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어렴풋이 벨소리를 들었다고 여겼다.
그녀는 머리맡의 스탠드를 켜고 알람 시계를 봤다. 새벽 3시를 조금 넘었다.
벨톤은 침대 맞은 편 경대 위에 놓은 그녀의 셀폰에서 들려왔다.
'이 시간에 누굴까?'
숙희는 운진이 깰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숙희는 얇은 실크 잠옷을 여미며 경대로 갔다.
그녀의 셀폰은 missed calls 3 하는 글자를 보여주었다.
그녀가 버튼을 눌러서 알아본 번호는 키미였다. 순간적으로 숙희의 뇌리를 스치는 불길함.
숙희는 침착하게 리턴 콜을 눌렀다.
"맘!" 킴벌리의 울음 섞인 음성이 바로 나왔다.
"키미?"
숙희는 행여 운진이 듣고 깰까봐 부지런히 방을 나갔다. "무슨 일이야, 키미?"
그럴수록 상대방의 이름을 친숙히 불러줘야 부드럽다.
"마미!"
"Where are you, Kimmie? (어디에 있는데, 키미?)"
"I'm outside. (나 밖에 있어.)"
숙희는 셀폰을 귀에대 댄 채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문을 환한 불빛이 밖에서 비추고 있다.
"들어 와."
"응응응!" 키미가 울음을 터뜨린 모양이다.
"마미 옷을 안 가지고 내려왔어. 키미가 들어올래?"
"Are you with dad? (아빠랑 같이 있어?)"
"He's sleeping upstairs. (그는 윗층에서 자고 있어.)"
"I'll go in, then. Don't wake him up. (들어갈께, 그럼. 아빠 깨우지 마.)"
"그래. 들어 와."
숙희의 머릿속으로 수만가지 추리가 돌아간다.
차 사고? 음주운전? 다툼? 투정? 아! 또 보이 프렌드?
킴벌리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는 아빠 깨우지 말라는 아이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새 엄마 숙희에게 달겨 들었다. "맘!"
"쉬!"
숙희는 키미를 데리고 지하실로 향했다. "Let's go downstairs. (아랫층으로 내려가자.)"
다행히 키미에게서는 우려했던 술냄새가 풍기지 않았다.
킴벌리가 새 엄마 숙희의 무릎에 옆드려서 운다.
약혼자하고 마악 결별했다고...
또 섹스를 요구하길래 처음 한 것도 술김에 그랬고 후회한다고 나중에 더 익숙해지면 그 때까지 기다리던가 결혼할 때까지 참자고 했는데 남자 놈이 파티 장소를 떠나갔다고...
그냥 토라져서 간 것이 아니라 남들 다 듣는데서 '우리는 끝났다' 하고, 고함을 질렀다고. 그래서 킴벌리는 어떻게 운전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나가서 집에까지는 왔는데 들어오기가 싫었다고.
그런데 아빠가 깨는 것은 싫고 새엄마 셀폰으로 전화를 여러번 했는데...
숙희는 무릎에 엎드려서 펑펑 우는 킴벌리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Wait, okay? He might be humilated when you refused having sex again. (기다리자, 오케이? 그는 아마 네가 또 섹스 가지기를 거절했을 때 부끄러웠는지 몰라.)"
"He said he would end our relationship if I don't do it for him. (만일 내가 그를 위해서 하지 않으면 우리의 관계를 끊는다고 말했어.)"
"But you refused doing it, right? (그러나 너는 하기를 거절했어, 그렇지?)"
킴벌리가 고개를 끄떡였다.
"You weren't afraid of losing him but you let him go, right? (너는 그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고 너를 그를 가게 했어, 그렇지?)"
"Yes!"
킴벌리가 새로 울음을 터뜨렸다. "I'm so mad, mom! (나 너무 화가 나, 엄마!)"
"남자들은 착각의 동물들이야. 한번 그러면 가진 줄 알지. 두고 봐. 돌아오지."
"I don't w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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