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0-5x095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7. 00:44

   운진 그가 숙희에게 말했다.
구역을 다니다 보니 낮은 가격에 잡을 만한 가게가 나와 있더라고. 즉 운영을 잘 못해서 매상을 죽인 가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시중가 보다 약간 싸게 잡아서 물건을 늘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면 매상을 늘일 수 있는 기회의 장소.
   "우리가 할 거 아니니까 얼마냐고 묻지 않을래, 자기." 
숙희가 딱 잘라 말했다.
운진은 속으로 화가 났다. 남의 집, 남의 가게들을 다 팔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나누어 줘서 빈털털이로 만들어 놓고 뭣 좀 하자고 아이디어를 내니 거절이다.
운진은 이불을 끌어 당기며 돌아 누웠다.
   "왜 그래, 자기... 화 났어?"
   숙희가 운진을 잡아 당겼다. "나 좀 봐."
   "싫소!"
   "아이. 삐친 거야, 자기? 그 전부터 잘 삐치는 줄 알았지만 결혼하고 나아진 줄 알았더니 역시 삐치네?"
   "..."
   "그렇지만 이제 우리 나이에 또 뭘 시작한다는 것이 그렇잖아, 자기. 꼭 잘 되리란 보장도 없고, 만일의 경우 잘 안 될 때는 우리 나이에 언제 또 돈을 모아."
   "..."
   "나 그만 둘 때 받은 돈은 씨디(Certified Deposit)에 넣었어. 애들 시집 갈 때 쓸려구."
   "!!!"
   운진은 쇠망치로 얻어 맞은 놈처럼 깜짝 놀랐다. "어, 진짜..."
그렇지만 그 은퇴 자금을 결혼식에다 써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
   "이제 일을 벌이면 언제 자금이 돌아서 애들 시집 보내냐구."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은 몸을 천천히 돌려서 숙희를 마주 봤다. "그러네..."
   "이 집 살 때 다행히 자기 돈으로 다운을 많이 해서 몰게지 페이먼트가 적게 나가지만, 이제 내가 그만 두었으니 자기 혼자 벌어오는 돈으로 다 살아야 하는데. 그냥 없던 일로 하자, 우리, 응?"
   "어, 그렇지, 참." 
   운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깜빡 그 생각을 못 했네."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키미?" 
   숙희가 운진에게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들어 와."
킴벌리가 나갈 차비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Mom. I'm going out. (엄마. 나 나가요.)"
   "어디를 가니?"
   "Friend's house. (친구네 집.)"
숙희가 킴벌리를 조용히 쳐다봤다.
   "I'm okay, mom. I'll be okay. Don't worry. (나는 괜찮아, 엄마. 괜찮을 거야. 걱정 마.)"
   킴벌리가 손을 짧게 흔들었다. "I'll be home by midnight. (자정까지 집에 올께.)"
   "그래... 아, 참, 키미!"
   "네, 맘?" 
방문이 다시 열리고 킴벌리의 얼굴이 들어왔다.
   "If you drink, stay in that house or call me. (만일 술 마시면, 그 집에 머물던가 아니면 나한테 전화해.)"
   "오케이!" 
킴벌리의 얼굴이 사라졌다.
   "쟤 술 마시러 간다구?" 운진이 놀라서 물었다.
   "쉬이!" 
그러나 숙희는 킴벌리가 고백한 내용을 남편에게 즉 애들 아빠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챌리가 개리 주니어와 약혼여행 가는 것에 대해서도 얼굴이 빨개진 아빠이다. 
그런 아빠에게 지난 밤 파티에서 킴벌리가 약혼자와 성경험을 했다고 말하면 아마 심장마비를 일으킬지 모른다. 
아니면, 문제를 일으켜서 새 엄마에게 믿고 고백한 딸을 부끄럽게 만들지 모른다.
숙희는 남편 운진이 걱정에 싸이는 것을 눈치채고 건네려던 손길을 거두었다.
   "쟤네들이 안 하던 짓을 하네..."
   "나이들이 들었잖아. 늘 아빠 앞에 재롱 부리던 나이들이야?"
   "굉장히 빠르..."
   "언제까지 어린애들로 볼 건데, 자기는."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10-7x097  (0) 2024.08.27
pt.2 10-6x096  (0) 2024.08.27
pt.2 10-4x094  (0) 2024.08.27
pt.2 10-3x093  (0) 2024.08.27
pt.2 10-2x092  (0) 20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