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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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0. 04:42

   설이가 얼른 손에 든 셀폰을 폈다. 
   “응, 엄마?” 설이가 응답하며 몸을 돌려 뒷방향을 봤다.
숙희는 그 쯤에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남매가 큰소리로, “안녕히 가세요!” 했다.
숙희는 얼굴만 돌려 가볍게 미소로 답변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애들이 다 들리게 누군가에게 인사를 했으니 엄마란 이가 누구냐고 물을 테고. 
그러면 설이가 누구라고 설명을 할 테고. 
그러면 숙희가 고의로 운서언니를 피한 게 돼 버린다. 
숙희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뒤를 돌아다 보니 남매는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설이는 여전히 셀폰을 귀에 댄 채였다. 
   ‘보나마나 누구를 만난 줄 아느냐고 설명하겠지...’ 숙희는 기분이 괜히 찝찝해졌다.
마잌이 흘낏하고 뒤를 돌아보다가 숙희가 보고 서 있는 걸 알아차리고 그 옆의 써니에게 뭐라 했다. 
설이가 뒤를 돌아다봤다.
숙희는 설이에게 거기 있으라는 손짓을 하고 걸음을 떼었다. 
   ‘이왕 내친 김이다. 체면상 만나보자...’
남매가 중간까지 걸어와 숙희를 맞았다.
   “엄마 어디 계시다구?”
   “우리 샤핑 볼 동안 할머니랑 푸드 코트에 있으라 했어요. 거기 있을 거예요.” 설이가 설명했다.      
숙희는 곧 후회했다.  
설이가 말한 할머니 즉 그 사람의 모친은 만나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 중의 한사람이다...

    숙희의 귀에는 아직도 그의 모친의 성난 음성이 쟁쟁하다. 물론 숙희의 모친이, 즉 계모가 일가족 상면하는 자리에서 숙희를 잡아 끌어낸 건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그 때 운진의 모친이 퍼부은 욕설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것들이었다. 
숙희 모녀가 한데 싸잡혀 년소리를 듣기까지 되었다. 그래서 숙희의 계모가 더욱 반대를 했던 것이다. 물론 공희모가 숙희의 결혼을 반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아마 공희모는 숙희가 그 어느 남자를 만나든 반대했을 것.
한국에서도 아주 깡촌에 사는 아주 먼 친척 남자를 미국으로 데려 오게 하려고...
   숙희는 그 기억을 지우려고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You’re off today? (너 오늘 일 안 하니?)” 
설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숙희는 설이에게 전혀 엉뚱한 것을 묻고는 곧 후회했다. "추레이닝 끝났어?"   
   “어엄, 저기요. 저, 그만 뒀어요.”
   “Why? (왜?)”
   “밤에, 일 해야 된대요. 추레이닝 끝나면... 미드 나잇까지.”
   “Oh, you can’t? (오, 너 할 수 없니?)”
   “Because my mom... needs to be watched. (왜냐하면 엄마… 는 관찰이 필요해요.)”
   “왜?”
민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Or, she’s gonna run away again! (안 그러면, 그녀는 또 달아날 거예요!)” 
설이가 동생을 흘겨봤다. “Shut up, boy! (닥쳐, 보이!)” 
   “일단 추레이닝을 마치고 나랑, 아, 아니다. 그래서 회사랑 아주 끝났니?” 
   “어제 안 갔어요. So maybe, I’m already terminated, I guess. (그러니 아마, 파면시켰겠죠, 제 짐작에.)”
숙희는 손목시계를 들여다 봤다. 두시 조금 넘은 시각. 
   매리앤이 오늘 사무실에 있을래나... 
   “너 시간을 조절해 주면 다닐 수는 있니?”
   “어떻게요?” 설이가 착 달라붙었다.
숙희는 말을 꺼내놓고 속으로 혀를 찼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아줌마가 할 수 있어요?"
숙희는 그러나 이미 말을 꺼낸 이상 결말은 내야 하겠지 하고, 말을 이었다. “어떤 시간이 좋은데?”
   “아침에 갔다가 낮에 오면... 내가 집에 있고. 마잌이 밤에 일 가거든요.” 
   설이가 곁의 동생을 가리켰다. “우리 둘이 엄마를 교대로 왓치 해야 돼... 는... 데.”
숙희의 귀에 그 왓치(watch) 즉 감시한다 혹은 조심한다는 의미의 단어가 아프게 들렸다. 그리고 그녀는 왜라는 이유를 듣게 되면 더욱 안 좋을 것 같아 후회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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