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운서언니에 대해서 궁금해 미치겠는 걸 참으며 백에서 셀폰을 꺼냈다.
설이가 제 노키아 셀폰을 내리며 그 아줌마의 모토롤라 셀폰을 들여다 봤다. "와아!..."
“너 내일은 갈 수 있지?”
“거기요?”
“너 추레이닝 언제 끝났어야 하는데?”
“이번 주면 다 끝나는 데요, 돼요?”
"잠깐만!"
숙희는 손가락을 들어 잠깐 기다리라고 신호한 후 손에 쥔 셀폰으로 매리앤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써니를 아주 우연히 만났는데 집의 급한 가정사정으로 연락도 못 하고 결근을 했다고 하면서.
“Get her reprimand (시말서)...” 와 오전 근무자를 구하는 부서가 있나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설이가 아줌마에게 더 바짝 달라붙었다.
“Okay. Thank you!”
숙희가 여간해서는 안 하던 짓을 했다. 인사과에 전화해서는 특청을 한 것이다.
"I can go back? (저 돌아갈 수 있어요?)" 설이는 그렇게 말하며 눈동자가 반짝였다.
숙희는 설이에게 앞으로는 절대 빠지지 말라고 다짐을 받았다.
설이가 인사로 대답을 대신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부탁했으니까 들어줄 거야.”
“고맙습니다!” 설이가 좋아서 허리를 구십도로 굽혀 또 인사했다.
숙희는 일단 운서언니와 그리고 보기 원치 않지만 같이 있을 그 사람의 모친을 만나려고 남매의 뒤를 따랐다.
민이녀석이 처음에는 부끄러워하고 틴에이저 답게 뻣뻣히 굴더니 제 누이를 구제해 주니까 좋아선지 제법 웃기도 하고 머리를 계속 조아렸다.
평일의 음식 코너는 한산한 편이라 그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운서는 숙희를 보고 처음에는 누군가 하고,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숙희가, "운서언니?" 하니까, 그녀가 탁자를 탁 치며 자지러졌다. “어머, 어머! 이게 누구야! 숙희잖아!”
“오랫만이네요, 언니.” 숙희는 운서의 손을 잡았다.
운서는 말은 못 하고 숙희의 손을 잡은 채 눈물을 흘렸다.
“언니두 많이 변하셨네. 벌써 흰머리가 보이네요?”
숙희는 감정을 조절하느라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운진의 모친은 고개를 모로 꼬고 외면했다.
칠순은 됐을까. 아니.
그 이상도 넘었겠다. 운서언니가 예순을 넘나들겠고 하니 팔순은 충분하겠다.
노인네 머리가 하얀데 눈길은 예전처럼 여전히 표독스러워 보였다.
숙희는 거기다가 대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어요, 어머님?”
그의 모친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아주 거만스레 쏴부쳤다. “누군데, 내가 왜 댁의 어머님이요?”
설이가 중간에서 할머니를 나무랐다. “할머니! 왜 그래!”
민이도 대들었다. “Grandma! What is your problem! (할머니! 뭐가 문제요!)”
그 사람의 모친이 다시 외로 꼬고 눈길을 피했다.
운서가 숙희를 위로했다. “숙희가 너그러히 이해해. 노인네라 그래.”
숙희는 나오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만나고 싶지 않은 건 나요. 그렇게 나를 욕하고도 아직 남았나?’
운서네는 한눈에 보아도 궁색해 보였다. 네 식구가 옷차림새부터 우선 꾀죄죄해 보였다.
그 이가 누나네를 도와줄 형편도 못 되나?
숙희는 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참, 아버님은 언제 돌아가셨어요?”
“으응, 삼년 전에.”
“네에.”
“아버지가 틈만 있으면...”
운서가 말하다가 모친의 눈치를 살폈다. “늘 숙희 얘기를...”
“저도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나요. 저한테 참 잘해 주셨는데...”
숙희는 근 20년 전에 기억에서 잊어버렸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신기하다.
잠시 그들에게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숙희는 불쑥 가버리기도 이상하고, 더 있자니 더 이상해 질 것 같아서 여기까지 온 자신에게 은근히 짜증이 나려고 했다. 돈 척 하고 그이 안부나 더 물어볼까?
"누가 댁 아버님이야!" 정인씨가 삿대질도 해가며 소리쳤다.
민이가 발끈했다. "Grand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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