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장로는 처음 두 잔을 암말않고 운진에게 권하고 비웠다.
“그래서. 교회에서 결국 우리 큰애보고 독창을 맡아달라 한다 이거지?”
“녜, 장로님.”
“그걸 미스터 오한테 시킨 건, 뭐야, 미스터 오가 나랑 좀 친하니까?”
“그, 그렇겠죠?”
“난 우리 큰애를 설득시킬 자신이 없는데, 잘못들 알았구만. 쟤가 뭐 내가 하란다고 할 애도 아니고, 난 또 강제로 하라고 할 애비도 아니고. 자네가 잘 해 보게.”
그 소녀만 남아 자꾸 운진을 쳐다봤다.
운진은 괜히 왔다고 속으로 후회하며 일어서려 했다. 놀구들 있네!
“앉어, 이 사람아. 술은 비우고 가야지.”
최 장로가 만류했다. “임무를 띄우고 왔으면 완수를 해야지, 그냥 이대로 돌아가면, 자넬 믿고 보낸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하겠나. 안 그래?”
“본인이 할 의사가 없는데요, 뭐.”
그 때 대화 따라 이쪽저쪽 번갈아 보던 여자애가 말을 했다. “언니, 집에서 맨날 연습해는데요?”
“응?”
운진이 쳐다보니 여자애가 말을 보탰다. “내가 피애노 해고 언니는 노래 해요.”
최 장로가 작은딸한테 ‘떽기!’ 하고는 클클 웃었다.
“너 피아노 잘 쳐?” 운진은 아이한테 물으며 웃어주었다.
“쪼끔! 교회노래는 쳐요.”
“그래? 대단하네? 너 가서 언니 좀 불러 올래?”
“아저씨가 가요.”
“내가?” 운진은 어린애가 되게 되바라졌다고 생각했다.
그 때 최 장로가 또 클클 웃었다. “아이 만도 못 해, 이 사람아!”
여자애가 먼저 일어섰다.
“내가 언니방 갈쳐 줄께요. Follow me! (저를 따라 오세요!)”
아이가 앞장서서 층계를 콩콩콩 뛰어 올라가는걸 뒤따라가며 운진은 열서너살 치고는 꽤 잘 빠진 몸이 크면 괜찮겠다고 생각하다가 얼른 머리를 저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미친!’
아이가 어느 방문을 노크하니 영란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아이는 할 일 다 했다는 듯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운진은 방 안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복도에서 머리만 긁적거렸다. 그러다가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여자애가 빤히 올려다보다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 그랬지... 이제 기억이 나네."
운진은 당시 열네살 여아의 몸매를 훔쳐봤던 부끄러움에 얼굴을 슥슥 문댔다. "난 그 새 다 잊었는데 처제는 다 기억하고 있네?"
"그 때, 형부의 우물쭈물 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그 때 이미 처제는 몸이 벌써 아름다웠었어. 솔직히 말하면, 그 때 내가 미쳤지만 처제의 몸을 보고 조금 뿅 갔다고 할까."
"아이이!" 영아가 운진의 어깨를 한대 때리고는 기댔다.
운진은 아직도 겉옷만 걸치고 있는 영아의 등을 쓰다듬었다.
"옷 입어, 그만."
"한번 더 안아줘요." 영아가 겉옷을 치웠다.
그녀의 백옥같은 앞가슴이 어둠 속에서도 빛났다.
그래서 형부와 처제는 책상 위에서 또... 했다.
"그나저나... 키미가 다 알아버렸어요, 형부."
"어?" 운진은 비명이 나갔다.
영아는 그날 밤 관계를 가진 후, 형부가 알기 전에 허둥지둥 방을 나오느라 브래지어와 팬티를 말아쥐고 침대 시트로 몸을 대충 감쌌다고 했는데 벗겨졌고. 문을 조심히 닫고 돌아서니 틴에이저 나이인 키미가 자다 깼는지 계단에서 빤히 보고 있는 것과 마주쳤다.
영아는 일단 방으로 도망쳤다고.
이튿날 귀가한 엄마에게 키미가 이모가 아빠 자는 방에서 빨가벗고 나오는 걸 봤다고 일러바쳤다고...
"그, 그랬던 거야?"
운진은 옷 입을 생각도 못 하고 의자에 풀썩 앉았다.
그래서 동생을 일단 친정으로 보냈던 거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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