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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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0. 04:46

   둘이 커피를 마시고 도넛을 먹고 신나게 떠들며 세시간만에 바닷가에 닿으니 먼동이 마악 트려고 하던 참이었다. 
둘은 차의 시동을 걸어놓은 채 차 안에서 겨울 해돋이를 감상했다. 차의 래디오를 은은히 틀어놓은 채. 
해가 뜨면서 사방을 비추는데 그제서야 여기저기 흩어져서 바다를 향한 차들이 보였다.    
그 때가 사귀기 시작한 지 일년째였나, 숙희는 무드에 젖어 그의 키쓰를 은근히 걱정했는데 그는 전혀 무드도 없이 앞만 내다봤다. 그래서 숙희는 그가 정말 순진한 걸 알았다. 
그와 헤어진 후 숙희는 오운진이란 사내가 아닌 말로 여자 경험도 없고 소위 쑥맥이라 불리우는 그런 남자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죄의식이 커져갔다...

   운진과 숙희 둘이서 겨울 바다 구경을 갔다온 후 어느 일요일날, 최 장로가 청년회 전원을 집으로 저녁 식사 초대했다. 전에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찬양 예배 후 성가대원들을 음식점으로 초대한 그 장로였다. 
초대 받아서 간 집은 그야말로 으리으리했다. 
부촌 중의 부촌에서 당시 백만불을 홋가하는 대저택이었다.  
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기가 죽었다. 
   ‘리꺼 스토아(Liquor store) 하는데 이리 잘 사나?’
   ‘방이 몇개야!’
   ‘현관이 온통 대리석으로 깔렸네?’
   ‘뒷뜰에서 축구 해도 되겠다!’
사람들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운진은 혼자 왔다. 
숙희가 오기를 꺼려해서 그도 안 가려 했는데 그 장로가 극구 운진을 꼭 오라고 독려했다. 
   저녁 식사 전 그 집 뒷뜰에서 그물 없는 배구시합이 벌어졌었는데, 유독 그집 주인인 장로가 운진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음식을 나른다든지 창고에서 플래스틱 의자들을 내오는 일이며 등등 운진을 시켰다. 
운진은 속으로 투덜대며 일을 거들었다. 
   ‘십할, 오지 말 걸... 만만한 싹을 봤나! 내가 무슨 종인 줄 아나!’
배구시합이 흐지부지 끝나고 모두들 식사들을 하러 모였을 때 운진은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래서 뒤로 나가는 큰 유리문 댓돌에 주저앉아 집주인을 속으로 욕하는데, 누군가가 밥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운진은 얼굴도 안 쳐다보고 종이접시를 받아 옆에 내려놨다.
   ‘밥 먹게 생겼냐, 십할!’
그 손이 접시를 집어 들어 다시 권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운진은 받지는 않고 손의 임자를 올려다봤다. 
교회에서 가끔 보는 예쁘장하게 생긴 그 여자였다. 
   “어, 녜!” 운진은 종이접시를 받았다. 
그녀에게서 싸구려 같지 않은 향수 냄새가 짙게 풍겼다. 그 여자가 생긋 웃고 간 뒤 운진은 그녀가 사라진 쪽을 쳐다보다가 종이접시를 도로 내려놨다. 뒷마당에 놓여있는 플래스틱 통에는 캔 맥주와 콜라등이 얼음에 채워져 차가웠다. 그것은 뚜껑이 없어도 찬 날씨에 녹지 않은 상태였다.
운진은 손을 쑥 넣어 집히는 대로 꺼냈다. 
버드와이저 맥주가 손에 잡혔다. 그는 구멍을 따내고 한숨에 비웠다. 또 하나를 그런 식으로 비웠다. 
그가 깡통을 손으로 우그러뜨리고 트림을 거억하고 길게 하는데 아까 그 여자가 또 왔다. 
   ‘아시이, 또 왔네! 밥을 땅바닥에 놨는데...’
그녀가 암말 않고 종이접시를 집어들고 가 버렸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얼핏 뒤를 돌아보는데 골이 난 표정이었다.
운진이 세개째의 캔 맥주를 비우는데 성렬이 안쪽에서 좀 불친절한 말투로 불렀다. “어이, 미스타 오! 맥주 도둑질 그만 하고 들어오라구. 곧 게임 시작하니까!”
운진은 소리가 들려온 쪽에 대고 눈을 흘겼다. '새끼가 증말 만만한 싻을 봤나!'
그는 성렬의 말투가 꼭 와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지 않아 무시하고 또 하나의 캔을 쑤셔 건지는데, 집주인인 장로 양반이 미스터 오! 하고 부르는 소리가 안에서 들렸다.
   “녜!” 
   운진은 대답소리만 던지고 캔을 푸직하고 땄다. "아이, 십할, 콜라네! 젠장..."
마시기 싫은 콜라라서 땅에 내려놓는데 다시 한번 집주인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미스터 오!”
   ‘저 냥반이 무슨 만만한 싹을 봤나! 뭘 또 부려먹을려고 불러? 나만 만만해?...’
운진은 따기만 한 콜라캔을 밤하늘을 항해 날려보냈다. "Fuck that shit!"
뒤에서 어머 하고 놀라는 여자의 인기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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