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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록이 침을 찍 하고 멀리 뱉았다.
   “내가 뭐라 할 처지유? 뭐, 주인이 바뀌어도 난 주급 받고 일하는 거지.”
   “엉? 아냐! 그거 헛소리야, 믿지 마. 말 같아야 말을 하지!”
   “그리고, 영호자식은 지가 이 가게를 접수한다고 합디다? 나 보고 딴 데 일자리 알아보라고 하면서?”
   “어엉?”
   “무슨 일이유? 좀 속시원히 압시다. 가게를 파는 거유?”
   “아냐! 안 팔아! 누가 헛소문 내는 거 같애. 누구야, 헛소문 내는 놈이! 년인지.”
   “형님이 밖에서 처세를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이놈저놈 놀리고 말 장난을 치는 거요?”
   “…” 
운진은 대답을 회피했다. 나이 어린 형록의 입에서 처세라는 말까지 나왔다.
   “나말요, 예? 승질 같애서는 형님이구 씨발이구 오늘 작살내구 싶은데, 십년이라는 세월과 정이 뭔지, 고마워서 그냥 가니까, 예? 처세 잘 하슈.”
   “너, 뭐야! 허, 이자식, 너 술 취했냐?”
   “술? 술 좀 먹었지. 아까 영호새끼가 삔땅친 돈으로 노쓰 애브뉴 식당 가서 같이 한잔 꺾었는데, 조심하슈. 영호가 형님이 처제 건드린 거 복수한다 하니까, 몸조심 하슈. 그 자식 쌈은 얼마나 잘 하는 지 모르지만 형님 같은 사람이야 한 손으로 해도 충분히, 씨발!” 
   형록이 주먹을 들었다. “참, 정이란 게 드럽네. 차마 칠 수가 없네, 씨발!”
   “너, 이러는 거, 만일 우리 처제 때문이면, 넌 비겁한 놈이야.”
   “뭐요, 씨발?”
   “넌, 내가 우리 처제랑 붙여주려고 얼마나 시도했냐! 넌 그 때마다 번번히 싫다고 지랄했으면서, 지금 왜 난리야, 엉? 내가 빼앗기라도 했냐?”
   “그렇다고 처제를 따 먹어, 씨발?”
   “술에 취해서 실수를 했다. 또 처제도 의도적으로 술 취한 나를, 먼저 덮쳐, 아니, 이 얘기를 먼저 해야 돼. 조가가 챌리엄마랑, 씨발, 바람을 폈는데, 난 전혀 몰랐어.”
   “뭐요? 우와아! 지저분한 인간들! 에라, 이 씨발들아, 뻑 뀨!” 형록이 돌아섰다.
   “영호새끼는 내 얘기만 들려줘서 널 화나게 만들고, 어부지리로 내가 너한테 당하기를 속으로 기대했는 모양인데. 지네 누나 얘긴 안 했겠지. 지네 누나가 남편 몰래 여러 남자 만나고 다닌 걸. 이런 말 하는 나도 챙피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가 가게, 집, 가게, 집, 그 외에 뭘 알어. 내가 생전 남들처럼 골프를 치러 다니냐, 여행을 가냐, 영화를 보러 가냐.”
   “그런 건 없었죠. 인정해요.” 형록의 말투가 수그러졌다.
   “챌리엄마랑 각방 쓴 게 몇년짼데, 얼마 전에 갑자기 유혹하더라구. 난, 그냥, 굶었던 김에 아무 의심없이 또 웬일인가 하고 같이 잤지. 근데, 그게 우리 처제의 말에 의하면, 우리 챌리엄마가 지금 임신이란다.”
   “뭐요? 오랫만에 했는데, 단 한방에 임신?”
   “내가 아니고... 모르지, 누구 앤지.”
   “조가새끼 앤가?”
   “그 자가 지는 아니라고 소리치더라구, 챌리엄마한테.”
   “그걸 직접 들었단 말유?”
   “챙피하지만, 그랬어. 숨어서 직접 들었어.”
   “아니, 그걸, 그걸 그냥 놔 뒀단 말유? 와아, 씨발, 그 때 내가 있었으면, 조가 그 씨팔놈 작살내는 건데.”
   "그래야 정상인데. 난... 못 했어. 숨어서 보기만 했다. 챌리엄마가 가게에서 나오는 걸 봤을 때 달려가서 둘을 썅 하고, 작살냈어야 하는 건데... 못 했다."
   "왜!"
   "내가... 비겁한 놈이야."
   "그 때 이미 처제를 따먹은 후군."
운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나마 그 짓이 양심에 찔려서 형수가 바람 피는 걸 보고도 말을 못 해."
   "그것도 처제가 다 보여주고 말해줘서 알았다."
   "그래서 그 기집애 지 형부를 우습게 알고 까불었군." 
   형록이 고개를 끄떡였다. "형부라고 어디서 쪼다같이 마누라 바람 피는 것도 몰라 하고."
운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거렸다.
   "한편 그래서 그 기집애가 형부한테... 아니, 일은 그 여자가 벌인 거네, 그러니까."
   "누구? 우리 처제?"
   "잘 하면 그 집안 풍지박산 나겠구만."
   "애 엄마가 먼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