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오판의 결과
운진은 자던 도중 어디서 들리는지 낮은 음성이 두런두런거리는 것에 눈을 떴다.
그가 고개를 돌려서 먼저 안 것은 숙희가 옆 자리에 없다는 것.
'화장실을 갔나?'
운진은 돌아누우며 발치께를 봤다. '불은 안 켜졌는데?'
두런두런 소리는 불이 안 켜진 바로 그 화장실에서 들리는 듯 했다.
운진은 본의 아니게 숨을 죽이고 귀에다 온 정신을 집중했다.
숙희의 음성인데 가만 들으니 영어를 하는 것 같았다.
운진은 눈만 치떠서 머리맡의 알람 시계를 봤다.
1: 30 A. M.
이 시간에 그녀는 누구와 통화를 하는데 영어를 쓰나... 애들이랑 영어로 대화를 하나?
킴벌리는 거의 구십 퍼센트 영어를 쓰고 챌리는 그래도 우리말을 반 정도 쓴다.
그렇다면 이 시간에 밖에 나가있는 아이와 영어 대화를 하는 건가?
운진은 신경 끄기로 하고 잠을 도로 청했다.
그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숙희의 자리는 여전히 비었다.
알람 시계는 7시를 가리켰다.
'벌써 일어난 모양이군.'
운진은 옆의 베개가 단정히 놓였고 자리가 이미 식은 것을 느꼈다. '일찍 일어나서 움직인 모양이네?'
운진 그가 아랫층에 내려와서 발견한 것은 그녀의 벤즈 차가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챌리가 타고 다니는 벤즈 차도 안 보이고, 운진이 타고 다니는 중고차와 미쯔비시 차만 세워져 있는 것이 킴벌리가 렠서스 차를 몰고 나간 모양이다.
'아니, 다들 어딜 나간 거야?'
운진은 커피를 만들어 마시려고 부엌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식탁 위에 접시 하나가 투명 플래스팈으로 덮혀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가 먹다만 토스트가 담긴 접시였다.
그리고 그 옆에 반 접힌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운진은 무심코 그 메모지를 집어서 펴봤다.
'운진씨
나 며칠 어디 좀 가요 시간 나는대로 연락할테니
너무 궁금해 하지말고 기다려 줘요
숙희
그리고 운진 그가 또 발견한 것은 그녀의 셀폰이 브렠퍼스트 식탁에서 충전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밤새 화장실에서 통화하고 배터리가 죽어서 연결시켰나?
웬만해서는 운진이 자러 올라가기 전에 꽂아주곤 했는데 웬일로 그녀가 직접 그래 놓고 갔다.
뭘로 어디서 연락한다는 거지? 핸드폰은 집에다 놔두고...
운진은 아침부터 텅 빈 집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상하게 딸들에게 전화하기가 싫다.
딸들은 볼 일들이 있으니 나갔을테지.
아니면, 연말 대 세일 때 필요한 것들을 사러 나갔든지.
아니면, 남자친구들과 근사한 계획들이 있든지.
아침을 먹고 난 운진이 움직여서 간 곳은 형록의 가게였다.
"어이구? 세일즈도 다른 놈한테 넘기길래, 오, 그래, 그러자 이거지, 했더니, 낼 모레 연말인데 나타나셨네? 주문 받으러? 망년회 하러?" 형록이 빈정거렸다.
운진은 안으로 좀 들어가게 하라는 신호를 하려는데, 밖에서 응차! 하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다봤다.
폴이가 제법 점퍼에 장갑도 끼고 의기양양한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그 뒤로 배가 터질듯 남산만한 영아가 아이 하나를 안고 들어섰다.
안으로 통하는 문에서 띠잉~ 소리가 났다.
운진은 반사적으로 그 문을 열어서 잡았다.
영아가 눈을 크게 떴는데 대번에 미소가 피었다. "어머! 형부!"
"히히! 아직도 내가 형부요?"
운진의 그 말에 영아가 곱게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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