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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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7. 04:28

   운진은 의사가 제안한 자궁을 제거하는 방법에 찬성했다.
그는 뭐가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느냐 하고, 영란을 나무랐다. 
여자에게서 자궁을 제거한다는 것은 여자로서의 특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영란의 말에 전남편이란 사람은 임신을 못할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그렇게 나무랐다. 
   "영란아. 제발 이번 만이라도 내 말 좀 들어라."
사진을 보여주며 '무질서한 생활을 했느냐' 고, 물었던 그 의사가 운진을 자꾸 봤다. 역시 두어번 같이 왔던 날라리 같이 보인 자와 남편은 풍기는 기세부터 달랐다.  
영란은 겉으로는 앙탈을 부리는 척 해도 속으로는 너무 좋아 울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이 예전의 그 바리톤 음성으로 타이르는데, 그녀는 너무 좋다.
   "내가 옆에 있어줄께, 수술 받자."
   "수술 받다가 나 죽으면?"
   "흥. 살자고 수술하지 죽으라고 하니?"
   "호... 자기 웃긴다."
   "날짜 잡는다?"
   "응."
영란은 남편, 아니, 전남편의 손이 이리 따스한 줄 몰랐다.

   의사들이 엨스-레이로 찍은 뱃속 모습을 영란의 벗은 배 위에다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지도를 그렸다. 그리고는 정확히 수술해야할 부위를 찾아 다니며 기계를 고정시켰다.
세 명 정도의 의사와 세 명 정도의 간호사가 빙 둘러서고는, 그 중 리더격으로 보이는 의사가 운진에게 나가 있으라고 고갯짓을 했다.
영란의 얼굴에 마취기가 씌워지고, 운진은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가 놓았다.
그런데 영란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던 의사가 옆읫 사람에게 뭐라고 귓속 말을 했다.
   "You may stay. (당신 남아있어도 좋소.)"
   처음에 나가라고 신호했던 의사가 운진을 똑바로 봤다. "But don't look what we are doing. (그러나 우리가 하는 것을 보지 마시요.)"
   "예써..."
운진은 등받이 안 달린 둥근 의자에 걸터앉아 영란의 손을 찾아 쥐었다.
마취에 취해 모를 줄 알았는데, 영란이 그의 손을 꼭 쥐었다.
그들은 사람의 배를 사정없이 갈라서 열었다.

   장장 세 시간의 수술 후, 영란은 독방으로 옮겨졌다.
운진은 의사 세 명에 둘러쌓여서 수술 경과에 대해 듣는 중이다.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야 했던 이유, 그리고 질 내부도 절개해서 잘라내야 했던 이유 등등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데 운진은 잘 참고 끝까지 다 들었다.
수술이 성공적이면 괜찮을 것이고, 만일 재발하면 재수술은 불가능하며 아마도 2 년 정도 축복을 받으면 잘 하는 것이라고...
   운진은 상담실을 나와서 강한 흡연의 충동을 받았다. 아마 누가 옆에서 담배 한대를 권하면 단번에 빨아들이고 끝낼 것 같은 절실함이... 
그러나 그는 가게로 전화를 걸었다.
   "카운티라인 리꺼!"
   형록의 다급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헬로?"
   "바쁘냐?"
   "아, 형! 아, 형님!"
   "형님? 흐흐, 벌써 니 동서냐?"
   "아아. 실실 농담하는 꼬라지가 수술 잘 했나 보네."
   "아직은 모르는데, 의사들 늘 하는 말 있잖냐. 성공하면 사는 거구, 아니면 2 년입니다, 하는 거. 지금은 잠이 들어서 모르는데 지들 말로는 수술 잘 했댄다." 
   "근데 그 암이란 게, 피를 타고 다니는 게 아니고 조직에서 조직으로 퍼지기 때문에 잘 몰라. 다른 데까지는 퍼지지 말았아야 할텐데."
   "일단은 두고 봐야지. 그나저나 니네 가게는?"
   "엉. 영호새끼가 가 있어요."
   "아이고! 내 당장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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