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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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6. 00:41

   운진은 영란을 방까지 부축해 주고 머뭇거리다가, “난 가게를 가 봐야 해서,” 하고 거기를 나왔다. 
킴벌리가 같이 따라 나오려는 것을 나중에 언니랑 오라고 떼어놓고 돌아서니 영호가 거친 말투로 욕을 시작했다. “야 이 새끼들아! 엄마가 암 수술 받고 왔는데 그 태도들이 뭐야! 싸가지 없는 새끼들!”
운진은 영호가 자신을 향해 시비거는 줄 알면서 그냥 지나쳤다. 
   ‘잘 해 봐라!’
킴벌리가 계단을 쿵쾅거리며 뛰어내려왔다. “Shit!”
   “뭐? 쓋? 너 지금 삼춘보고 쓋 했지!” 영호가 소파에서 발딱 일어섰다.
킴벌리가 삼촌 영호의 코 앞까지 달려가 덤비려는 것을 운진이 막았다. 
   “야, 넌 조카한테 새끼가 뭐냐!”
   “왜, 내 조카 새끼한테 야단도 못쳐?”
   “니가, 임마, 무슨 주제에 조카들을 야단쳐! 니 행실이나 똑바로 해, 임마!”
   “아, 씨발 또 임마래네, 이 인간이!”
   “이 새끼 대체 언제나 인간이 될래는지, 진짜 한심하네! 가자, 키미!”
영호가 차마 또 덤비지는 못하고 씩씩거리는데 챌리 마저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그렇게 해서 암 치료를 받는 엄마에 대한 아이들의 동정심 같은 마음은 다시 미움으로 바뀌었다.
운진은 구태여 아이들을 타이르거나 야단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러라고 강요했다가 되려 아이들의 마음을 이중삼중으로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챌리가 킴벌리를 아빠의 차에 태우고 먼저 떠났다.
운진은 애들이 대신 가게로 가나 보다 하고는 도로 윗층으로 올라갔다.
영호가 그러는 운진을 째려봤다.
   침대 위에 송장처럼 누운 영란은 전남편인 운진이 의자를 가까이 가져다 놓고 방이 어두워질 때까지 움직이지않고 자는 모습을 주욱 지켜봤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밤 늦게 음식점을 찾은 세 부녀는 기분들이 그랬다.
운진은 두 딸에게 각각 백불씩을 주었다. 
돈을 받자마자 킴벌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이랬다. 
   “Dad. What do you want for Christmas? (아빠.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원해?)” 
   “하하하!”
   “Why are you laughing? (왜 웃어?)”
   “Oh, sorry. Uhm, give me a day. I haven’t thought about Christmas stuff yet. (오, 미안. 음, 하루만 시간을 줘. 난 크리스마스 따위에 생각해 본 적이 아직 없어.)”
   “O. K. Let me know. (알려줘.)”
운진은 돈을 받자마자 아빠의 크리스마스 선물부터 생각 해내는 딸에게 너무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자식, 지 용돈도 부족할텐데…’
   “I’m gonna give you men’s cologne. (난 아빠한테 남자용 향수를 줄 거야.)” 챌리가 말했다.
   "왜? 냄새 나?"
아빠의 그 농에 딸들은 웃지 않았다.
   “You like cologne? (콜론 좋아해?)” 킴벌리가 물었다.
   “I have one that I use all the time. (내가 늘 쓰는 게 하나 있어.)”
   “Polo? (폴로야?)”
   “응, 그래.”
거기서 대화가 끊겼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먹기 시작하면서도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딸애들이 내색들은 안 하지만 아무래도 엄마가 암이라는데 암만 밉더라도 좋아할 자식은 없는 법이었다.
운진은 아이들이 갑자기 성숙해진 느낌을 받았다. 
그 때 운진의 셀폰이 울었다. 
   “헬로?”
   “자기, 나야.” 영란이었다.
   “오, 이 시간에 웬일이야, 당신?”
당신이란 단어가 나오자 두 딸이 귀를 쫑긋이 세웠다.
마미? 
Or,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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