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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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0. 04:43

   숙희가 그 노친네의 거만한 반응에 울화가 치밀어 갈까말까 망설이는데, 설이가 재치있게 나왔다.
   “아줌마! 저기 자리 비었어요. 여긴 저희가 뭘 먹어서 지저분해요.” 
   설이가 옆에 한칸 떨어진 빈 자리를 가리켰다. "마이끼! 클린 엎!"
민이가 얼른 일어섰다. "슈어!" 
설이는 덩치는 작지만 엄마를 마침 안 닮아서 눈치가 꽤 빠른 편인 모양이다. 설이의 모친 운서는 남의 비위를 잘 못 맞추는 편으로 기억되었다. 
숙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설이의 정성에 미안해져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남매가 얼른 같이 와 앉았다. 
   “어주마, 뭐 마셔요? 드링크?”
민이의 그 말에 숙희는 그 소년을 비로소 자세히 봤다. 민이는 엄마를 닮아서 제법 귀티나게 생겼는데 차림새가 허술해서 단정해 보이지는 않았다. 
   ‘전엔 그래도 괜찮게 살았을 텐데...’
   숙희는 거절하려다가 아이의 친근함에 생각을 바꿨다. “I’m okay. I just had, sure, can you get me lemonade? (난 괜찮아. 방금 뭘 했는데, 그래, 레모네이드를 사 올래?)” 
   "레모네이드? 슈어!" 
숙희는 백에서 돈을 꺼내려 했다. 
설이가 숙희의 돈을 마다 했다. 
   “Mike, go! (마잌, 가!)”
마이끼가 재빨리 움직여 어느 가게로 달려갔다.
운서가 그 때까지 구경만하다가 숙희에게 말을 건넸다. “결혼은... 했니?”
숙희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운서가 좀 떨어진 자리에서 팔을 뻗어 숙희의 손을 찾아 쥐었다. “우리가 많이 미울 거야. 울엄마가 숙희에게 보통  흉악했었어야지. 양가 모친들이 마치 경쟁이나 하듯이...”
숙희는 눈을 돌려 음료수를 사러 간 아이쪽을 봤다. ‘밉기로는 언니의 동생이 제일 밉죠...’
   “근데, 우리 설이가 숙희를 어떻게 알지? 어렸을 때라 기억 못 할 텐데?”
   “아, 우리 회사에 입사했더라구요?”
   “어머! 그럼, 숙희도 그 회사 다녀?””
운서의 말을 설이가 대신 대답했다. 
   “Vice President of Personnel. (인사과 브이피.)”
숙희는 설이에게 미소만 보냈다.
   “어머, 바이스 프레지던트면, 부사장?” 운서가 안 어울리게 호들갑을 떨었다.
   “아뇨. 그냥 직책상으로만 그렇게 불러요.” 숙희는 빠른 어조로 대꾸했다.
마이클이 아마도 제일 큰 컵에 레몬에이드를 담아왔다. 
애초에 어떤 크기를 원하는 지 묻지도 않더니 녀석이 제법 노는 통이 크다.
   “아이구우, 큰 걸로 사왔구나?” 
   숙희는 반가히 받았다. “평생 마셔도 되겠다?”
설이가 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굳 보이!"
   “They only have three sizes. Small, medium and large. So… (저기는 오직 세 크기만 있어요. 작은 것, 중간 것 하고 큰 것. 그래서…)” 녀석이 말하고 씨익 웃었다.
숙희는 민이의 웃는 얼굴에서 그이를 보았다. 그녀에게 빵과 소다를 사다 주면서 보였던. 
당시는 비록 어두움 속이었지만 집 앞 가로등의 흐린 불빛 아래 보았고 여전히 기억한다. 
그녀는 첫 모금을 빨아 마시며 녀석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월급도 많겠다아, 그지.” 운서가 말을 이었다.
   “엄... 그냥 혼자 살 정도요?”
그런데 설이가 제 엄마의 말을 가로막고 숙희에게 물었다. “그 차, 아줌마 꺼예요, 회사 꺼예요?”
   "내 차."
   "What kind? (어떤 종류의?)" 민이가 나섰다.
   "Mercedez Benz!"
   "와우!" 
   민이가 큰소리를 질렀다. 
그 놈이 식탁에 엎드리며 중얼거렸다. “That’s my dream car!” 
숙희는 민이녀석의 그런 모습이 귀엽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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