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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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6. 00:43

   집에 혼자 있으면서 숙희는 셀폰을 늘 손에 쥐고 산다. 
그리고 벨톤이 울리면 채 두번째 소리가 나기 전에 얼른 받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뒷뜰이나 집 앞 드라이브웨이로 나가서 통화하기도 한다.
때로는 굉장히 심각한 듯도 하고. 때로는 몹시 불안한 기색도 비친다.
   이 날도 쑤는 셀폰이 울리자, 스크린으로 발신인을 확인하고는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뒷뜰로 허둥지둥 나가서 받았다. 
   "Hi! It's me. (하이! 나예요.)"
   쑤의 답하는 음성이 몹시 긴장되었고, 새삼스레 빈 집을 돌아다봤다. "I'm outside. (나 밖에 있어요.)"
   "What are you doing? (너 뭐 하는 거냐?)"
   그녀의 셀폰에서 걸직한 남자의 음성이 나왔다. "You didn't come last week. (지난 주에 안 왔더군.)"
   "Art. Please... (알트. 제발.)"
   "You think you can get away with that stupid marriage? (너는 그 바보 같은 결혼으로 빠져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I want my life. (나는 내 삶을 원해요.)"
   "Your life... (네 삶이라.)"
   "Please... (제발.)"
   "Just when did you start thinking that you can have your own life? (대체 언제부터 네가 너 만의 삶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지?)"
   "That's why I'm married. (그래서 나는 결혼한 거예요.)"
   "Who saved your ass when your bank get merged with Frontier bank? (네 은행이 프론티어 은행과 합병할 때 누가 너를 구해줬지?)"
   "..."
   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I know... (알아요.)"
   "Who sent you to California? (누가 너를 캘리포니아로 보내주었지?)"
   "I know..."
   "Who brought you back here when you said you missed me? (네가 나를 그립다고 했을 때 누가 너를 이리로 데려왔지?)"
   "I know, Art." 
   "Do you know how much it costed me to bring you back here? (너를 이리로 데려오기 위해 내가 얼마를 썼는지 아느냐?)"
   "I know, Art. And I know I cannot pay you back. (알아요, 알트. 그리고 나는 갚을 수 없음도 알아요.)"
   "So, you coming? (그래서, 올건가?)"
   "I can't... Sorry, Art. (못해요. 미안해요, 알트.)"
   "I will show you what I can do. (내가 뭘 할 수 있나 보여주마.)"
   "Art! Please..." 
   "You can sit back and watch the world you're living in collapsing! (너는 네가 살고 있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앉아서 잘 봐라!)"
꾸륵!
쑤와 그녀가 알트라고 부른 남자와의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숙희는 셀폰을 손아귀에 쥐고 살살 흔들며, 아주 슬픈 눈으로 하늘을 봤다.
   '내가 죽음을 무릅쓰고 택한 운진씨가 과연... 나를 보호해줄지...' 
숙희는 운진의 무관심하고 무표정스런 얼굴을 보면 숨이 막힌다.
그녀가 미처 남편인 운진에게 말 못할 사연이 많은데, 그가 설령 많은 사랑을 쏟아준다 해도 말해서는 안 될 비밀을, 가뜩이나 옆집 아저씨처럼 구는 그에게 섣불리 고백하고 도움을 청했다가 보기좋게 거절당하거나 아닌 말로 헤어져야 하는 일이라도 벌어지는 날엔...
그녀는 그 지옥 같은 소굴로 돌아가야 한다. 
그녀는 그 지옥 같은 소굴에서 성노예로 살아야 한다. 
그녀는 그 지옥 같은 소굴에서 아무 놈이건 덮치면 당해야 한다. 
그 놈들은 여자 나이 상관 없다. 그 놈들은 여자에게 최소한 예의로 애무 같은 것도 없다. 그 놈들은 성욕이 일면 그 때가 언제건 또 장소가 어디건 그녀를 아랫도리만 벗기고 침을 퉤 뱉고 해댄다.
그녀는 이제 그런 성교가 무섭다.
그리고 그녀는 어떻게 빼낸 돈을 들키지않고 또 빼돌려야 한다.
청춘을 바쳐서 몸을 망가뜨려가며 번 돈이 남의 수중으로 들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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