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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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5. 04:29

   운진은 다시 챌리와 킴벌리를 돌아다봤다.
챌리는 시트 등받이에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킴벌리는 어디서 났는지 헤드폰을 쓰고 여기저기 밖을 내다보며 흥얼거리고 있었다.
운진은 챌리에 대한 불안감이 자꾸 들었다. 
   ‘애가 혹시 우울증은 아닌가? 그러면 큰일인데…’
차가 어디엔가 갖다 대어지고 멈췄다.
킴벌리가 제일 먼저 내리고 운진이 내린 다음에 챌리가 조심히 내렸다. 
챌리는 주저하는 기색 같았다.
형록이 영아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내가 쏘겠소, 형님!”
형록의 그 말에 영아가 어깨를 털어 그의 손을 치우게 했다.
영아가 형부를 얼른 봤다.
뒤따라 들어가는 킴벌리가 좀 묘한 표정으로 아빠와 이모를 번갈아 봤다.
챌리가 몸으로 동생 킴벌리를 밀었다. "Go!"

   식당 안은 늦은 시간인데도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앞장 서서 들어가는 형록은 이미 아는 사람을 거의 테이블마다 만났다. 그는 어떤 이에게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어떤 이에게는 손에서 딱 소리나게 악수하고, 어떤 이에게는 손만 흔들었다. 
어떤 젊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영아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다. 
영아도 그에게는 깎듯이 인사를 했다. 
형록이 그에게 가서 악수를 하며 매우 절친한 인사를 주고 받았다.
운진은 웨이터에게 먼저 자리를 안내받아 앉으며 주위를 슬그머니 돌아봤다. 아는 얼굴이라고는 하나도 안 보였다. 새삼 형록의 사교성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미국 온 지 이제 십년 조금 넘었겠구만, 이십년 넘은 나 보다도 아는 사람이 더 많어? 시발놈이네...’ 
메뉴붘이 날아져 왔을 때 운진은 기회를 틈타 챌리에게 물었다. “챌리야. 나는 뭐를 먹을까, 응? 여기 뭐 잘 하는데? 네가 말해볼래?”
그런데 킴벌리가 끼어 들었다. “I want me a Korean pizza! (나 코리안 피자-빈대떡-먹을래!)”
   “그건 밥이 아닌데?”
   “So? (그래서?)”
   “그럼, 킴벌리는 그거 시켜서 아빠랑 노나 먹고, 응? 챌리야?”
아빠의 그 말에 챌리가 메뉴북을 잠자코 들여다 보더니, “아빠, 술 하실 거예요?” 하고, 물었다.
   “술?” 하고, 운진이 되묻는데, 형록이 그제서야 자리로 다가와서는, “당연하지, 임마!” 하며, 챌리에게 군밤을 먹였다. 
   "내숭은, 자식!"
그리고는 그가 영아의 옆자리에 털퍼덕 앉았다.
영아의 손 하나가 경계하듯 얼른 움직였다.
운진은 형록의 군밤을 먹은 챌리의 안색을 얼른 살폈다. 
그런데 얻어 맞은 챌리가 혀를 쏙 내밀고 웃었다.
   “너 일러, 니네 아버지한테?” 형록이 챌리를 째려봤다.
   “아아, 알았어요! 아빠, 매운 갈비탕이랑 술 드세요. 여기 매운 갈비탕 잘 해요, 네?” 
챌리가 아빠에게 메뉴붘을 도로 들이밀었다.
   “그래? 그래, 그럼 나 그거 시켜주라.”
   “술부터!” 형록이 웨이터가 서 있는 방향으로 손짓을 했다.
모두들 일사불난하게 음식들을 시켰다.
소줏병이 날라져왔다. 잔은 두개였다.
   “김형! 잔 두개 더 줘야 매상이 오르지!” 형록이 웨이터를 다시 불렀다. 
곧 잔 두개가 더 왔다.
   “네개?” 
운진이 놀라니, 형록이 혀를 찼다. “허허이! 이렇게 몰라서야 어떻게 챌리 아빠를 한단 말요!”
아비는 큰딸을 쳐다봤다. "왜?"
챌리가 두 손을 내저었다. “아저씨! 배신자! 아저씨하고 나 말 안 해!”
   "배신자라니?" 운진은 어리둥절했다.
영아가 술잔 하나를 옆으로 옮겼다. 주책 하고 낮게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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