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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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7. 00:40

   킴벌리가 이튿날 오후에 귀가했다.
숙희는 아주 오랫만에 콧노래를 부르며 부엌에 있다가 작은딸을 맞았다. "술 많이 했니?"
   "A little. (조금요.)"
   "더 쉴래?"
   "Yes."
   킴벌리가 대답은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계모를 끌어 안았다. "I'm a weak bitch. I couldn't keep me like you. (나는 약한 년이예요. 나는 엄마처럼 간직하지 못했어요.)"
숙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는 킴벌리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숙희 그녀는 지난 밤의 두 차례의 사랑 행위가 기억에 생생해서 입을 벌리면 이상한 신음이 나갈 것 같은 두려움에 젖어있다.
   "If you love him and you liked it, that's good. (만일 네가 그를 사랑하고 그 행위를 좋아했다면, 좋은 거야.)" 숙희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토했다.
이제는 남편 운진이 내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그녀는 그를 마음껏 받아들였고, 그는 사랑의 액을 한없이 쏟아내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남자는 여자의 웃음으로 먹고 살고, 여자는 남자의 홀몬으로 먹고 산다는 말의 뜻을.
언젠가 동료 여자가 그런 농을 했을 때 몹시 불쾌해 했던 자신이 부끄럽다. 
그녀는 남자의 홀몬을 얼마나 받아 들였는가.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홀몬을 뿌리고 갔는가. 
그녀는 심지어 입으로도 받았었다.
어젯밤 그녀는 남편이 진동하며 싼 홀몬을 느끼며 집안이 떠나가라고 교성을 질러댔다.
희한한 것은 지난 밤 그렇게 소리를 질러댔는데, 목이 하나도 안 아프다는 것.
만일 산에 가서 그렇게 소리 질렀다면 목이 다 쉬었을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정말로 잘 만드셨다.
   눈도 말을 한다. 어쩌면... 

   운진은 전에 한번 다른 욕심을 먹었던 여인의 가게를 다른 세일즈맨에게 넘겼다.
그렇게 해서 다시는 이상한 생각과 마음을 갖지 않으려는 것이다.
운진이 부지런히 귀가하니 숙희가 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어떡해, 자기.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이런 건데?" 
숙희가 말하고 미소를 지었다.
운진은 숙희를 안았다가 놓았다. "Whatever you make will be melting in my mouth. (그대가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내 입 안에서 녹을 거야.)"
아빠의 그 말을 킴벌리가 되뇌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스타와 샤도네이 와인이 식탁에 올라왔다.
킴벌리가 자꾸 새엄마 숙희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었다.   
   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도착했고 여행도 즐거웠다고.

   올해의 여름 휴가철이 숙희에게는 섭섭한 시즌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또 한번의 전근을 사양하고, 남편의 말대로 일정액을 받고, 육개월의 보험 혜택을 받고 그리고 권고사직을 택했다. 
누구보다 제프가 가장 서운해 했다.
   "My husband told me to. (내 남편이 그러라고 말했어요.)" 
숙희는 말하고 웃었다. 마치 그를 약올리듯. 마치 이제는 너희들의 속임수에 안 넘어간다고.
   "Bastard! (나쁜 놈!)"
   제프가 그 단어를 사용하고는 사과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행운을 빌어요, 쑤! 그리고 조심해.]
   "I know! Thanks!"
숙희는 그렇게 해서 집에만 틀어박혀 살림하는 여자로 택했다. 
숙희는 갑자기 길 잃은 미아처럼 집 안을 방황했다.
   아침에 눈 뜨면 출근하기 바빴고, 저녁에야 퇴근해서 돌아오면 저녁을 대충 떼우고 씻고 잠자기 바빴던 집인데... 
권고사직을 받은 그 다음날 처음으로 집에 남으니 어색했다.
일단 두려움과 불안감은 줄어들었다.
그녀는 알트가 설마 이 집까지 들이닥치지는 못할 거라고 그렇게 여기고 싶어졌다.
그녀는 아직은 모르는데 남편 운진에게 여성보호 근성이 잠재해 있기를 바라고 싶어졌다.
그녀는 남편이 그녀를 잘 막아주는 울타리 구실을 해 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이제 악마 알트 앞에 물은 엎질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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