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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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5. 04:28

   “형록이를 보고 놀랜 이유는 뭐요?” 
   운진이 영란에게 물었다. "누구 비슷한 사람이 어디 또 있나 보지?"
   “응, 아니, 저어, 난 딴 사람인 줄 알고.”
   “누구?”
   “아니, 있어요. 금, 애들이랑 저녁 잘 먹고 와요.”
   “무슨, 할 말 있소?”
   “얼릉 가요. 내 나중에 연락할께.”
   “그러든지.” 
운진은 같이 가자고 권유하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사뭇 냉정한 척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제 엄마를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는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이 때 만큼은 운진 자신도 피하고 싶었다. 
   ‘우린 이혼한 사이잖아. 자꾸 어울리면 장난도 아니고 아이들한테 혼란만 줄 것 같애.’
운진은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영란과 운진이 떨어지는 기색이자 하얀 밴 한대가 휙 달려와서 운진 앞에 멈췄다.
밴 옆문이 열리고 킴벌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Get in, dad! (타, 아빠!) 배고파 죽겠어!”
운진은 영란에게 목례를 보내고 나서 밴에 올랐다. 
 
   “이젠 킴벌리도 말을 잘 하네? 언니한테 배웠어?” 운진은 딸을 칭찬했다.
   “아니, 이모.”
   “으응.”
   “가게, 응? 스토어, 낼 오픈할 거야, 아빠?”
   “그래야지.”
   “나도 나갈 수 있어?”
   “넌, 아직 마이너라 안 될 텐데?”
   “이모하고 나하고 했는데?”
   “오, 참! 그랬구나.”
운진은 킴벌리의 서투른 발음을 새겨 들으며 대화를 하다가 언뜻 잠잠한 챌리가 맘에 걸렸다. 챌리는 입을 꾹 다문 채 창 밖의 지나가는 밤풍경을 내다보고 있었다. 
챌리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음을 눈치챈 아빠는 말을 걸려다가 그만 두었다.
앞의 옆자리에 탄 영아가 뒤를 돌아다봤다. “챌리야. 늦게까지 여는 그 식당 이름이 뭐라구?”
그제서야 챌리가 고개를 돌려 차 안을 돌아봤다. “창원식당.”
   “몇가?” 형록이 백 거울을 보고 채리에게 물었다.
   “25th Street. (25가.)”
자연 운진과 챌리의 눈길이 마주쳤다. 
운진은 그냥 미소만 보여줬다. 속심정은 미안하지만 어째 달리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올 수도 없고 아이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지 그냥 걱정만 됐다. 아마도 뒤에 떨구고 온 엄마 때문인 지... 
그리고 보니 밴 안은 놀러갈 때 좋도록 잘 꾸며진 호화판이었다.    
밴차는 소리도 별로 안 내고 묵직하게 잘 달렸다. '자식! 역시 특이한 놈이야. 이런 걸 다 사고.’
   “차 좋다, 야! 이거 중고냐?”
   “예, 형님. 중고예요. 내 주제에 새 거 살 돈이 있나요?”
   “새 건 얼마나 하는데?”
   “새 건, 아마 사만불 넘을 걸요?”
   “사만! 뭐, 중고라지만 깨끗하고 새 거네, 뭐. 잘 샀다, 야.”
   “들었어?” 형록이 곁에 탄 영아를 쳐다봤다.
영아가 뒤를 보고 말했다. 
   “근데, 낮에 보면 지저분해요. 이 차에다 물건을 떼어오니까 우유도 흘리고.”
운진은 차 안을 또 둘러봤다. "좋네, 뭐. 여행 갈 때 좋겠다."
키미가 챌리에게 여행 하고 물으니 챌리가 추맆 하고 대답했다.
키미가 오오 하고는 잠잠해졌다.
영아의 고개가 앞으로 고정된 채 돌아오지 않았다.
운진은 입 딱 다물고 운전만 하는 형록을 훔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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