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이란 놈이 제법 씩씩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갔다.
"이 시간에 여기 웬일이세요?"
"그냥... 나온 김에 들렀...소."
"마지막 세일즈 피치 올리시려구?"
"흐... 지금 오다 받아서 언제... 내년에 배달하라구?"
"그런가?"
영아가 고개를 갸웃해 보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비좁지만 들어오세요."
"아니, 괜... 찮은데."
운진은 문을 당겨서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붙잡았다.
아들놈을 봤으니 가야지... 자식! 제법 늠름하네.
"어, 가슈?" 형록이 안에서 소리쳤다.
"그래. 갈께!"
운진이 어두운 안에다가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이고 나서려는데 남자 한명이 들어섰다.
눈매가 범죄자 형이라는 찰라적인 느낌만 받았다.
그 자와 얼핏 눈길이 스쳤다고 여겼는데, 그 장면이 운진의 기억의 다였다. 백인 치고 작은 키에...
사흘째 깨어나지 않는 운진의 머리맡에 챌리와 킴벌리가 지키고 앉아있다.
챌리가 벌써 두번째로 의사를 청해서 상태를 물었다.
출혈은 멎었는데,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형록이 병실로 들어섰다.
"커피라고 다 식어빠진 걸 판다."
그가 스타이로폼 컵 두개를 침상 옆 조그마한 탁자에 놓았다. "니네 새엄마는 연락 안 돼?"
"어디 갔는 지도 몰라요."
챌리가 대답했다. "며칠 전에 말없이 나갔나 본데..."
"그게 언젠데 아직 안 왔단 말야?"
"네."
챌리에 이어 킴벌리가 말했다. "She left her cell home. (그녀가 셀폰을 집에다 남겼어요.)"
"그 쪽도 무슨 사고가 났나?"
형록이 운진의 자는 듯한 모습을 내려다봤다. "그 새끼가 강도도 아니고 그냥 찌르고 달아났거든?"
"Did you see who that was? (누군지 봤어요?)" 킴벌리가 물었다.
"옷 입은 거만 경찰에다 말했구, 얼굴은 자세히 못봤어. 꽈당 하는 소리에 돌아다 보니까 니네 아버지가 쓰러지더라구. 시커먼 옷 입은 놈이 막 달아나구."
"And same person took my Mitzubishi? (그리고 같은 사람이 내 미쭈비시를 가져갔나?)"
킴벌리의 말에 자매가 서로 보며 고개를 저었다.
간호사 한명이 들어와서 IV의 흐름을 점검하고 침상 옆의 계기의 숫자들을 차트에 적고는 도로 나갔다.
자매가 커피를 마셔보려고 하다가 도저히 못마시겠다는 진저리를 쳤다.
"버려. 이따 나가다가 세븐-일레븐 커피나 사든가."
헝록이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우리 가게에 오는 놈 같지는 않어. 웬만하면 옷이나 몸만 봐도 누구다 다 아는데... 첨 보는 놈 같았어."
"..."
운진은 옆구리를 칼에 깊숙히 찔렸다.
순간적인 일이라서 가게 안의 형록도 목격하지 못 했고, 얼마나 깊이 찔렸는지 앰뷸런스가 왔을 때는 형록이 우선 갖다댄 페이퍼타올 뭉치가 피로 펑 젖었었다. 그나마 형록이 한국에서 군대에 있었을 때 교육대에 잠시 있었던 경험으로 압박 지혈은 했지만 운진은 출혈이 심했었다.
이 형님 겉으론 안 그런 척 해도 강한 양반인데...
형록은 읽을 줄 모르지만 어떤 기계의 숫자를 자세히 살폈다. 초인간적으로 버틸 양반인데...
킴벌리가 드디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대디..."
"킴..." 챌리가 그래도 언니라고 저 보다 큰 킴벌리를 안았다.
"니 아빠 괜찮을 거야... He's strong. (그는 강해.)"
형록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네 엄마..."
그는 수상하다는 말을 잘못 했다가는 다른 소동을 일으킬까 봐 입을 다물었다.
직장도 그만 두었다면서 며칠째 집을 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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