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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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0. 04:48

   숙희는 이제 늦게나마 자신을 위로해야 한다. 
운진 그를 기다리며 오십이 되도록 결혼 안 했다는 것은 그녀의 거짓핑게이다. 차라리 동생이 앞질러서 시집 간 바람에 결국 언니의 혼삿길을 평생 막았다고 하는 게 더 양심적이다. 
   ‘공희는 좋겠다. 좋은 사람 만나서, 잘은 못 살아도 그렇게 정성으로 아껴주는데, 행복하겠지...’
공희의 남편은 공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자신은 저 여자를 사랑한다고 했단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억제 못 하고 공희에게 접근하고 청혼을 했단다. 다리를 다쳐서 저는 것은 눈에 안 들어왔다고.
   게다가 돈 있는 집안인가 알아보지도 않았다고.
   ‘그럴 수가...’
아이들도 엄마의 절룩거리는 다리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단다. 
사고로 그렇게 됐고 엄마가 자식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걸 애들은 안단다. 
정말 공희는 아이들한테도 남편한테도 헌신적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하나 같이 공부들을 잘 한다. 그리고 네 아이들이 하나 같이 똑바르다.  
   ‘공희는 좋겠다…’ 
숙희는 흐르는 눈물을 자신에게도 감추려 머리맡의 등을 껐다.
남들은, 다른 여자들은 나와 같은 경우에 어떻게 할까? 흔히 말하듯 복수하러 나설까?
   '후후후. 복수씩이나!'
숙희는 어둠 속에서 옛생각을 떨치려고 고개를 저었다. '자자. 휴가 동안 아무 데고 안 가더라도 잠은 제 시간에 자야지... 이러다 취침습관 버릴라...'
   숙희는 운진을 생각하면 엄마 다시 말하면 공희모 즉 계모와 이혼해야 했던 부친이 떠오른다. 
운진이란 남자가 두 분의 이혼 발단이라기 보다는 그녀의 본색이 시한 폭탄처럼 늘 터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차 도화선에 불을 붙인 동기가 딸이 사귀려는 남자에 대한 찬반대립이었다고 보는 게 옳았다.
지금은 고인 되신 부친은 즉 공희부는 딸이 맘에 있어 하는 남자가 대체 어떤 '돈 놈' 이냐고, 마구 무시하는 뜻이 아닌 돌지 않고서야 너 같은 여자를 좋다고 따라 다닐 '덜 떨어진' 놈이 없다고, 그래서 그를 직접 만나 보고는 적극 후원을 하셨다. 
그 청년은 당시 보기 드물게 순진했고 혹 딸이 돈을 흥청망청 벌어서 쓰는 것에 혹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미국 와서 아직 자리를 못 잡아서 그렇지 탐나는 사윗깜이라며. 그리고 딸더러 제발 하고 있는 일을 청산하라면서.
사실 죽은 한씨는 오운진에 대해서 그 어느 누구 보다 아주 잘 알지만 내색하지 않다가 돌아갔다.
그녀의 계모는 무조건 반대였다. 
의붓딸이 화냥년처럼 살면서 참한 남자를 욕심내니 남자가 아까와서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너 같은 창녀는 제대로 된 시집 가기는 텃으니 한국에 나가 결혼하라는 남자나 들어오게 하라는 강요에서였다.  
그래서 두 분이 말다툼을 종종 했고, 급기야 부친이 집을 나갔던 것이다...

   비슷한 시각 쯤, 영란은 친정 엄마와의 싫은 소리 주고받는 것을 계속하고 있었다.
운진은 소위 말하는 속도위반 그걸 영란의 꾀임에 저지르고 결혼을 했다. 그렇다. 
영란의 꾀임에 넘어가서 코를 꿰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장모가 시비거는 것과는 별개이다.
   “이 엄마가 하라는 남자하고 했으면 지금보다 더 잘 살고 더 행복했을 거다!”
   “엄마! 지금 무슨 소릴 하자는 건데?”
운진은 식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또 시작이네!
   “자기 앉어 봐! 나 이대로 집에 못 가!” 
영란의 안색이 하얗다. 입술은 파래지고.
   ‘하이고오! 왜 또 딸내미 승질을 건드리시나?’ 
운진은 리빙룸의 소파로 가서 누웠다. ‘집엔 다 갔구만. 잘들 해보시지!’ 
갑자기 말들이 뚝 끊어지고 조용해졌다. 
응 하고, 운진은 소파에서 고개만 들어 부엌쪽을 봤다. 
장모는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장인과 아내만 식탁을 치우고 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운진은 소파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갔다. 
장인까지 나서서 밥상을 치우는데 사위란 놈이 모른 척하고 누워 있을 수 있나.
운진도 빈 그릇들을 챙기려는데 영란이 빼앗듯 가졌다. 
   “자기, 고단한데 누워요. 나 엄마랑 조금만 더 얘기하고 나올 테니까. 응? 자기.” 
   영란이 애써 화를 참으며 애교를 떤다. “도로 가서 누워요. 괜찮아, 자기.”
   “웬만하면 그냥 가지. 처제 얘긴 담에 와서 하고.”
   "아냐, 자기. 영아년 얘기가 아냐."
운진은 모른 척 하는 장인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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