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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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9. 01:21

   성렬이 그만 무안해서 옆자리로 가고, 운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우와아. 이 여자 봐. 무섭네...’ 운진은 차라리 떨었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숙희가 그의 팔을 흔들었다. “빨리 오다해요! 우리 차롄데.”
   “어, 녜!” 운진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얼굴이 빨개진 사람이 오히려 운진이었다.
   “무슨 남자가 그래요?” 
   숙희가 그의 귀에다 대고 흉을 봤다. "겁쟁이."
운진은 무안감에 할 말을 모르고 헛기침을 했다. “뭐 드실래요?”
   “쿼터 파운더 위드 치즈. 노 피클! (No pickle!)” 
운진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Me, too! (나두 똑같은 걸로!)” 했다. 
주문 받는 여자가, “Any drink? (마실 거는?)” 하고, 물었다.
   “뭐 해요?” 운진은 숙희를 돌아다봤다. 
그녀는 옆 줄의 성렬을 쏘아보고 있었다.
운진은 주문자에게, “Two cokes, please? (코카콜라 둘, 주세요?)” 하고, 성렬을 봤다. 
성렬이 입술로만 운진의 말하는 대로 빈정거리며 흉내를 내고 있었다.  
   “미스터 화앙!” 숙희가 장난스럽게 불렀다.
   “예에쓰?” 하고, 성렬이 장난 섞인 친근함으로 숙희를 봤다.
   “나랑 맞짱뜰래? 나가서?”
   “!!!”
그녀의 돌발적인 말에 주위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주문 받은 미국여자가 이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 하지만 갑자기 어색해진 분위기에 눈치를 보며 음식이 담긴 쟁반을 살그머니 밀었다. 
운진은 얼른 숙희의 손을 놓고 쟁반을 받쳐 들었다. “가시죠.” 
   “좋게 말할 때 까불지 마라아, 엉?” 그녀의 입에서 나온 두번째의 위협이었다.
여기저기서 킥킥킥 소리가 났다. 
쟁반을 받쳐든 운진이 오히려 덜덜 떨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와아, 이 여자 일 벌리네! 나 황하고 또 싸우기 싫은데. 아이, 씨이, 큰일났네...’
빈 자리로 와서 앉으며 쟁반을 내려놓는 운진에게 숙희가 한마디 했다. “무슨 남자가 겁이 그리 많아요!” 
   “겁은 무슨! 내가 무슨 겁을 내요?”
   “남자가 돼 갖고 그만한 일에 겁을 내고 그래요!”
   “어유,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래요? 어유, 참나아.”
   “겁쟁이!”
   “그런다고 영웅심에 나가 싸울 바보는 아니요.”
   “싸울 줄이나 아나? 쌈 해 봤어요?”
   “녜! 나도 열 받으면 잘 싸워요.”
   “내 눈은 못 속이는데?”
   “나 싸우는 게 아주 지긋지긋한 사람이요. 왕년에 하도 많이 싸우고 다녀서.”
운진은 그 다음 말은 할 필요없어서 생략했는데. 군대에서 북한군인도 죽여봤소...
   “흥!”
둘이 사이좋게 샌드위치를 먹는데 다른 청년 하나가 곁으로 다가왔다.
   “어, 김형. 앉아요.” 운진이 말했다. 
김형이라 불리운 자가 운진의 옆에 앉았다. “혹시이, 서울 청파동 안 사셨읍니까?” 
   “그런데요?” 숙희가 대답하며 그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그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체대 나오셨죠!”
   “어떻게 아세요? 저 아세요?” 
   숙희가 미소를 지었다. “어머나! 김선생님!” 
거칠기만 느껴지는 숙희의 입에서 어머나 소리가 나왔다.
김형이라고 불리운 자가 운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잘 해드려, 오형.”
   “무슨 소리요?” 운진은 숙희와 김을 번갈아 봤다.
   “이분, 체대에서...” 
그의 말을 숙희가 끊었다. “그만 하시죠!”
   “미스타 황이 오늘 운이 좋았어. 하하하!” 김이 물러갔다.
운진은 김흥섭이랑 치고받고 한 세상이 아닌가 보다 했다.
   “알고 보니, 숙희씨 유명하신가 보죠?” 운진은 그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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