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쑤는 뜻 아니게 제프에게 붙들려서 강제로 얽매이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가 그녀의 침묵으로 되어있는 셀폰에다가 아흔아홉번도 되게 통화를 시도한 끈기.
게다가 보이스메일이 수십개도 넘는 정성.
쑤는 남편에게서 전혀 없는, 남의 끈기와 정성에 은근히 감동먹고...
덕분에 그녀의 셀폰 배터리가 거의 죽어갔고.
집 앞에까지 와 있다는 제프의 응답에 잠깐만 얘기하고 돌려 보내려고.
그녀가 셀폰을 부엌 식탁의 충전기에 꽂고는 제프더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다이너에서 만나자고 빈 손으로 나선 것이 첫번째 실수였다. 그것도 집에서 입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제프가 쑤에게 마지막 부탁이니 그가 하자는 대로 어디 좀 같이 가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아닌 말로 둘이 처음 만난 곳이라도 찾아가서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보려나 하고...
제프를 처음 만난 곳이 아마도 다운타운의 어느 까페테리아일텐데 하고...
간단히 생각하고 그의 차에 바꿔탄 게 쑤의 두번째 실수였다.
혹은 실수가... 아닐 지도 몰랐다.
혹시 마지막으로 회포를 풀어주려 했는 지도. 아니.
어쩌면 쑤의 마음이 예전으로 돌아가려 했는 지도 몰랐다.
제프는 몇밤만 지나면 주식 불법거래 혐의로 바깥 세상 구경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그 전에 쑤와 같이 지내고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집 앞에까지 와서 통화를 시도했다는데에 쑤가, 즉 소 닭 보듯 하는 남편에게 숨 막혀 하는 그녀가, 그만 넘어간 것인지도.
그녀는 겉으로는 잠시 비운다고 했지만 남편에게 며칠 없을 거라는 쪽지를 남긴 여인이다.
솔직히 그녀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남편의 사이즈에 실망이 큰 여인이다. 그래서 그녀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남편의 것보다 세 배는 클 제프의 것을 받아들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 후에 벌어질 일은 그 때 가서 해결하자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 날 밤 자정을 한참 지나 한산한 거리를 달리는데, 쑤는 전혀 모르는 길로 가는 것에 겁이 났다.
게다가 어딘지 길은 신호등도 일단정지 사인도 없는 아주 한적한 길이었다.
"Go back or stop the car! (돌아가던가 아니면 차를 세워요!)"
쑤는 여러 차례 소리를 질렀지만...
실은 말로 하는 건성이나 마찬가지였다.
차를 세워주면 이 밤중에,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그 흔한 셀폰도 없으면서, 뭘 어떻게 하겠느냐고 실실 웃는 제프에게서 쑤는 절망감을 느꼈다.
이제 실수로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차는 쑤가 짐작하고 예상하려했던 것대로 다운타운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제프를 타일러서 입을 막으려고, 남편이 자는 새에 집을 몰래 빠져 나왔는데...
그녀는 제프를 만나서는 그냥 늦은 식사나 같이 하면서 달래 보내려고 했는데. 아니.
그가 잃었다는 돈 액수만큼을 보태주면 순순히 물러날 줄 알았는데...
그리고 그가 원한다고만 하면 핑게 김에 질을 꽉 채우고 들어오는 그를 원했는데...
그리고 남편에게 어디를 며칠 다녀올 데가 있다고. 기다리지 말라고. 연락하겠다고...
그런 쪽지를 이미 남겼는데...
그래 놓고는 제프보고 이상한 데로 가지 말라고 하는 이유와 변덕이 뭔가.
쑤는 불안도 하고 후회도 들었지만 피로함을 이기지 못하고, 차의 안락한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처음엔 좀 쉬려 했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그만큼 그녀의 몸을 범한 두번째 남자 제프를 남편보다 더 믿는 것인지.
차는 밤을 뚫고 달렸다...
쑤는 새삼스럽게 몸에 끼치는 한기에 눈을 떴다.
가장 먼저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 코 앞도 안 보이도록 자욱한 안개였다.
한겨울일텐데 어디서 아침 새 소리가 들려왔다.
쑤는 머리만 움직여서 볼 수 있는 만큼 밖을 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운전석 자리를 보니 비었다.
차는 발동이 꺼진지 한참 되었는지 훈훈한 기가 거의 안 남았다.
쑤는 몸 앞에 걸쳐진 어떤 두꺼운 옷을 느꼈다. 그리고 은근히 코에 익은 남자의 콜롱 내음이 차라리 반갑다. 아주 오랫만에 맡아보는 제프의 냄새. 제프가 마치 그녀의 몸 위에 엎드려 있는 듯한 착각.
순간적으로 그녀의 질에 민감한 반응이 왔다.
제프와는 이 차 안에서 카 셐스도 즐긴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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