?"
킴벌리가 새삼 아빠의 주먹을 어루만졌다.
   “사실은, 엄마가, 설마 아빠가 감히 이혼까지 가리라고는 상상을 안 했어요.” 
챌리가 비로소 아빠 운진을 쳐다봤다. 챌리가 눈이 퉁퉁 부었으면서도 이제는 표정이 밝다.
   “그랬겠지. 그러다 말겠지, 했겠지.” 
   운진은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체! 끝끝내 날 물로 보구."
   “근데 아빠가 끝끝내 밀고 나가니까, 이번엔 그러더라구요. 아빤 말은 살살해도 한번 한다면 한다구.”
   “왜 맨날 바본줄 알지, 왜.”
   “그리구 이모가 끝끝내 엄마 말을 안 들어준 거예요. 그러니까 얼마 전부터 포기 비슷이 했어요.”
   "근데 챌리, 한국말 정말 잘 한다."
아빠 운진은 정말 감탄했다. 여기서 태어나 자란 애들은 거의가 우리말을 못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챌리는 똑 떨어지는 발음에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모의 영향력... "아빠보다도 한국말을 더 잘 아네."
킴벌리가 언니의 볼을 매만졌다. "You're gonna have to marry Korean man? (한국 남자 결혼해야하지?)"
챌리가 동생에게 뭐라 하려는데 이 아파트 전화가 때르릉 하고 울어댔다.
다들 누구지 했다.
그런데 챌리가 얼른 달려 가서 받았다. "헬로?"
   "이모야, 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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