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1x001 앞서 간 이의 명복을 위하여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8. 06:51

앞서 간 이의 명복을 위하여

   운진은 아마도 영란을 만나려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어? 이렇게 나와 다녀도 되나 보지?” 영호가 문을 열어주며 빈정거렸다.
운진은 낯선 집인데 안으로 들어섰다. "난 나다니면 안 되냐?" 
   "빨리 나왔네?" 영호가 그렇게 말하며 물러섰다.
   "내가 어디 들어가 있었냐?"
운진의 시침 떼고 묻는 그 말에 영호가 뒤로 더 물러섰다. "왜 이러슈?"
영란이 한참 더 수척해진 얼굴로 이층에서 내려왔다. 
조가가 뒤따라 내려왔다. 그 자는 술이 거나해 보였다. "또 날 치려고 왔는가?"
   "뭐?" 운진은 싸울 차비를 차렸다.
조가가 시빗조로 나오려는 것을 영란이 야단 반 애원 반으로 올려보냈다. 
   “왜 왔는데?” 영란의 음성은 기운이 없었다.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했다.
운진은 영란의 두손을 찾아 마주 잡았다.
영란이 손을 빼려다가 운진을 똑바로 쳐다봤다. “무슨 뜻이야, 이건?”
   "진짜! 사람 칠 때는 언제고! 병 주고 약 주네?" 
영호가 다가서려는 것을 영란이 눈짓으로 보냈다. 
   “뭐가 아직 또 남았나 보지?”
   “그냥. 어떻게 지내나 하고...”
   “허이구, 차암, 고양이 쥐 생각 하나?” 영란이 운진의 손을 풀었다.
운진은 암말 않고 영란을 끌어안았다.
   “얼씨구? 이건 또 뭐 하는 짓이야?” 
영란이 안긴 채 고개를 돌려 외면하며 운진을 놀렸다.
   “그냥 가만 있어.”
   “흥! 나와보이 아는 척 해주는 여자가 없나 보지? 그 여자도 모른 척 하는가 보군.”
   “그 여자라니... 난 당신한테 용서를 구하러 왔어.”
   “용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저리 비켜요!” 
영란이 운진을 떠다밀었다.
운진은 포옹을 풀고 영란의 두 손을 다시 잡았다.
영란이 손을 빼려고 이리저리 비틀었다.
   “영아, 아니, 처제가 애 낳은 거 알아?”
운진의 그 말에 영란의 동작이 멎었다. “기예 낳았구만! 개 같은 년!”
   “근데 얼마 전에 형록이가 나한테 내가 만일 아들을 낳았다면 이름을 뭐라고 했겠느냐고 묻더라구. 그래서 난 아마 폴이라고 지었을거라고 했는데...”
   “그랬는데? 그래서 애 이름이 폴인가 보지?” 
운진은 고개를 끄떡임으로 대답을 대신하려 했는데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얼씨구! 감동받으셨구만?” 영란이 손을 뿌리쳤다.
   “미안해, 챌리엄마. 미안해.” 운진은 눈물을 씻었다.
   “뭐 하는 거야, 이 남자가? 갑자기 찾아와서 왜 울어? 체!”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챌리는 어차피 내 딸인데…”
   “언젠 지 딸 아니라드니? 뭔 변덕이래?”
   “아니, 내 딸이야. 내가 키우니까 내 딸이야.”
   “그래서. 나 보고 양육비 내놔라?”
   “아냐. 내가 온 거는 내가 챌리를 잘못 생각했다고 사과하러 온 거야.”
   “채리가 친딸 아니라고 이혼 하재서 해줬는데 이제 와서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채리가 자기 딸인데, 뭘 또 어째라구!”
   “미안하다구.”
   “뭐가 미안해?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 남자가?”
   “아냐.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영란이 운진의 우는 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돌아서려했다. “나 원참, 난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채리를 이용해서 이혼하재고, 이혼해 주니까 데려도 가고, 이제 와서 미안하다니. 완전히 병 주고 약 주고구만!”  
   “챌리가 친아빠가 따로 있어도 내가 키우는 한 내 딸인데, 내가 그걸 몰랐어. 이번에 처제를 보고 난 뉘우쳤어. 진짜야.”
   "형록인가가 대단한 위인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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