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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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9. 01:22

   숙희는 운진의 등을 밀어 버스에 태웠다. 
둘이 버스 안의 맨 뒷자리로 가니 주위가 텅 비었다. 
사람들이 앞으로 다 타고, 뒷좌석에는 숙희와 운진만 남기고, 버스가 거칠게 출발했다.
숙희가 그를 옆에서 쳐다보는데 운진이 자꾸 외면을 했다. 
그는 골이 난 표정이었다. 
숙희는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느낌에 앞을 쳐다봤다. 
운전석 머리 위의 거울로 성렬이 숙희를 훔쳐보고 있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눈길을 돌렸다. 
그래서 그녀는 자리를 창가로 옮겼다. 그리고 운진에게 옆으로 오라고 시트를 건드렸다. 
그가 미적거리며 옮겨와 앉았다. 그는 무안한 지 자꾸 다른 쪽을 보려 했다.
   “미스터 오.”
   “녜?” 그가 얼른 돌아다 봤다.
   “졸업하면 뭐 하실 거예요?”
   “네에... 사실 그것도 애매해요. 막막하구.”
   “한국에서 전공한 거 여기서 못 살려요?”
   “한국 같으면 선생이나 하문 모를까, 여기서 수학전공 갖고. 뭐 하죠?”
   “랭귀지 코슨 끝났잖아요.”
   “네, 벌써 끝났죠! 육개월 만에 마스터(master) 했어요.”
   “여기서도 수학 택해 봐요. 누가 알아요, 나사(NASA)에 취직될 지?”
그 때 앞에서 헤헤헤 하고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성렬이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가 웃은 것이었다. 
그 당시 성렬은 비록 노가다일이지만 돈을 아주 잘 벌고 있었다.
운진은 눈을 내리 깔았다. ‘숙희씨를 황하고 경쟁하라면 돈에서 내가 꿀리지… ‘
숙희가 화난 표정으로 앞의 성렬을 쏘아보다가 천천히 운진에게로 돌렸다.
그 때 운진이 밖을 내다보다가, 어어? 하며, 손가락질을 했다. 
   "왜요, 미스터 오?"
   "리(Lee) 하이웨이 지났는데?" 그가 중얼거렸다.
   “이봐요, 운전수 아저씨! 리 하이웨이 지났는데요?” 숙희가 큰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반응이 없고, 성렬이 버스의 래디오를 크게 틀었다. 
전도사가 점잖게 나무라고 래디오가 꺼졌다.
   “동생은, 언제 한대요?” 운진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곧 해요. 하라 그랬어요.”
   “그렇다구 언니두 서둘러서 할 필요가아... 있나요?”
   “아뇨. 난 그렇게 절박하진 않아요. 아직 결혼에 관심두 없구.”
   “한국에 애인 있으시죠?”
   “그건 왜 물어요?”
   “아, 실례... 그런 거 같아서.”
   “미스터 오.”
   “녜.”
   “우리 그럭저럭 얼마 됐죠, 만난지"”
   “녜...” 운진은 생각하는 척 했다.
   “나 만나는거, 재밌어요?”
   “녜.”
   “나 재밌는 여자 아닌데? 한국에서부터...”
   “난 미국 와서... 잘못 온 거 같아요. 그냥 거기 남아서 살 걸.”
   “와서 그런 소리 하면 얼마나 약해 보이는지 알아요?”
   “그쵸... 남자 자식이 약해 보이면...”
   “여자가 고생하죠.”
   “녜.”
   “또 녜란다. 하이고오, 차암.” 
   숙희는 웃음이 나와서 웃었다. "순진하신 건지 내숭이신지."
   "저도 모르죠."
   "아니면, 꾼인가?" 숙희가 운진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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