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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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0. 04:44

   “너 거기 그만 뒀잖어!”
   운서가 생각난 듯 말했다. "숙희 아줌마를 그만 두고 나중에 만난 거야?"
   “오, 그건...” 
   숙희는 마시던 것에서 입을 떼고 말했다. “내가 다시 복귀시켰어요.”
   "아줌마. 복귀가 뭐예요?"
설이의 그 말에 숙희는 미소를 띄웠다. "리인스테잍먼트."
   "아아... 리인스테잍먼트. 복, 귀."
   "모닝 쉬프트(morning shift)로 바꿔 주면 잘 다녀."
   "네!"
민이가 이 사람 저 사람 말하는 것을 쫓아다니다가 숙희에게 몸을 기울였다. "What model, 아줌마?"
   "S 500?"
   "우와아아!" 녀석이 부러워 죽겠디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때 노친네가 그 새 어디를 갔다오는지 자리로 가까이 오며 언성을 높였다. “야! 가자, 그만!” 
그 바람에 숙희를 뺀 이들이 깜짝 놀랬다.
전형적인 구세대 한국 여인상처럼 키가 5척도 안 되어 보이는 노친네가 목청은 아직도 크다.
숙희는 옛적에 이년 저년 욕을 해대던 노친네의 모습이 연상돼 넘기려던 음료수가 목에 걸릴 뻔했다.
   “엄마, 어디 갔다 오셨수?” 운서가 태연하게 물었다.
   “엄마, 어디 갔다 오셨수? 야, 이 미친 년아! 에미가 어딜 갔다 왔는 지 어디 가서 뒈졌는 지 쳐다도 안 보더니만, 뭐 어째? 어디 갔다 오셨수? 어여 일어나, 이년아!”
노친네의 일방적인 욕설에 운서의 일행은 할 말을 잃고 서로를 외면하다가 일어섰다. 
숙희만 눈을 내리 깔고 식탁을 봤다.
   “아줌마, 안녕히 가세요. 내일 뵐께요?" 설이가 빠르게 인사를 했다.
   “그래. 참, 난 휴가니까 못 보고. 내일 너 레퍼멘드 받을 거야. 암말 말고 싸인해.”
   “네에! 고맙습니다!” 설이가 다시 깎듯이 인사를 했다.
   “저 년이 시방 뭐라는 거니? 우리 설이가 뭘 받는다니?”
그 때 노친네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말이 운서 일행을 다시 얼어붙게 해버렸다. 
아무도 감히 나서서 뭐라 못하는데 숙희가 천천히 일어섰다. 
   “내일 모레면 저승가실 분이 아직도 무슨 미련이 뭘 그리 많이 남아서 남에게 실례를 하며 사십니까? 얼마 안 남은 인생 좋은 말만 하며 살다 가세요.”
숙희의 그 말에 감히 나서는 사람이 없다. 말투가 조용조용했지만 무서운 독이 담긴 말이었다.
   "저년이 시방 나더러 죽으란 말 아니니?"
노친네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저, 저, 하는데 곁에 있던 녀석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Wow! Cool! I like that! (와아! 멋져요! 맘에 들어요!)”
숙희는 그들과 헤어지고 다시는 상종을 않는 것이 좋으리라고 다짐했다. 

   운서언니의 딸 설이가 회사에 취직한 것도 어쩌면 얽히지 말았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날 아침에 이메일로 들어온 공문을 열어보지 말고 로레인이나 매리앤에게 보내기만 했어도 설이의 미국식 이름이 눈길에 스치지 않았을 테고. 
그랬다면 그이의 사진을 확인차 설이에게 보여주려다가 액자를 깨는 일도 없었을 테고, 등등...
   한편, 숙희는 자신을 바보 바보 바보라고 불렀다.
20년 전, 그의 모친이 욕설을 마구 내뱉었을 때에도 지금처럼 좋게 쌍말을 해서 말문을 막아버렸더라면 외롭게 사는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만일 그 당시 그녀가 그의 모친을 말로 이기기만 했더라도 그는 공희모의 반대를 부담으로 여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모친의 반대 보다는 그녀의 계모의 반대가 행여 숙희에게 더한 고통이 될까 봐 다른 좋은 남자에게 양보하겠다고 물러선...
아!
숙희는 20년 만에 여러 것의 정답들을 찾았다.
그녀가 그더러 집에서 어떤 남자와 결혼하란다고 말했을 때, 그가 그녀더러 조금만 기다려 달라 했다. 만일 그녀가 동생이 언니를 앞질러 시집가려 한다는 말만 안 했어도 그는 그의 표현대로 준비가 안 된 처지에서 상견례를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그가 말한대로 준비란 것이 되어 사위가 되고자 했다면 그녀의 부모가 혹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녀는 누가 물으면 그는 죽었다 하란 말은 그 이별 후 오운진은 자신을 묻어버린 것이라는 해답도 얻었다.
그 사람은 그렇게 해서라도 자존심을 찾고 날 버렸다.
물론 훗날 내가 자기에 대해 물을 것을 알고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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