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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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5. 04:30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마치 뭘 안다는 듯이.
   “괜찮아, 임마. 니네 아버지 치킨이라 암말도 못 해.”
   “누가 치킨이냐, 임마! 너 내 딸한테 뭔 짓 했냐?”
   “뭔 짓은, 씨발, 내가 죽고 싶으면 뭔 짓은 못 해? 이 옆에 있는 영아씨한테 물어보슈.”
   “아이고오, 우리 인제 큰일났다!” 영아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챌리야. 너 술 먹냐?” 운진이 큰애에게 물었다.
   “아, 아뇨! 저 아저씨가 장난하는 거예요, 아빠.” 챌리의 얼굴이 빨개졌다.
   “너 미쳤냐, 임마? 열아홉짜리 한테 술을 멕이구!”
   “열아홉은, 씨발, 스물이지. 그리고, 내가 멕였수? 이모가 멕였지?”
   “허엉?” 운진은 영아를 쳐다봤다.
   “에이구! 같이, 못, 다, 니겠네!” 영아가 형록의 어깨를 몇차례 때렸다.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영아의 말이 엄마 아빠의 이혼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챌리가 하도 힘들어 하길래 술을 조금 먹여서 재우려고 샘페인을 하나 터뜨렸다고 자백했다.
   “으으, 난 또오. 샘페인이야 알콜 농도가 낮으니깐, 뭐.”
   “그 다음엔 맥주였지?” 형록이 놀렸다.
   “맥주도 멕였어?”
   “그 다음엔 양이 안 찬다고, 아야!” 형록이 비명을 질렀다. 
영아가 그의 팔을 꼬집어 비틀었다. 
그래도 계속 주절거리려는 형록을 영아가 밀어부쳤다. 
그래도 형록은 계속 주절거렸다. “위스키로 둘이 취하도록, 아야!”
운진은 챌리를 돌아다봤다. “맛있대?”
   “아뇨! 맛, 없었어요!” 챌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챌리가 혀를 쏙 내밀며 고개를 떨구었다.
   “형님 같은 샌님이나 늦게 술 배우지, 요즘 애들이야 안 봐서 그렇지, 씨이!”
운진은 한참 있다가 말했다. 
   “실은 나도 한국에서 고등학교 때 술 담배 시작했는데, 뭐...”
   “고 봐! 그래 놓고 딸 보고, 아야!” 
영아가 형록을 계속 밀어부쳤다. 
   “흐흐흐. 챌리야, 너 오늘 술 솜씨 아빠한테 보여라?” 형록이 계속 이죽거렸다.
   “미친!” 운진은 눈을 흘겼다.
   “Dad, can I try, too? (아빠, 나도 해 봐도 돼?)” 킴벌리가 끼어 들었다.
   “넌 좀 기다려!”
아빠의 그 말에 킴벌리가 입술을 삐쭉하고 내밀었다.  
그런데 형록이 아빠 운진의 술잔에 반쯤 남은 걸 보고는 물을 부었다.
   "자! 키미!" 그 술잔이 킴벌리 앞으로 갔다.
   "야, 임마!" 
아빠가 놀라며 그 술잔을 치우기 전에 킴벌리가 냉큼 들어서 마셨다.
   "어?" 
운진은 실로 깜짝 놀랬다. 얜 인제 열여...
킴벌리가 제법 커어! 하고, 소리를 냈다.
   "떽!" 이모 영아가 낮게 뭐라 하고, 킴벌리가 혀를 쏙 내밀었다.
운진은 챌리가 정말 술을 같이 마시려 하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괜한 걱정이 들었다. “가만 있어 봐. 미국에서 술은 스물하나부터 허락되는데?”
   “에이, 형님, 그게 무슨 상관이유! 그런다고 애들이 안 마시나? 섹스는 몇 살 부터요? 그래서 애들이 그 때까지 기다려? 챌리야, 너 처녀냐?”
   “당연하죠!” 챌리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흘겼다.
   “어, 새끼, 애한테 별소릴 다아. 야, 나중에 니 딸이나 잘 해, 임마!”
   “내 딸? 흥, 뭐 아는 것처럼 말하네?” 
   형록이 눈을 찡끗하며 영아의 얼굴을 들여다 봤다. "근데 딸이 아니라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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