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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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7. 04:27

   영호는 조가의 아파트로 또 찾아갔다.
영호와 가게 문제로 한바탕 치고 받은 뒤라 조가의 반응은 공격적이었다.
   "아, 형! 우리 싸운 건 나중에 화해하고, 우선 얘기 좀 합시다."
   영호가 아파트 안으로 무조건 들어섰다. "어, 누가 계시네..."
안면이 있는 것 같은 여인네가 부엌에서 나와 방 쪽으로 부지런히 사라졌다.
   "니 시방 병 주고 약 주냐?" 조가가 싸울 듯이 나왔다.
영호가 조가의 두 팔을 붙잡고 앉혔다. "우리가 이럴 때가 아니라니까?"
   "뭐시."
   "우리 누나가 또 그 새끼 편을 든단 말요."
   "그 새끼가 누구여? 아, 그, 이혼했다는 느그 매형새끼?"
   "그렇다니까? 둘이, 씨발, 한 침대에 누웠더라니까?"
   "참말로 거기 누나란 여인... 대단하여, 잉."
   "헛, 씨발... 할 말 없네. 진짜루..."
   "아니, 날 걸어서 이혼해 놓고는 같이 누었어야?"
   "헛, 씨발."
   "뭐시냐, 최영란씨, 참말로 대단한 여걸이여... 볼티모어에 소문 짱 난 여걸. 으매, 씨발, 그 잡놈도 엔간히 궁합갑소. 이놈 저놈 죄다 핥고 지나간 델 아쉽다고 만져야?"
   "..."
   영호는 누이를 모욕하는 말에 대해서 발끈했어야 하는데 머릿속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으니 비겁하게 못들은 척 했다. "그,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러나 조가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으째서 말을 안 하는가? 내 시방 거기 누이를 발정난 암캐코롬, 거기 매형이란 잡놈을 싸잡아 비웃는데 아주 못 들은 척 하네?" 
   조가가 영호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입술을 삐쭉였다. "씨발놈아, 뭐 아직은 뜯어 처먹을 구석이 있는 누이라 이거여? 그래서 내 시방 이리 좆 같이 씨부리는 데도 점잖빼냐?"
   "아, 시이..."
   "비굴덩어리 새끼구먼? 그래도 니 매형이란 자는 나한테 공갈은 놓던디? 좋게 말할 때 꺼지라나? 그런디 으째서 니는 요로코롬 귀먹어린 척 하고 앉았는겨?"
영호는 조가의 주먹을 엿보고 있었다.

   같은 시각.
운진은 영란을 직접 진찰한 의사를 단독으로 만나고 난 후, 가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영호새끼가 조가하고 붙어서 무슨 꿍꿍이를 의논할까? 지 누나에게 돌아간 집 한채 말아 먹으려고 작당을 하나?
그렇게 운진이 걱정 아닌 걱정을 하는 집 한 채에 대해서 영란은 다른 일을 추진했다.
아무도 모르게.
그녀는 이혼을 맡았던 변호사를 집으로 불러서 유언장을 작성했다. 
   "집은 남편에게 도로 주는 것이 제가 죽어서도 조용한 방법이예요. 아니면, 이 집 하나 놓고 친정식구, 남 하고... 아마 피 터지는 전쟁을 벌이겠죠."
   "그, 남 하고, 가 누굽니까?"
   "조가."
   "아."
   "제가 타던 차는 작은애한테 줄래요. 아, 작은앤 아직... 큰애한테 줄까? 남편한테 줄래요. 차값 다 분 거니까 명의만 이전해주세요."
   "네에..."
   "그리고 이 장부는..."
   영란은 베개 밑에 넣어둔 노트를 꺼내 보이고는 도로 치웠다. "남편은 몰라요. 제가 죽더라도 돈 빌려간 내용대로 받으라고."
   "근거는요?"
   "공수표를 다 받아 놨어요."
   "아하!"
   "저 죽으면 옳다꾸나 하고 다들 시치미 뗄 건데, 변호사님이 손 좀 써주세요. 제가 아는 남편은... 이런 거 연연해하지 않고 치워버릴 거예요. 꼭 좀..."
   "쉽진 않겠는데요. 질 안 좋은 인간들 만나면..."
   "우리 애들 아빠, 함보로 얕보다간 진짜, 큰코 다쳐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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