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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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9. 08:37

   형록이 기둥에다가 헛 주먹질을 했다.
   “난, 쌈을 못 해. 비겁하다고 하겠지만. 근데, 처제와는 진짜 사고였어. 니가 만일 겉으로는 싫은 척 해도 속으로 처제를 좋아했었다면, 어떡해, 내가 너한테 사과해야지.”
   “형님이 나한테 사과할 건 없죠. 난 사실 걜 그리 좋아하진 않았어요. 몇번 꼬리를 쳤을 때 칠까 했다가 괜히 책임질 일 생길까 봐 피했죠. 뭐, 몸이 그 정도 빠졌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탐내볼 만하죠.”
   “그나저나 조가가 언제 그런 말을 해?”
   “아까, 점심 사러 나갔다가 쎄븐-일레븐에서 만났는데, 그럽디다.”
   “그 새끼가 지금 챌리엄마를 위협해서 그 가게 있는 건물도 먹을려나 봐. 근데, 이 가게는 영호새끼가 들먹여? 완전히 갔구만, 두 씹새끼들이.”
   "이 양반 뒤에서 말로만... 말로대로라면 열놈은 잡겠네."
   "난 내가 봐도 참... 한심하구 어떨 땐 나한테 화가 나."
   “아, 씨발, 영호새끼가 훔친 돈으로 술 먹은 게 올라오네. 씨발놈, 어디 갔어!” 
   형록이 주위를 둘러봤다. “형님, 가슈. 아까 내가 한 말은 내 사과할 테니, 접어두슈.”
   “그래애, 뭐, 니 승질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또 화도 났었겠지.”
   “그나저나, 일 냈우. 누님 바람피고 형님 처제 건드리고. 어떻게 수습을 잘 해야죠.”
   “나도 모르겠어. 될대로 되라지. 이혼 밖에 더 있겠어?”
   “이 가겔 형님이 어떻게 세웠는데, 이거 날아갈 거 아뉴?”
   “그렇겠지. 다 먹으려고 눈에 불들을 켜고 달겨들겠지. 먹으라 그래, 씨발!”
   "그러니 벌써 영호 씹쌔끼 지꺼 다 된 것처럼 나불거리고 다니지."
   "..."
   “아니, 형님같이 얌전한 양반이, 불륜을. 처제를 건드리구. 나아차암!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말이 딱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거구만. 하긴 옛말에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만.”
   “나도 모르겠다. 술에 취해서 전혀 몰랐어. 지금도 아리송해. 처제말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고.”
   “어제도 둘이 외박했죠?”
   “응.”
   “어제도 술김이었우?”
   “아, 아니. 어젠, 진짜 둘이 원해서 잤어.”
   “그래 놓고 나한테 넘기려 했우?”
   “아니지! 그건 그 전이지! 그리고 너랑 얘기가 진전이 있었으면 그럴 수가 없지.”
   “됐우. 어차피 난 관심없었구. 또 이제 와서 모든 걸 다 알았는데, 씨발, 구멍동서할 일 있우?”
   “어, 자식은, 말을 해도.”
   “들어가슈. 내 내일까지는 나오고 모레부턴 여기 없우.”
   “니 형네 가냐?”
   “엄니를 모셔가래야죠. 나도 이 이상은 안 되겠어요. 아는 사람들이  중매를 서려다가도 엄니만 보면 주저하더라구요. 장남도 아니면서 왜 모시느냐고.”
   “그렇겠지. 요즘에 누가 홀 시어머니를 모시려 하겠어. 따로 사시라 할 수도 없고.”
   “노인 아파트를 신청하라고들 하는데, 우리가 불법인 거 다들 몰라요.”
형록이 손을 흔들어 보이고 건물 뒤로 사라졌다.
운진은 그 자리에 서서 조금 전까지 벌어졌었던 위기를 다시 되뇌어봤다. 
형록이의 성질은 터지면 물불 안 가린다. 
왕년에 뭘 했는지 미국 오며 수양을 많이 했다하는데도 그가 화를 내면 운진은 겁이 난다.
차의 시동거는 소리가 나고 곧 이어 타이어를 미끄러뜨리며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차의 소리가 둘인 것 같았다. 
   ‘누가 있었나? 영호새낀가?’ 
운진은 또 한번 자신의 차가 가게 앞에 없음을 기억했다. 그리고 형록이 영호새끼 어디 갔느냐며 주위를 돌아다 봤던 것이 기억났다. 
둘이 술 먹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기로 온 건가.
그나저나 차편을 누구한테 부탁하나... 처제? 마누라?
운진은 일단 가게 안으로 도로 들어가자고 돌아섰다. 
그 때 갑자기 뒤에서 자동차 헤드라잇이 환하게 비쳤다. 
그 불빛은 이리로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운진은 얼른 가게 앞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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