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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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9. 01:21

   숙희는 그 때 다시 한번 역시 그는 순진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딨어요?” 
그녀는 그렇게 부드러운 말을 던졌다.
둘이 따로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다가 숙희가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동생이 먼저 가야될 거 같애요?” 
운진은 눈만 껌뻑거렸다. 
한참을 그러더니, “시집뇨?” 하고, 그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럼, 무슨 얘기하는 줄 알았어요?”
   “언니이, 는, 어떡허구요?”
   “언니가 늦다고 동생까지 막을 순 없죠. 안 그래요?”
   “어, 그래두 돼나?” 하는, 운진의 얼굴이 빨개졌다.
숙희는 그의 빨개진 얼굴을 봤다. 
   “동생이 몇살인데, 그렇게 빨리 갈려구 해요? 언니두 아직 그냥 있는데...”
   “시집 갈 나이 됐어요. 그리고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내 동생이 핸디캡이예요.”
   “다리...”
   “네. 근데, 어떤 참한 남자가 꼭 내 동생이랑 결혼하고 싶다네요.”
   “못 기다린대요? 언니가 먼저 갈 때까지?”
   “언니는 얼마 정도를 기다려야 되는데요?” 숙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은 대답은 못 하고 애꿎은 샌드위치 포장지만 싸고 벗기고 했다. 
그의 얼굴이 이젠 검붉어졌다.
숙희는 그를 쳐다보다가, “듣기 부담되세요?”하고, 물었다.
   “어, 아뇨, 부담은, 으음!” 
   그가 헛기침을 크게 했다. 
그리고 그는 제 딴에는 조그맣게 말한다는 것이 약간 톤이 높아진 음성으로 내뱉았다. “아, 시이, 울고 싶네!” 
숙희의 귀에 그의 음성이 울먹거렸다.
숙희는 그의 내뱉은 말을 듣고, 또 그의 울려는 표정을 보고 호호호 하고, 웃었다.
그가 목청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그러나 말소리는 조그맣게 나왔다. “저, 숙희씨 좋아는 하는데요, 동생이 먼저 가려하니깐, 어디 좋은 사람 있으면, 하세요. 난 아직...”
   “네? 안 들려요.”
   “전, 아직 졸업을 못 해서.”
   “미스터 오 졸업하는 거 하고 내 동생 시집가는 거 하고 관계있어요?” 
숙희는 재미있다는 듯이 생글거리고 웃었다.
그가 손에 든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창밖으로 눈을 돌리는데,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숙희는 콜라를 빨대로 빨으며 그를 찬찬히 뜯어봤다. 
   ‘보통 순진한 사람이 아니네...’ 그래서 숙희는 운진 같은 남자가 좋다.
그가 밑도 끝도 없이 불쑥 말을 던졌다. “전, 한국에서건 여기서건 되는 게 없어요, 십할!”
   “왜 욕을 해요!” 숙희가 나무라지 않는 투로 나무랐다.
   “그렇다구요, 제가. 제가 그래요.”
   “미스터 오가 어떤대요?”
   “전, 이상하게 일이 꼬여요. 뭐든지.”
숙희가 그의 말에 대꾸할 말을 찾는데 주위의 일행들이 한번에 우루루 일어나 나갔다. 
운진이 이 때다 싶은 지 후닥닥 일어나 나갔다.
숙희는 좀 더 앉았다가 밖을 보고, 일행들이 교회버스에 타기 시작하는 걸 보고, 일어나 나갔다. 
운진은 전도사와 얘기를 하고 서 있었다.
   “66번으로 가다가요, 프론트 로얄로 가지 말구 211번을 타야 동굴을 먼저 보구, 그 다음에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를 보문 되거든요.” 
운진이 설명하는데, 청년회 회장 황성렬이 말을 막았다. “키 주쇼! 운전수 맘이지. 그리고 나도 여기 몇번 와 봐서 잘 안다구! 뭘 먼저 하고 어쩌고 그래.” 
성렬이 운진의 손에서 교회버스 키를 뺏다시피 가져갔다.
운진은 새침해지고 무안해서 땅만 내려다 보고 섰다.
나머지 일행들이야 누가 운전하든 상관없으니 우루루 몰려서 교회 밴 버스에 탔다.
   '아이... 운진씨 남자가 저렇게 잘 샐죽하면 아빠하고 안 맞을 텐데... 아빠하고라도 잘 맞아야 구원을 요청할 텐데.' 숙희는 뒤에서 운진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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