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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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9. 08:26

   친정집에 전화해서 영아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영란은 남편이 틀림없이 가 있을 가게로 갔다. 
동생의 토요다 차가 당당히 가게 앞에 서 있고 남편의 벤즈 차가 안 보였다.  
   ‘이것들이!’
남편의 셀폰으로 전화를 거니 신호만 가고 대답을 안 한다. 메세지를 남기라는 안내 녹음이 나오고... 
영란은 또박또박 조용한 음성으로, “자기, 이 메세지 듣는 대로 나한테 전화해요?” 하고 나서 끊었다.
전화기를 백 안에 넣으며, 영란은 이를 뽀드득 갈았다. 
   ‘내 느그들을 가만 놔 두나 봐라!’
영란은 집으로 와서 밤을 꼬박새웠다.  
그녀의 남편은 그날 밤 집에 안 들어왔다.  

   이튿날 영호가 키미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누나! 매형자식 차, 왜 집 앞에 있어? 아까 나갈 때만 해도 안 보였는데. 그 치 가게 안 나갔어?"
   "뭐?"
그제서야 영란은 밖에 세워져 있는 남편의 벤즈 차를 봤다.
   '어젯밤에는 못 봤는데 언제 갔다 놨어... 아닌가?'
그러나 영란이 아랫방에 달려가서 보니 남편은 없었다.
   "너 가게 가서 매형 있나 보고 전화 해!"
누이의 그 말에 영호는 쫓기듯 가게로 갔다.
가게 안에는 형록이 혼자 열어놓고 있다가 영호를 보고 대번에 '씨팔!' 했다.
   “왜, 띠껍냐?” 
영호가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누이에게 연락할 일이 더 급했다. "전화 좀!"
형록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영호를 꼬나보는데, 운진이 들어섰다.
   “어디 갔다 오슈?”  
영호가 운진을 흘겨봤다. 그리고 그는 밖을 보다가 여동생의 것임에 틀림없는 토요다 세단이 가게 앞 주차장에서 큰길로 우회전하는 것을 봤다. 
영호의 얼굴이 단번에 똥빛이 되었다. "가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 씨발것들이? 차는 집에 있고 영아기집애가 왜..." 
운진은 말 대신 손가락짓으로만 영호더러 카운터에서 나오라 하고 형록보고 카운터를 보라 지시하고 뒷방으로 들어가서 의자에 길게 누웠다.
밖에서 두 남자의 티걱태걱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운진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가게로 나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영호에게 소리쳤다. “영호 넌 홀(매장)을 지키란 말야! 형록이가 캐쉬 보는 동안!”
   “너라니, 아이 씨발. 내일모레면 마흔인데.” 영호가 투덜거렸다.
   “아이씨발? 넌 나한테 말 잘 하냐? 홀만 지켜! 워킨박스(Walk-in box) 채우고!”        
   “알았어. 하문 될 거 아냐!” 영호가 카운터에서 나오며 운진의 어깨를 툭 쳤다.
   “어, 이새끼가, 어딜!” 운진이 손을 쳐들었다.
   “칠래?” 영호가 눈을 부릅떴다. 
   “칠래? 너 지금 칠래 그랬냐, 나보고?”
   “치슈!” 
영호가 몸으로 떠다밀으려고 했다. 덩치로나 힘으로는 운진이 영호를 못 이긴다. 
운진이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하나 잔뜩 지친 머리로 빠른 궁리를 하는데, 형록이 나섰다. “보자보자하니까, 참, 씨발, 진짜 싸가지 하나도 없는 새끼네!”
형록의 그 말에 운진도 놀라고 영호도 놀랐다.
   “지금 나보고 한 말이냐?” 
   영호가 카운터에서 나가려 했다. "아니면, 이 치?"
운진은 위기를 모면했지만 형록이가 어쩔려고 영호에게 시비를 거나 불안해졌다.
   “금, 형님한테 내가 그런 말을 쓰냐?”
   “어쭈우? 하, 씨발, 오늘 또 아침부터 재수 드럽게 없네.”
   “행동 잘 해라, 응? 신경 근드리지 말고!”
운진은 형록의 용기가 부러웠다.
   “너 몇살이냐?” 영호가 카운터에서 홀 바닥으로 내려섰다.
형록이 벌써 싸울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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