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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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7. 00:42

   남편 운진은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출근했다. 
여름 할리데이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주문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나가면서 아마 늦을 거라고 했다.
킴벌리는 지난 밤 늦게까지 컴퓨터에 매달려 있더니 열시가 넘었는데도 여태 잔다.
숙희는 남편의 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 뭐 할까, 자기."
   "그 동안 못 쉬었는데, 잠이나 실컷 자 둬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올라가서 자요."
   "나 자기 따라 나가볼 걸. 아니, 아니다..." 
남편을 의심하지 말자!
그래서 숙희는 이층 침실로 가서 누웠다. 그리고 정말 잠이 들었다.
   이십 여년을 주말과 휴가만 빼고 직장 생활을 주욱 해 오던 숙희 그녀가 집에 남아서 낮잠을 잤다.
그녀가 깨어난 때는 킴벌리가 방에 와서였다.
   "Mom, are you okay? (엄마, 괜찮아요?)" 
킴벌리가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
   "Oh, you woke up? What time is it? (아, 너 일어났어? 몇 시니?)"
   "It's 2."
   킴벌리가 쑤엄마의 이마를 짚어보려 했다. "Are you sick? (엄마 아퍼?)"
   "아니. 괜찮아."
킴벌리가 건장한 새엄마의 몸매를 보고는 다 큰 녀석이 가서 안긴다.
그래서 두 계모녀가 도로 누웠다.
스물 두살짜리 딸이 계모의 품으로 파고 들더니 젖을 겉으로 만졌다. "아아, 나이스."
   "그래." 
숙희는 킴벌리를 안아주었다.
둘이 서로 안고 서로를 토닥거리더니 조용해졌다.
두 계모녀는 또 잠이 들었다.  
늦을 거라던 운진이 일찍 귀가해서는, 두 여인이 서로 안고 잠든 모습을 구경하고 섰다.
이제서야 운진은 마음이 놓였다.
엄마라는 이가 정성으로 쏟아주는 그런 정을 모르고 자란 딸들에게 나타난 새엄마라는 존재가 그나마 아빠 마저 빼앗아 가면 어떻게 감당할까 해서 그는 나름대로 최대한 균형을 잡아보려고 노력했다.
딸들에게 치우치면 새로 생긴 아내가 서운해 할 것이고. 
새아내에게 치우치면 딸들이 섭섭해서 방황할 것이고. 
양쪽 다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운진이 중간에서 잘 해야 했다. 
챌리는 약혼자를 갖게 되었고 또 여행겸 출장을 떠났으니 사랑을 배울 것이다.
그런데 킴벌리가 새엄마 품에 안겨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숙희가 한없이 고맙다.

   세 사람은 운진이 사온 튀긴 닭을 밤참처럼 먹었다.
킴벌리가 어디다 숨겼었는지 병맥주를 찾아와 나누었다.
   "오늘 세일즈 어땠어, 자기?"
   "애버리지."
   "자기 술 가게 할 때는 많이 팔곤 했어?"
   "Oh, yeah! We did a lot! (아, 그래요! 우리는 많이 팔았어요!)"
   킴벌리도 가게에 나가서 많이 도운 탓에 끼어 들었다. "Mostly, wines and whiskeys. (대부분, 와인하고 위스키를.)"
숙희가 킴벌리를 기특해서 머리를 만져 주었다.
어린 나이에도 가게를 도와주었다니... 
그래서는 안 되었지만 그래도 착한 애들이니까 엄마가 다른 짓 하고 다니는 동안 아빠를 도운 것이다.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아 집안에서 시작하고, 학교에서 시작하고, 사회에서 시작하고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운진은 딸들의 도움을 연말 연시 때만 받았었다.
그 때는 손님들이 고르는 와인을 포장하거나 캐쉬대에 엨스트라 손이 필요했었다.
그 때 영란은 지나고 보니 가게에 잘 안 나왔다.
   아마 그 여자는 그 시즌에 놀러 다녔었겠지...
유난히 색에 밝았던 최영란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시 고등학교 여학생이 뭘 알았다고 연상 대학생과 셐스를 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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