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0-1x091 벌어지는 틈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7. 00:37

벌어지는 틈

   킴벌리의 약혼식이 양가 부모와 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치뤄졌다.
킴벌리는 약혼을 축하해 준다는 친구네 집 파티에 간다고, 어쩌면 술을 할 테니 자고 온다 하고 떠났다.
덩치만 덩그라니 조용한 집에 돌아온 숙희와 운진은 마치 다툰 사람들처럼 제각기의 옷장 앞에 서서 옷을 갈아 입었다.
운진은 곧장 샤워하러 들어갔다.
   '혹 오늘 자위를 했다가 숙희씨가 하자고 하면?' 운진은 샤워만 했다.
그런데 숙희가 보통 때 같으면 자러 올라왔을 때인데 아직 리빙룸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다. 
무슨 일이 있나...
그러나 그는 그녀를 부르기 싫었다.
그녀는 케이블의 뉴스 채널에 고정시킨 채, 이 날은 와인도 없이 조각처럼 앉아있다.
운진은 침대에 누워서 그만 올라오라고 소리 칠까 하다가 일어났다.
그가 리빙룸으로 내려오니 그녀가 텔레비젼을 끄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무슨 걱정이라도?" 
운진이 물었는데 숙희가 그냥 지나쳤다.
   '이런, 씨!'
그러나 운진은 애써 참고 그녀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라도?"
그랬더니 숙희가 갑자기 돌아서며 운진을 콱 껴안았다.
운진은 숙희의 등 뒤로 팔을 돌려서 안았다. "왜..."
숙희가 운진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고 콧물을 훌쩍 거렸다. "우리 회사가 또 멀징(merging)을 당해."
   "또?"
   "응! 기껏 살려 놨더니..."
   "아니, 인간들이 그 욕심이 어디까지야! 그래서, 숙희씨한테 지장있어?"
   "또 캘리포니아로 추렌스퍼 뱈(back)하라는데, 다른 디파트먼트로..."
   "가지 마."
숙희가 몸을 화들짝 떼었다. "가지 마?"
   "가지 말고, 레이어프 시키라 해."
   "그러면?"
   "서버런 패케지 달라 하고, 집에서 쉬어."
운진은 말하면서 힘이 난다.
   "정말? 우리 어떻게 살려구?"
   "내가 벌어. 내가 벌어서 집 값 내구 먹구 살어. 차 값들이야 다 끝났으니까 됐구."
   "자기 혼자 벌어서 우리 사나?"
   "절약하면 살 수 있어. 애들도 곧 나갈 거잖아. 우리 둘이서, 뭐, 얼마나 먹는다구."
   "나 정말 일 그만 둬?"
   "응! 오래 했잖아? 숙희씨 나이도 있는데, 그만 쉬어."
숙희가 운진의 마음을 읽으려고 눈을 바쁘게 움직였다. 그와 시선을 맞추려고. "정말. 나. 일 쉬고. 들어앉어?"
   "응!"
   "자기 알고 있었어? 우리 회사 멀지 되는 거?"
   "아니. 몰랐는데. 어차피 언제고 숙희씨 보고 그만 쉬자 하려고 그랬어."
   "왜?"
   "숙희씨 신경 쓰고 일 하니까 스트레스도 쌓이고. 그러니까 결혼 생활에 지장이 많잖어. 집에서 쉬면 원기도 날 거고. 책도 많이 볼 거고. 먹고 싶은 거 만들어서 먹고."
   "그리고?"
   "그러면 섹스도..."
   운진은 그 대목을 말하면 숙희가 싫어할줄 알았다. "매일은 못 하더라도."
   "사실은, 섹스라는 게 중독인가 봐."
   숙희가 포옹을 조금 풀었다. "일하다가도 생각나더라구?"
   "사실 남자가 더 불만 많어."
   "여자도... 생각 않는 건 아냐."
   "생각난 김에 그리고 애들 없는 김에, 그럼, 실행으로 옮겨 볼까?"
   "날 위로해 준 게 아니었어? 날 원한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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