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pt.1 9-5x085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9. 08:28

   형록과 영호가 막 붙을려는 찰라였는데, 그 때 복권 아줌마가 아서 하고 둘을 나무랐다. 
   “여기 손님들이 봐!”
그제서야 복권 판매대를 보니 이미 단골들이 두서너명 줄을 서 있다.
형록이 턱짓으로 영호를 사무실과 붙은 창고 쪽으로 불렀다.
영호가, '허, 저게!' 말로만 그럴 뿐 그 자리에서 서성거렸다.
운진은 태권도를 하는 숙희도 부럽고 영호에게 서슴없이 욕 해 대고 붙을려면 붙자고 도전하는 형록이도 부러웠다. '남자라면 저 정도 깡과 뱃장은 있어야지.’
   “캐쉬나 찍어, 이 양반아!” 
영호가 물러섰다. 아무래도 형록이한테 한 수 꿀리는 기색이다.
둘을 나이로 따진다면 형록이 영호보다 아마 적어도 댓살은 아래일 것이다.
운진은 클클하고 처남을 비웃었다. 
   ‘쌔애끼! 싸움을 입으로만 하냐? 그나저나 형록이 볼 낯이 없게 됐네...’
처제를 형록이와 연결시켜 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고, 일차 실패했지만 나중에 적당한 기회를 봐서 재시도 하려던 차에... 
처제와 통정을 해버렸으니...

   그 날 장사하고 집에 갈 때까지 형록이 계속 시비를 걸었다. 
뭔가 되게 못 마땅해 보이는데, 운진은 그게 영아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복권찍는 아주머니가 가게 앞에 세워졌던 영아의 차에 대해 물었을 때 그제서야 운진은 아차! 했다. 
   ‘맞다! 처제 차가 밤새 여기 있었지! 아침에 봤겠구나...’
둘이 벤즈에 타고 거리가 좀 떨어진 모텔에 투숙했다가 아침에 후닥닥 헤어졌는데. 아니.
영아가 그러자 해서 벤즈를 집 앞에다 갔다놓고 토요다 차로 가게로 왔다.
형록이가 영호에게 시비를 걸고 한바탕 하려한 것도 그 이유였을 것이다.  
   그 날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있던 영호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
운진은 속으로 욕하고 그 날의 매상을 점검했다. 
   ‘그럼, 그렇지! 개새끼!’ 
돈이 백불이 빈다. 이천불 어치 팔았으면 이천불이 있어야 하는데 딱 백불이 빈다. 
운진은 하루 종일 조용한 아내가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가게가 끝났으니 퇴근을 해야 하는데, 갈 데가 없다. 
돈을 훔쳐간 처남도 밉지만, 안 좋은 일이 벌어졌는 데도 태연한 목소리로 메세지를 남긴 아내가 환멸을 느끼게 한다. 
그녀 답게 생난리를 치던가, 아니면 전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든 지 영란은 둘 중에 한가지 수를 쓸 것이다. 아직은 영란 그녀의 불륜을 남편이 아는 지 모르는 지 모를 것이고, 동생을 건드린 것만 문제 삼아 비겁하게 나올 지도 모른다. 
운진은 아내가 정말 화났을 때, 세상이 싫어지기까지 한다. 
영란은 화를 못 참고 아예 돌아 버린다. 
그녀는 한번 돌았다 하면 사람도 못 알아보고 앞에 있는 물건이건 사람이건 가만 안 놔 둔다. 
운진은 그걸 상상하며 가게를 나섰다.
텅 빈 가게 앞 주차장에 차가 한대도 없는 것에 '아하, 차암! 내 차가 없지!' 하고, 운진이 걸음을 멈추는데 누가 건물 뒤에서 나타났다. 
   “이제 닫으셨우?” 
형록의 음성인데 보통 때와 다르다.
운진은 속으로 떨려오기 시작했다. “어? 형록이. 엉.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니 형네 집에 안 갔어?”
형록이 천천히 걸어와 운진을 마주 하고 기둥에 기댔다. 
그의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형님, 조씨 아시죠?”
   “어, 누, 누구? 조? 조 누구?”
   “형님 가게 산 조씨말요.”
조가라면 아내와 통정하는 그 가게 자식인데 왜 모를까, 운진은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어, 그래, 그렇지, 그 자가 조지, 참. 근데. 왜?”
   “아까 만났는데, 곧 이 가게도 건물까지 인수한다고 나 보고 그 가겔 맡으랍디다?”
   “으응?”
   “어떻게 된 거요, 형님?”
   “그건 말도 아니지! 미친새끼네, 그거! 그래서 넌 뭐라 그랬냐?”
   "돈만 잘 쳐주면 해 볼 의향 있다고 했죠?"
   "허, 그랬어?"
이 여자가 미쳤나? 운진은 남을 골탕 먹인다고 제 바지에 똥 싸는 아내가 한심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1 9-7x087  (0) 2024.08.09
pt.1 9-6x086  (0) 2024.08.09
pt.1 9-4x084  (0) 2024.08.09
pt.1 9-3x083  (0) 2024.08.09
pt.1 9-2x082  (0) 2024.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